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양양=이웅희 기자] 한국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그 시발점이 박하준(24·KT)이다.
박하준은 혼성 10m 공기소총에서 한국 대표팀 첫 메달을 따내며 물꼬를 텄다.
박하준의 부모님은 국위선양에 앞장선 아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박하준은 지난달 27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혼성 10m 공기소총에서 금지현과 함께 짝을 이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 대표팀의 첫 메달이었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공기소총 10m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 사격 선수단에 대회 첫 메달을 안긴 박하준은 이번에도 메달행진의 스타트를 끊었다.
강원도 양양에서 펜션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하준의 부모님은 가족 단톡방을 통해 밤낮 없이 박하준을 응원했다.
박하준의 어머니 조영자 씨는 “아들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하지만 가족 단톡방에 ‘이번에는 자신있다’고 말하더라. 아들을 믿었다”면서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간 것만으로도 대견한데 메달까지 땄다.
감사하고, 기쁘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하준의 아버지 박종균 씨 역시 “막내인 (박)하준이가 마냥 어린 줄만 알았는데 올림픽 국가대표로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총을 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박하준의 파리올림픽 은메달은 박하준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 한켠을 장식하고 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메달을 보며 “정말 올림픽 메달인가요?”라고 놀라며 “아드님이 자랑스럽겠다”라며 축하인사를 건넸다.
올림픽 메달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느라 바빴다.
3남 1녀의 막내인 박하준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셋째 누나인 박하향기(28·고성군청)를 따라 사격에 입문했다.
박 씨는 “누나의 생활체육 사격 때 따라간 게 계기가 됐다.
하준이가 메달을 따면서 누나 이름도 계속 나와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하지만 누나도 동생이 자랑스러울 것”이라며 웃었다.
조 씨도 “하준이가 어렸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는데 사격을 하면서 바뀌었다.
총을 쏠 때 한번 집중하면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른다”며 혀를 내둘렀다.
세계 최고로 우뚝 선 박하준은 떡잎부터 달랐다.
조 씨는 “하준이는 어렸을 때부터 가능성을 보였고, 잘했다.
전국체전, 아시안게임 같은 큰 경기들 외에 다른 대회도 엄청 많다.
그런 대회들 입상까지 하면 어려서부터 메달을 많이 받았다”면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에게 학원비가 들지 않는 것처럼 하준이도 처음 총을 사줄 때를 제하면 큰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벌면서 총을 쏜 거 같다.
늘 많이 해준 게 없어 미안한 게 부모마음인데 하준이에게 많이 고맙다”고 말했다.
박하준과 함께 한국 사격 국가대표단은 올림픽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평소 국민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박 씨는 “내 아들이 사격을 한다고 얘기하면 ‘아들이 양궁을 한다고 했나?’ 또는 ‘진종오 했던 권총 선수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아들은 권총이 아니라 소총을 쏜다’고 계속 반복해 얘기해야했다”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사격이 효자종목 역할을 했으니 앞으로 관심과 인기가 좀 더 올라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며 미소 지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박하준은 지난 1일 귀국했다.
조 씨는 “공항에 마중나갔다가 다시 양양으로 왔다.
돌아오면서 메달을 받아왔다.
하준이가 아버지한테 면세점에서 사온 선물을 주더니, 엄마한테는 선물이라며 메달을 주더라”라며 “‘금메달까지 땄으면 좋았을텐데’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부모 입장에선 메달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
주위 분들이 함께 기뻐해주시는데 상금을 받으면 가을추수하기 전에 마을잔치도 해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 메달까지 딴 영웅이지만 부모의 눈에는 아직도 어린 자식이다.
조 씨는 “행동 하나, 말 한마디 조심해야 한다고 늘 가르쳤다.
본인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준이가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사격 역사에 남을 훌륭한 선수,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었으면 한다”며 애정어린 당부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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