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예고한 LG 김윤식 47번 저주요? 또 예상을 깨면 됩니다[SSinAZ]

LG 김윤식이 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공식 훈련 첫 날에 인터뷰 후 사진을 찍고 있다.
애리조나 | 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애리조나=윤세호기자] 마침내 우상이 달았던 등번호를 달았다.
우상이 팀을 떠난 후 활약한 선수가 없는 등번호인데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그랬던 것처럼 올해 새 등번호를 달고 두 번째 반전을 예고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한 해를 준비하는 LG 왼손 선발투수 김윤식(23) 얘기다.
김윤식은 2023시즌부터 등번호 47번을 단다.
우상 이상훈 해설위원의 현역시절 등번호로 LG는 이 코치가 떠난 2019년부터 47번을 비워뒀다.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57번을 달었던 김윤식은 5년 만에 새로운 47번의 주인공이 됐다.
늘 원했던 번호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흥고 2학년 시절 투수로 전향했던 김윤식은 이상훈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롤모델로 삼았다.
이 위원의 현역 시절 모습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으나 인터넷을 통해 이 위원이 활약했던 모습을 돌아보고 이 위원 같은 투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류현진, 양현종, 클레이튼 커쇼, 기쿠치 유세이 등의 투구도 꾸준히 지켜보지만 자신의 마음을 가장 뜨겁게 만든 이는 이 위원이었다.
김윤식은 “투수로 전향하고 나서 늘 왼손투수들의 영상을 봤다.
좋은 투수들이 많은데 이상훈 코치님께서 현역 시절 공을 던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상훈 코치님처럼 강한 투수가 되고 싶었고 프로 팀도 코치님이 뛰었던 LG에 오게 됐다.
고교 시절 LG에 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는데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는 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시작부터 47번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빈 번호였으나 LG에서 47번의 의미를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에 47번과 비슷한 57번을 달기로 했다.
그리고 3년차였던 지난해 김윤식은 LG가 고대했던 토종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다.
특히 순위경쟁이 치열했던 후반기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2.68로 활약했다.
첫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이었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골든글러브 투수 안우진에 맞서 호투를 펼쳤다.

LG 선발투수 김윤식이 작년 10월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투구를 마치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윤식은 “57번을 달면서도 언젠가는 한 번 47번을 달고 싶었다.
항상 47번을 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며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구단에 47번을 달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승낙해주셨다.
아직 나는 부족한 투수지만 이번에 47번을 달면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상훈 코치님께도 연락을 드렸다.
코치님께서도 허락해주시면서 47번 달고 더 씩씩하게 던지라고 하셨다”고 미소지었다.

마냥 성공을 상징하는 번호는 아니다.
21세기 LG에서 47번을 달고 활약한 선수는 이 위원이 유일하다.
이 위원이 현역에서 은퇴한 후 꽤 많은 선수들이 47번을 선택했지만 누구도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이 위원은 2016년 LG 투수코치로 복귀하면서 “등번호는 47번을 달기로 했다.
나 이후 47번을 선택해 잘 된 선수가 없다.
부상 당한 선수도 있었다.
저주받은 번호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 47번을 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일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위원 이후 활약한 선수가 없다는 얘기를 흥미롭게 들은 김윤식은 “그렇다면 47번을 단 게 부담감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다.
작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많았다.
플레이오프도 그렇고 상대 에이스와 마주하는 경기가 자주 있었다.
예측은 늘 내가 어렵다고 했는데 많이 이겨냈다”며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더 자신있게 투구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
47번이 저주라고 할 수 있으나 47번을 달고 또 예상을 깨면 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2003년 7월 3일 마무리투수로 나서 세이브를 기록한 LG 이상훈. | 스포츠서울DB

몸상태도 좋다.
지난 2년과 달리 올해는 낮기온이 20도까지 오르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시즌을 준비한다.
김윤식은 “한국에서 할 때는 날씨 때문인지 페이스가 좀 늦게 올라오곤 했다.
어깨 상태도 좋지 않았다.
사실 캠프 기간 몸이 좋았던 적이 없다”며 “지금은 괜찮다.
훈련 전에 김용일 코치님과 따로 운동하는 루틴이 있다.
이전보다 따뜻한 곳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데에 따른 기대도 있다.
작년보다 더 많은 경기, 더 많은 이닝 던지면서 좋았을 때 모습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위원은 1990년대 LG 황금기를 상징하는 투수였다.
이제부터는 김윤식이 이 위원의 계보를 잇는 꿈을 꾼다.
꿈이 이뤄진다면 LG의 목표 또한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bng7@sportsseoul.com

스포츠뉴스 입니다.

파워링크 등록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