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황선홍호’가 최악의 졸전, 퇴장 악재 등이 겹치며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혔다.
한국 축구는 40년 만에 하계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U-23 대표팀은 26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있는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전 인도네시아와 전,후반 연장까지 2-2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밀리며 탈락했다.
이 대회는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축구 아시아 최종 예선을 겸한다.
상위 3개 팀에 본선 직행권이 주어진다.
4위 팀은 아프리카의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황선홍호는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한 수 아래 전력으로 꼽힌 인도네시아에 고개를 숙였다.
한국 축구는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세계 최초로 올림픽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도하의 비극’을 겪으며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40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황선홍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3골을 기록한 이영준은 벤치에 뒀다.
강성진을 중심으로 엄지성, 홍시후를 공격진에 배치했다.
또 지난 일본과 조별리그 최종전(1-0 승)처럼 미드필더 이강희를 최후방에 두는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다.
그러나 역시 스리백을 가동한 조별리그 3차전 일본전(1-0 승)과 전혀 다른 흐름이었다.
한국은 전반 7분 만에 인도네시아 골문을 저격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수비가 머리로 걷어낸 공을 이강희가 벼락같은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주심을 맡은 호주 출신 숀 에반스 심판은 VAR을 가동, 앞서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한국의 오프사이드 반칙을 잡아냈다.
득점이 취소됐다.
아쉽게 선제골을 날린 한국은 전반 14분 기습적으로 한 골을 얻어맞았다.
네덜란드 태생의 혼혈 선수인 라파엘 스트라이크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절묘한 오른발 감아 차기로 한국 골문 구석을 갈랐다.
이번 대회 한국의 첫 실점이다.
네덜란드 ADO 덴 하그에서 뛰는 스트라이크는 신 감독이 수혈한 주요 혼혈 자원 중 한 명이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강력한 전방 압박과 기동력에 휘청거렸다.
선제골을 터뜨린 상대 수비는 더욱더 거칠었다.
그러나 황 감독은 스리백 전술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전반 31분 추가 실점 위기를 겪었다.
인도네시아 최고 유망주로 불리는 마르셀리노 페르디난이 스트라이크와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원투 패스를 주고받았다.
순식간에 한국 수비를 벗겨낸 뒤 백종범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그러나 오른발 슛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한국으로서는 행운이 따랐다.
좀처럼 해답을 찾지 못한 한국은 전반 45분 홍시후의 오른쪽 크로스 때 엄지성의 헤더가 상대 수비수 코망 테구 크리난다 얼굴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행운의 동점골로 기사회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3분 뒤 두 번째 골을 얻어맞았다.
인도네시아의 후방 긴 패스 때 스트라이크가 문전으로 흐른 공을 따랐다.
이때 이강희와 조현택이 마크를 미뤘고, 스트라이크가 재빠르게 왼발로 차 넣었다.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에도 스트라이크에게 다시 결정적인 슛을 내줬는데 백종범 골키퍼의 선방으로 돌려세웠다.
결국 전반에 ‘유효 슛 0개’ 졸전을 펼치면서 인도네시아에 밀리며 후반을 맞이했다.
황 감독은 변화를 줬다.
홍시후와 2선의 김동진, 왼쪽 풀백 이태석을 뺐다.
정상빈과 이영준, 강상윤을 각각 교체로 투입했다.
이영준이 최전방을 지키면서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한국은 수비부터 안일한 자세로 위기를 지속했다.
후반 9분 상대 컷백 때 느슨한 수비로 마크에 실패했다.
프라타마 아르한 알리프가 공을 이어받아 백종범과 맞섰는데 오른발 슛이 골문 위로 떴다.
2분 뒤엔 인도네시아 역습을 제어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가 다시 위협적인 오른발 슛으로 한국을 두드렸다.
후반 15분 한국은 황재원의 컷백을 거쳐 강성진이 문전에서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왼발 슛이 인도네시아 수비 블록에 걸렸다.
도무지 해법을 찾지 못한 한국은 전반 24분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해결사 노릇을 기대한 이영준이 레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수 저스틴 허브너와 볼 경합을 하다가 발목을 짓밟은 것이다.
에반스 주심은 VAR를 거쳐 기존 옐로카드를 취소하고 레드카드로 바꿔 들었다.
할 말이 없는 퇴장이었다.
황 감독은 홍윤상, 장시영을 연달아 투입하면서 총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수비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지속해서 예리한 역습으로 받아쳤다.
‘파리행 어둠’이 드리운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코 수적 열세를 딛고 후반 38분 극적인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역습 기회에서 공을 잡은 정상빈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파고든 뒤 간결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득점이다.
후반 추가 시간 10분이 주어진 가운데 한국은 또다른 변수를 맞았다.
황 감독이 항의하다가 레드카드를 받은 것이다.
그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벤치를 떠났다.
한국은 이영준에 이어 수장까지 그라운드를 떠난 가운데 연장 승부를 치렀다.
한국은 공격보다 수비에 중심을 뒀다.
연장 후반엔 김민우까지 투입해 파이브백으로 내려섰다.
승부를 내기보다 승부차기로 가려는 의지가 보였다.
자연스럽게 인도네시아의 공세가 두드러졌다.
연장 후반 4분 허브너의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 슛을 백종범이 쳐냈다.
5분 뒤엔 또다른 네덜란드 태생인 네이선 조가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을 때렸다.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연장 후반 12분엔 교체 자원인 라마단 사난타가 위협적인 헤더 슛으로 위협했다.
결국 연장까지 양 팀은 더는 득점하지 못했다.
승부차기로 4강을 가렸다.
‘러시안 룰렛’의 잔인한 싸움에서 양 팀은 5번째 키커까지 모두 성공시켰다.
6번 키커 대결에서 선축 한국의 강상윤이 실축했으나 이어진 인도네시아의 아르칸 피크리도 실패하면서 경쟁이 이어졌다.
이후 양 팀은 골키퍼를 포함해 10번 키커까지 모두 성공, 한바퀴를 돌았다.
승부가 갈린 건 12번째 키커 대결이다.
한국 이강희의 오른발 슛이 상대 골키퍼 손에 걸렸다.
인도네시아의 아르한은 왼발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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