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구 대표팀의 별칭은 ‘드림팀’이다.
꿈에서나 볼 수 있는 팀이라는 뜻이다.
대학 선수들로만 꾸려 출전한 1988 서울 올림픽 농구에서 동메달에 그친 미국은 1992 바르셀로나부터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비롯한 미국 프로농구(NBA) 최고의 슈퍼스타들을 총 집결시켰다.
드림팀의 첫 탄생이었다.
이후 매 올림픽마다 NBA 선수들로 나선 미국 농구는 1992 바르셀로나부터 2020 도쿄까지 2004 아테네(동메달)을 제외하고 모든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이번 2024 파리에서도 미국 농구 대표팀은 현역 최고의 선수들을 불러다 모았다.
이제 마흔줄에 접어든 역대 통산 득점 1위 르브론 제임스(40·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를 2012 런던 이후 12년 만에 다시 드림팀으로 불러들였을 정도다.
여기에 2012 런던부터 2020 도쿄까지 올림픽 3연패를 이끈 ‘지구 1옵션’으로 불리는 득점기계 케빈 듀란트(36·피닉스 선즈), 역대 최고의 3점슈터이자 NBA의 아이콘인 스테픈 커리(36·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까지 합류했다.
커리는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다.
이른바 NBA를 대표하는 3인방인 ‘릅듀커’가 처음으로 드림팀에서 뭉친 것이다.
미국이 2024 파리에서 최고 슈퍼스타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있다.
지난해 열린 2023 농구 월드컵에서 미국은 젊은 유망주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는데 4위에 머물며 스타일을 제대로 구기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자존심이 또 한 번 무너질 뻔한 상황에서 기사회생했다.
금메달을 따도 본전인 드림팀은 결승 진출의 문턱인 준결승에서 세르비아에게 경기 내내 뒤지다 4쿼터 막판 극적인 역전승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미국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농구 준결승에서 세르비아에 95-91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미국은 앞선 경기에서 독일을 누르고 결승에 선착한 개최국 프랑스와 10일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경기 초반만 해도 미국의 경기력은 준수했다.
‘판타지스타’ 커리가 1쿼터 초반에서 4연속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쾌조의 슛 컨디션을 보였기 때문. 다만 세르비아는 요키치에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선수의 슛감이 골고루 좋았다.
커리만 돋보였던 미국을 상대로 1쿼터에 31-23으로 앞섰다.
2쿼터에도 미국의 경기력은 신통치 않았다.
소속팀에서는 모두 공을 들고 플레이하는 선수들이다 보니 개인 기량은 좋았지만, 서로의 공격 찬스를 보며 패스를 뿌리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부족했다.
대부분의 득점은 개인 기량에 의해서만 놨다.
2쿼터도 세르비아가 23-20으로 앞서면서 세르비아는 전반을 54-43, 11점차 리드로 끝냈다.
하프 타임 때만 해도 후반 초반부터 미국이 달라진 모습으로 나오겠지 싶었다.
이대로 드림팀이 패하고 있을 선수들이 아닐 것이라는, 일종의 믿음이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3쿼터에도 여실히 깨졌다.
요키치를 중심으로 한 세르비아의 유기적인 플레이는 미국 수비를 농락했다.
라인업에 NBA에서 주전급으로 뛰는 선수는 요키치와 보그단 보그다노비치 정도밖에 없지만, 세르비아는 선수들과의 호흡이 좋으면 드림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미국은 3쿼터에 처음으로 쿼터별 점수 22-20으로 앞서면서 74-65, 한 자릿수로 득점차를 줄이며 4쿼터를 맞이했다.
4쿼터에도 세르비아와 미국의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이대로 드림팀이 진짜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순간, NBA 톱플레이어들이 모인 드림팀 선수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4쿼터 종료 7분18초를 남겨두고 78-70에서 데빈 부커의 아크 정면 3점슛이 터지면서 78-73, 5점차 투포제션 게임을 만들어냈다.
세르비아는 당황하지 않았다.
보그다노비치가 곧바로 미드레인지를 적중시키며 미국 벤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득점에 관해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듀란트가 미드레인지 점퍼를 성공시키며 80-75, 5점차로 열세폭을 줄였다.
이후엔 득점 쟁탈전이 벌어졌다.
요키치에 이어 NBA NO.2 센터로 꼽히는 조엘 엠비드도 득점 행진에 가세하며 요키치와의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미드레인지로 슛감을 조율한 엠비드는 이후 르브론의 엔트리 패스를 받아 곧바로 슛을 성공시키며 상대 반칙까지 얻어냈고, 자유투를 성공시켜 경기는 84-80이 됐다.
이어 요키치의 수비를 등에 업고 포스트업 후 페이드 어웨이 슛을 성공시키면서 84-82, 원 포제션 경기로 만들었다.
프랑스 국적을 취득할 때 프랑스 국가대표팀 외에는 절대 뛰지 않겠다고 마크롱 대통령에게 공개서한까지 보냈다가 이후 미국 국적을 취득한 뒤 이번 올림픽에서 미국 대표팀을 선택하면서 이번 올림픽 내내 프랑스 홈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뛰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 않는 득점 행진이었다.
동점을 만든 것은 드림팀의 맏형 르브론이었다.
상대 수비 방해를 뚫고 페인트존까지 파고들어 레이업을 성공시키며 84-84를 만들어냈다.
경기 종료 3분35초를 남기고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낸 동점이었다.
세르비아도 요키치의 환상적인 패스에 이은 필립 페트루세프의 덩크슛으로 다시 86-84를 만들었고, 이후 수비에서 엠비드의 턴오버를 이끌어내며 승리에 대한 열망을 보여줬다.
그러나 미국엔 역대 최고의 3점 슈터 커리가 있었다.
르브론의 패스를 건네받은 커리가 3점슛을 성공시켰고, 이후 르브론의 속공 득점과 커리의 속공 득점까지 터져 나오면서 미국은 종료 1분41초를 남겨두고 91-86으로 달아났다.
괜히 드림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한 미친 듯한 움직임이었다.
다잡은 승리를 경기 막판 내주게 생긴 세르비아는 종료 56.4초전 보그다노비치가 돌파 후 앤드원을 이끌어내며 다시 91-89로 추격했다.
절체절명의 상황, 미국의 선택은 ‘지구 1옵션’ 듀란트였다.
듀란트는 아크 정면에서 상대 수비를 농락하며 미드레인지 점퍼를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요키치도 득점포에 가세하며 26초를 남기고 93-91이 됐다.
이후 세르비아는 미국의 공을 빼앗는 데 실패했고, 8.2초를 남기고 파울 작전에 돌입했다.
그런데 하필 파울을 한 선수가 현역 선수 중 자유투를 제일 잘 넣는 커리였다.
커리는 침착하게 2개 모두를 집어넣었다.
95-91. 공격 기회 1번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였다.
마지막 보그다노비치의 슛이 벗어나면서 미국의 승리가 확정됐다.
드림팀은 드림팀이었다.
커리가 3점슛 9개를 포함해 양팀 통틀어 최다인 36점을 몰아쳤다.
여기에 르브론이 16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블 더블에 성공했다.
세르비아에서는 요키치가 17점 11어시스트 5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선수 대부분이 분전했지만, 드림팀의 스타 파워를 이겨내기엔 마지막 한끗이 부족했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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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너무 잘했어요 미국 질뻔했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