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만 놓고 보면 야마모토 요시노부(LA다저스)를 능가하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강속구 투수 사사키 로키(23)가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에 나선다.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에 나서는 사사키의 미국행이 확정되면서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는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 | 사사키 로키. 사진 = AP연합 |
사사키의 소속팀 지바롯데 마린스는 지난 9일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허락했다.
스포츠닛폰은 지난 9일 “지바롯데 구단이 사사키의 MLB 포스팅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바롯데는 “사사키는 우리 구단에 입단했을 때부터 MLB 진출에 관한 열망을 드러냈다”며 “사사키가 우리 구단에서 5시즌을 보냈다.
이제 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사키와 지바롯데는 지난해에도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2년 연속 메이저리그행 고집을 부린 끝에 꿈을 이루게 된 사사키는 구단을 통해 “한 번뿐인 인생에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마이너리그계약을 하더라도, 세계 최고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지바롯데는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고서 사사키의 MLB 포스팅을 허락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협정에 따라 만 25세 이전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는 ‘상한액이 있는 계약'만 할 수 있다.
미국 언론은 사사키를 자유계약선수(FA) 시장 태풍의 눈으로 꼽고 있지만, 협정에 따라 사사키가 받을 수 있는 계약금은 최대 575만달러(약 80억원), 지바롯데가 받는 보상금은 최대 144만달러(약 20억1000만원)다.
반면 지난해 12월 포스팅을 통해 LA다저스에 입단한 야마모토는 만 25세를 넘기고 진출하면서 12년 3억2500만달러(약 4545억원)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투수 최대규모 계약이었다.
이에 따라 야마모토의 원 소속구단인 오릭스 버펄로스는 보상금 5060만달러(약 708억원)를 받았다.
사사키도 2026시즌을 마치고 MLB에 진출하면 상한선 없는 계약을 할 수 있고,지바롯데도 더 많은 보상금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MLB 조기 진출을 원하는 사사키의 의지를 구단이 꺾지 못했다.
고교 시절 시속 163㎞의 빠른 공을 던져 유명세를 얻은 사사키는 2020년 지바롯데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입단 첫해 지바롯데는 사사키를 1,2군 경기에 단 한 번도 등판시키지 않았다.
몸의 성장이 다 완성되지 않은 사사키를 바로 실전에 등판시키는 대신 투구폼과 릴리스 포인트를 교정한 것이다.
프로 2년차인 2021년 5월에야 일본 프로야구 1군 무대에 데뷔한 사사키는 11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했다.
3년차인 2022년 사사키의 이름이 전 세계에 널리 퍼졌다.
그해 세 번째 등판이었던 4월10일 오릭스전에서 9이닝 동안 단 한 번의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사사키의 이름이 알려졌다.
13타자를 연속 탈삼진 처리하며 세계신기록(KBO리그와 MLB는 10타자 연속)을 세우는 등 무려 탈삼진 19개를 곁들여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 퍼펙트게임이었다.
100마일을 훌쩍 넘어 102.5마일(약 162.5km)에 달하는 포심패스트볼과 시속 140km대 중후반, 최고 150km를 찍는 포크볼을 앞세운 투피치 투수였던 사사키는 2024시즌 들어 슬라이더의 구사 비율을 늘려 쓰리피치 투수로 거듭났다.
일본 프로야구 통산 성적은 64경기 등판 394.2이닝 29승15패 평균자책점 2.10 탈삼진 505개다.
통산 400이닝을 던지지도 않았는데 500개가 넘는 탈삼진을 잡아낼 정도로 스터프는 역대 일본 프로야구 출신 중 NO.1이라는 평가다.
피홈런도 단 15개에 불과하고, 볼넷도 88개로 안정된 제구력까지 갖추고 있어 FIP(수비 무관 투구 기록)은 무려 1.78에 달한다.
모든게 완벽해 보이는 사사키지만, 약점은 있다.
바로 내구성이다.
사사키의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이닝 소화는 2022년의 129.1이닝에 불과하다.
2024시즌에도 111이닝만 던지는 등 단 한번도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
워낙 구속이 빠른 공을 던져 부상위험이 크다보니 정기적으로 휴식을 부여받았고, 이닝 제한이 없었던 2024시즌에도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많았다.
6선발 체제를 가동하기도 하는 일본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5선발 체제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고, 워낙 험난한 일정과 이동거리가 일본과 비교불가한 수준이다.
이런 메이저리그에서 과연 사사키가 부상 업이 한 시즌을 풀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MLB닷컴 등 미국 현지 언론은 지바롯데 구단의 사사키 포스팅 허락을 속보로 전했다.
사사키의 미국행 포스팅이 정해지기 전에도 ’ESPN‘은 이번 겨울 FA 랭킹에서 사사키를 2위에 올려놓았고, ’디애슬래틱‘도 3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과연 포스팅을 통해 사사키를 품을 팀은 어디가 될까. 벌써 "다저스가 사사키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사사키를 향한 MLB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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