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도전. 모두가 ‘NO’를 외치지만, 체육계만 ‘YES’를 외친다.
대체 왜일까.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총 6명이 입후보를 알렸다.
물거품 된 야권 단일화와 함께 형성된 ‘다자구도’. 미소 짓는 이는 역시 이기흥 회장이다.
각종 비리 및 위법 행위 의혹을 받는 사법리스크와 썩어버린 체육계를 향한 차가운 여론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회장에게 단일화 무산으로 인한 표의 분산은 반갑다.
체육계에도 “이대로라면 또 이기흥”이라는 게 중론이다.
심지어 “단일화했어도 꺾기 힘든 마당에, 그마저도 실패했다”는 볼멘소리도 터진다.
바탕에는 이기흥 회장이 지난 8년의 재임 기간에 가꿔둔 ‘텃밭’이 있다.
외부 문제와 별개로 무조건 이기흥에게 표를 던질 지지층이 최소 40%는 된다는 푸념도 나온다.
이들의 맹목적인 지지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출마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익명을 요구한 체육계 관계자는 “이 회장을 따르는 핵심 세력은 바로 지방체육회 관계자들이다.
이 회장은 시·군·구까지 파고들지 않은 곳이 없다.
문체부에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를 주장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정치를 잘 활용하는 인물”이라며 “각 단체의 요청을 잘 들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교감에 집중했다.
‘공수표’도 많이 날렸고, 적절한 ‘당근’도 던져줬다.
유권자들은 당연히 자기한테 잘해주는 사람에게 표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지역 체육단체는 예산 문제로 엮이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갈등이 많다.
그 속에서 이 회장이 지역 체육단체들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인기도를 관리했다”며 “대한체육회 예산으로 운영된 파리올림픽 참관단도 지방 체육회 관계자들로 꾸려지면서 선거를 위한 선심성 의심을 받아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나. 체육단체장 연임 제한 폐지도 지역 단체장들에게 이득으로 작용했다.
이들이 이기흥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체육회장 선거 시스템도 기득권 유지에 도움을 준다는 지적이다.
현 선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추려지는 2300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치러진다.
이때 이 회장이 2022년 도입한 ‘지정선거인 제도’에 의해 전국 228개 시군구체육회에서 추천한 인사가 반드시 포함된다.
선거인단의 약 10%를 사실상 ‘친이기흥파’가 차지하며, 일종의 사전 선거운동까지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는 셈이다.
 | 대한체육회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연임 승인 관련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이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손팻말을 들고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문제가 많은 선거 시스템이다.
선거인단 구성 과정부터 형평에 맞지 않는 문제들이 많이 보인다”며 부조리를 꼬집었다.
또한 “체육회장 선거는 무조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만 진행된다.
상대적으로 선거 자체에 관심이 덜하거나 지방 거주로 인한 현실적인 문제를 가진 선거인단으로 인해 사표도 많이 발생한다.
과거 ‘체육관 선거’를 연상시키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정 교수는 “지방에 투표소를 배치하는 건 예산 문제로, 모바일 투표는 신뢰도 문제가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체육회장 선거도 마치 교육감 선거처럼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며 “국민적 관심도도 올라가는 데다가, 연간 5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주무르는 위치이지 않나. 당장 있을 선거는 이대로 가겠지만, 향후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스포츠월드(www.sportsworldi.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