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WC 역사는 이변의 연속이었다[SS월드컵]

29일 2020카타르월드컵 H조 가나전에서 한국대표팀이 3번째 골을 허용하자 붉은악마 팬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도하(카타르)|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축구사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동떨어지는 경기의 연속이다.
아시아 국가 유일의 4강 진출의 기적을 이룬 2002한일월드컵도 이변의 연속이었다.

이번 가나전 2-3 패배는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 32경기가 진행된 가운데 두 번째 이변이다.
가나의 FIFA 랭킹은 출전국 가운데 최하위인 61위다.
10회 연속 WC 본선에 진출한 한국대표팀은 28위. 첫 번째 이변은 49위 사우디 아라비아가 4위 아르헨티나를 침몰시킨 게임이다.
가나대표팀은 평균 연령 24.7세로 32개 최연소다.
한국대표팀은 평균 연령 27.8세다.

카타르로 출발하기 전 전문가들과 언론의 분석은 1승1무1패 전력이었다.
FIFA 랭킹 8위 포르투갈에게는 전력상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13위 우루과이는 무승부, 61위 가나전에 승리한다는 시나리오였다.
우루과이 첫 경기를 0-0 무승부로 비겼을 때 기대를 걸었던 이유다.
잘 싸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의 월드컵 기록은 첫 경기 무승부가 16강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록은 거짓말하지 않는다(Numbers never lie.).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2-2 무승부, 2014년 러시아와 1-1로 비긴 뒤 16강 진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아울러 시나리오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2014년 브라질 대회도 그랬다.
한국은 벨기에(당시 랭킹 11위), 러시아(19위), 알제리(22위)와 함께 H조에 속했다.
한국은 32개 출전국 가운데 호주(62위)에 이은 최하위 랭킹 57위였다.

첫 경기에서 러시아 골키퍼의 실수로 1-1 무승부를 기록해 홍명보 감독이 이끈 태극전사의 사기충천해 있었다.
알제리가 16강 진출의 제물로 보였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알제리는 한국대표팀을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한국은 전반에만 3골을 허용하고 후반에 손흥민, 구자철의 만회골로 2-4로 무릎을 꿇었다.

이 때까지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감독으로 승승장구했던 홍명보 감독은 알제리전 참사로 지도력에 큰 손상을 입었다.
벨기에에게도 0-1로 패하면서 브라질 대회 후 감독에서 물러났다.
감독의 경질은 어처구니없는 참패, 라이벌전에서의 패배 등이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다.
한국을 대표했던 차범근 감독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치욕의 대회 도중 경질 사태도 네덜란드에 0-5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한국대표팀은 가나전에서 조규성(전북 현대)이라는 스타탄생을 연출했다.
WC 사상 첫 멀티골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또 한 번 좌절을 맛봤다.
2골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한국은 가나전까지 총 36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번도 경기에서 3골 이상을 터뜨려보지 못했다.

‘스타탄생’ 한국대표팀의 조규성이 두 번째 헤더로 동점골을 작성한 뒤 주먹을 불끈쥐고 가뻐하고 있다.
조규성은 한국대표팀 WC 사상 첫 멀티골 주인공이 됐다.
도하(카타르)|로이터연합뉴스

이제 12월3일 데이비드와 골리앗의 싸움만이 남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포루투갈은 랭킹 8위다.
대표팀 거의 전원이 유럽축구 명문클럽 소속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WC에서 딱 한 차례 맞붙은 2002한일월드컵 조별 경기에서 1-0으로 눌러 거함 포르투갈의 16강 진출을 좌절시킨 희망의 추억을 살릴 필요가 있다.
박지성이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수비수를 제치고 때린 골은 한국대표팀 WC 역사에 길이 남는 명장면이다.
이변의 연속이 포르투갈전에도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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