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패배’라는 두 글자를 잊고 쉬지 않고 달려온 후유증일까. 개막 후 연승행진이 ‘14’에서 멈췄던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에게 패하며 시즌 첫 연패를 당했다.
흥국생명은 2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현대건설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12-25 21-25 16-25) 완패를 당했다.
지난 10월19일 현대건설과의 시즌 개막전 3-1 승리를 시작으로 개막 14연승을 달리다 지난 17일 정관장에게 1-3으로 패해 연승행진이 깨졌던 흥국생명. 이날 경기마저 패하면서 시즌 첫 연패 수렁에 빠졌다.
승점 40(14승2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승점 3을 챙긴 현대건설(승점 37, 12승4패)에게 승점 3 차이로 추격을 허용했다.
독주 체제가 불과 2경기 패배로 흔들리는 흥국생명이다.
연승 행진이 깨진 여파도 있지만, 이날 흥국생명은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인 투트쿠 부르주(튀르키예)가 지난 정관장과의 경기 막판 당한 무릎 부상으로 코트를 비웠던 것도 컸다.
경기 전 아본단자 감독은 “투트쿠 상태가 좋지 않다.
정확하게 얼마나 못 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며칠 더 지켜봐야 한다.
오늘 경기를 포함해 최소 몇 경기는 뛰지 못한다”라면서 “올 시즌 시작이 좋았지만, 이제 고비가 시작됐다.
투트쿠의 부상과 결장이 다른 선수들의 성장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바람과는 달리 이날 흥국생명은 공격과 수비 모두 현대건설에게 상대가 되지 못했다.
투트쿠의 부재로 인해 화력이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리시브와 수비에서 밀린 게 더욱 컸다.
1세트 흥국생명의 리시브 효율은 4.55%. 리베로 신연경과 도수빈도 리시브 효율 0%를 기록할 정도로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다 보니 공격 작업이 제대로 될리 없었다.
그나마 세트 중반까지 12-15로 접전 양상으로 치러지는 듯 했지만, 현대건설 고예림이 10연속 서브를 넣으며 1세트가 끝났다.
고예림의 서브득점은 1개에 불과했지만, 흥국생명의 리시브가 크게 흔들리면서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10점을 내리 내준 것이다.
천하의 ‘배구여제’ 김연경도 제대로 된 양질의 토스를 제공받지 못하다 보니 1세트 공격 성공률이 16.67%, 효율은 ?8.33%까지 곤두박질쳤다.
2세트 경기 양상도 비슷했다.
14-15로 세트 중반까지는 시소 게임을 펼치다가 한 번에 연속 5실점하며 14-20으로 크게 벌어졌다.
리시브가 흔들려 제대로 된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기도 하고, 리시브 잘 됐을 땐 상대 블로커들에게 틀어 막혔다.
1,2세트를 가볍게 따내며 기세가 오른 현대건설은 3세트는 초반부터 8-3으로 크게 앞서나갔고, 이후 무난하게 리드를 유지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8-16으로 3세트마저 크게 벌어지자 김연경을 코트에서 빼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둔 현대건설은 지난 1,2라운드에서 1-3 패배를 설욕했다.
경기 전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저희도 지지난 시즌에 개막 후 연승을 해봤지만, 깨지면 오히려 홀가분한 것도 있다.
만약 흥국생명이 지난 정관장전을 이기고 왔으면 최다연승 신기록 때문에 우리도, 흥국생명도 부담스러울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부담 없이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 감독 말대로 상대의 연승 신기록 도전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자 한결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허리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토종 주포 정지윤 대신 주전으로 나선 고예림이었다.
올 시즌 첫 선발 출장한 고예림은 1세트 10연속 서브를 넣는 등 자신의 장점인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과 서브에서도 제 몫을 다 하며 13점(공격 성공률 50.00%)을 기록했다.
팀내 최고 득점이자 고예림의 올 시즌 첫 두 자릿수 득점이다.
여기에 위파위(태국)가 12점, 모마 11점, 양효진 9점, 이다현 7점까지 주전 모두가 고르게 활약했다.
반면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3세트 중반 빠지긴 했지만, 올 시즌 최소득점, 최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진 흥국생명은 완패를 피할 길이 없었다.
김연경의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최소득점은 지난 1일 페퍼저축은행전의 13득점, 최저 공격 성공률은 지난달 7일 도로공사전의 38.10%였다.
이날 김연경의 성적표는 고작 6점, 공격 성공률은 25.00%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실도 4개나 범해 득실마진이 +2에 불과했다.
흥국생명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것은 피치(10점), 딱 한 명이었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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