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업무를 줄이라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끝까지 일하다가 죽음을 맞고" 싶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 단독 인터뷰에서 폴 갤러거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대주교는 교황이 이처럼 힘써 업무를 계속한 것은 힘없는 이들을 도울 기회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4년부터 국무원 외무장관을 맡으며 교황의 국외 출장에 동행해온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으로 휴가를 간 때가 지금으로부터 "66년이나 67년 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분은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였다"라며 "압도적 다수의 사람은 힘이 없고 본인들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을 그분은 의식하고 계셨다"라고 강조했다.
교황이 힘없는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낫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갤러거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의 바르고 점잖으며 공감 능력이 뛰어났지만,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깨닫고 있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종종 주변 인사들의 조언과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내가 그분에 대해 항상 감탄했던 점 중 한 가지는 그분이 어려운 일들로부터 도망치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도 "다만 내가 처음부터 그분의 이런 자세에 항상 찬동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한 뒤 로마 밖 첫 출장지로 지중해의 이탈리아령 람페두사섬을 택했다.
이곳에서 중동·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을 만나 위로했다.
그는 재위 기간에 60여개국을 방문했으며, 그중에는 측근들이 방문을 반대한 곳도 있었다.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 가겠다는 교황을 측근들이 "너무 위험하다"며 만류했지만, 교황은 "어쨌든 나는 갈 거다.
아무도 안 가겠다고 하면, 내가 혼자 가겠다"라고 한 적도 있다고 갤러거 대주교는 떠올렸다.
아울러 올해 초 심각한 폐렴으로 치료받고 지난달 23일 퇴원한 교황은 최소 두 달은 외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의료진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외부 활동을 빠르게 재개하기도 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기 2주 전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유머 감각을 잊지 말게"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교황의 소탈한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갤러거 대주교는 덧붙였다.
한편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88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그는 교황 즉위 후 교황청에서 무보수로 봉사하며 평생 청빈한 삶을 이어가겠다는 서약을 지켰다.
실제로 선종 후 남긴 재산이 100달러(14만원)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함에 따라, 후임자를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가 다음 달 열릴 전망이다.
한국인으로는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보유하고 있어 차기 교황 후보로 주목받는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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