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샤토루=김동영 기자] “언젠가 나중에 다시 만나요.”
그냥 동메달이 아니다.
아픔이 묻었다.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포기할 수 없었고, 경기에 나섰다.
당당히 메달리스트가 됐다.
사격 대표팀 김정남(46·BDH파라스) 얘기다.
김정남은 2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사격 혼성 25m 권총 SH1 결선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앞서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25m는 달랐다.
금메달이 아니라는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밝은 표정이었다.
즐길 자격은 충분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아픔이 있었다.
파리에 있는 동안 아버지를 잃었다.
김정남은 “사실 일주일 전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장례도 지켜보지 못했다.
슬픔으로 힘들었다.
값진 동메달을 가지고 찾아뵐 수 있어 다행이다”고 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중요한 패럴림픽을 앞둔 상황. 돌아갈 수도 없었다.
여파가 있었다.
첫 종목인 P1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부진했다.
절치부심했고, 25m에서는 시상대에 올랐다.
당당한 메달리스트가 되어 돌아갈 수 있게 됐다.
김정남은 “갑자기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파리에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마음이 착잡했다.
그나마 동생이 있어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배동현 선수단장님이 나주까지 직원을 파견해 장례 일체를 챙겨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예전에 머리를 다치셨다.
수술 후 회복됐다.
상태가 좋아져서 집에서 생활하셨는데 약간 치매 증상이 왔다.
한국에 돌아가면 병원 검진을 받아보려 했다.
그랬는데 이렇게 됐다.
너무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급선무였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동생에게 장례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마음 정리가 안 되더라. 10m 공기권총에서 좋지 않았다.
사격을 시작한 후 가장 나쁜 성적이 나왔다.
집중이 안 됐다.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꼭 메달을 따고 싶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 회장도 “김정남 선수가 정말 메달을 땄으면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지 않았나. 꼭 성과를 냈으면 했다”고 했다.
실제로 김정남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말 감사했다.
벅찬 감정을 느꼈다.
장례를 챙겨주신 단장님께도 어느 정도 보답한 것 같다.
이제 메달을 걸고 아버지께 인사드리러 갈 수 있게 됐다.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아버지가 그립다.
“부자가 서로 무뚝뚝했다.
대화가 많지 않았다.
이제 너무 늦어버렸다.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나중에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니까, 그때는 자랑스러운 아들로 만나고 싶다.
더 많은 얘기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애끓는 사부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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