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드래프트 시대 앞둔 KBO리그, 지명권 거래 확대는 어떨까

2019년 8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던 2020 신인 드래프트.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KBO리그는 이듬해부터 신인 지명 방식을 전면 드래프트로 전환한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1차 지역 연고 지명 없이 신인을 지명한다.
11라운드까지 팀당 11명의 신인을 지명할 계획인데 정확한 순번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전 전면 드래프트에서는 성적 역순, 즉 최하위 팀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했다.
2023 신인 드래프트는 하위권 5개 팀, 혹은 최하위 3개 팀이 추첨을 통해 지명순위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고의패배, 이른바 탱킹(Tanking)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전면 드래프트가 가장 주목받고 활성화된 리그는 미국 최고 인기스포츠인 NFL(미국 프로 미식축구 리그)이다.
NFL은 1936년부터 드래프트를 시행했다.
전력 평준화를 목표로 약팀이 가장 뛰어난 신인을 데려올 수 있는 제도를 시행했고, 이는 프로 스포츠 리그를 즐기는 또 하나의 묘미가 됐다.
미국 4대 프로스포츠(NFL, MLB, NBA, NHL) 모두 전면 드래프트를 통해 신인을 수급한다.

NFL 드래프트는 거대한 축제다.
단순히 드래프트 행사장만 팬들이 찾는 게 아닌 드래프트 날에는 풋볼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드래프트 행사를 시청한다.
방송을 포함한 미디어 또한 하루 종일 드래프트 관련 소식을 전한다.
사진은 지난 4월에 열린 2021 NFL 드래프트를 바라보는 팬들의 모습. 클리블랜드 | UPI 연합뉴스

NFL 신인 드래프트는 또 하나의 전쟁터로 꼽힌다.
32개 구단이 드래프트에 앞서 고도의 전략을 세운다.
단순히 순번에 맞게 선수를 지명하는 게 아닌 트레이드를 통한 지명권 거래로 구단마다 베스트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2014년 개봉한 영화 드래프트 데이(Draft Day)에서 이런 모습이 극적으로 표현된 바 있다.
NBA도 드래프트에서 수많은 지명권 거래가 이뤄진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라운드 지명권 30개 중 14개가 트레이드를 통해 이동했다.
최근 5년 중 NBA 신인 드래프트 최고 반전 사례는 보스턴이 만들었다.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보스턴은 보유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3순위 지명권과 트레이드했다.
1순위 지명권을 필라델피아에 건네고 필라델피아로부터 3순위 지명권과 미래 지명권을 받았다.
모두가 1순위 주인공으로 포인트가드 마켈 펄츠 지명을 예상했는데 보스턴은 픽다운을 통해 3순위로 포워드 제이슨 테이텀을 선택했다.
필라델피아는 예상대로 펄츠를 지명했다.
이후 테이텀과 펄츠의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테이텀이 보스턴 에이스이자 미국 대표팀 선수로 승승장구하는 반면 펄츠는 반복된 부상으로 좀처럼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보스턴 포워드 제이슨 테이텀. 보스턴 | AP 연합뉴스

KBO리그도 지난해부터 신인 지명권 거래가 허용됐다.
지난해 12월 롯데와 KT가 처음으로 지명권 거래에 합의하면서 내달 13일 롯데는 3라운드에서 2개의 지명권을 행사한다.
키움과 SSG 또한 FA 김상수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에 지명권을 넣으면서 키움은 4라운드에서 2개의 지명권을 행사한다.
더불어 NC와 롯데는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각각 강윤구와 4라운드 지명권을 교환한 바 있다.
NC도 키움처럼 4라운드에서 신인 2명을 호명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의도한 대로 지명권 거래를 통한 트레이드 활성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하지만 NFL, NBA와 비교하면 제한적이다.
지명권 거래는 당해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으로 한정됐다.
지명권끼리 거래도 불가능하다.
지명권 대 선수, 선수 대 지명권 거래만 가능하다.
지명권 거래가 아예 불가능한 MLB보다는 선진적이지만 NFL, NBA만큼 지명권의 거래 범위가 넓지는 않다.
NFL과 NBA에서 상위 지명권은 현금보다 큰 가치를 지닌다.
NBA에서 슈퍼스타가 트레이드로 이적하면 복수의 지명권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KBO리그도 할 수 있다.
NFL과 NBA가 드래프트에서 지명 직전까지 거래에 임하는 것처럼 KBO 드래프트도 더 흥미롭고 치열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유망주를 비축해둔 구단과 유망주가 더 필요한 구단이 이른바 ‘윈-윈 트레이드’를 성사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유망주를 두둑이 보유하고 있는 LG가 한화에 올해 지명권을 주고, 한화로부터 이듬해 지명권을 받는 거래를 하는 것이다.
투수 유망주가 많은 팀이 드래프트 당일 트레이드를 통해 지명 순위를 한두 단계 내리고 야수 유망주를 뽑는 것도 가능하다.
트레이드 마감일은 7월 31일로 유지하되 드래프트 당일까지 지명권 거래를 허용하면 구단은 보다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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