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중심이 잘 잡혀있어야 흔들림이 없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허리, 미드필드 지역이 탄탄한 팀은 강호로 평가받는다.
손준호(30·산둥 타이산)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 중원을 강하게 해줄 자원이다.
그의 경기력과 발끝에 호성적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투호는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카메룬과 9월 A매치 2차전을 치른다.
지난 23일 코스타리카전을 2-2로 비겼던 한국은 이날 경기서 승전고를 울려 유종의 미를 정조준한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중요하다.
한국은 1차전에서 노출된 불안 요소들을 점검해야 한다.
가장 크게 노출된 부분이 최전방 공격 자원의 날카로움과 수비 뒷공간 노출이었다.
최전방 문제는 황의조의 컨디션 회복 및 새로운 조합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수비 뒷공간은 전술적 변화가 필요하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후방에서부터 패스 줄기를 따라 전방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빌드업 축구’를 선호해왔다.
자연스레 수비수들도 하프 라인 부근까지 올라오게 된다.
이에 선수비 후역습을 하는 팀을 만나면 뒷공간이 약점이 돼 실점 위기를 겪었다.
지난 코스타리카전도 그랬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성장한 김민재(26·나폴리)를 보유하고도 수비 불안이 계속 언급되는 이유다.
이럴 땐 수비수가 덜 올라오게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 숫자를 늘리거나 수비수가 노출한 뒷공간을 원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 1명 배치 전술) 자원이 지치지 않고 90분 내내 커버하도록 세부 지시를 내리는 것이 해결책이다.
전자의 경우 포메이션 변경을 통해 가능하지만 후자는 선발로 뛴 선수와 교체로 나서는 이의 역량 차이가 크지 않아야 쓸 수 있는 전략이다.
손준호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해낼 수 있는 최적의 자원이다.
벤투 감독은 현재 정우영(33·알 사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쓴다.
볼을 소유했을 때는 황인범(26·올림피아코스)과 함께 후방에 머물지만 공격으로 전개할 때는 정우영은 후방에, 황인범이 전진하는 구조다.
즉 정우영 원볼란치 체제다.
하지만 정우영의 실력과 별개로 30대 중반을 향하면서 드러난 체력적 한계는 후반 중반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벤투 감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코스타리카전에서 정우영을 대신해 손준호를 투입, 손준호는 제 몫을 해줬다.
두 번째 해결책엔 합격점을 주기 충분했다.
첫 번째 해결책 여부는 벤투 감독의 선택이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한국이 압도할 수 있는 상대는 없다.
H조에 자리한 팀들 중 가나를 제외하곤 전부 한국이 열세다.
즉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배치하며 백포라인을 보다 안정적으로 방어하는 전략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벤투 감독도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을 두는 방안을 “고려는 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높은 확률은 아니지만 축구에 ‘절대’는 없다.
그렇게 이번 카메룬전에서 해당 실험을 한다면 정우영의 1순위 파트너는 손준호다.
손준호가 그렇게 여러 차례의 검증을 거치면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준다면 한국의 호성적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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