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로 들일뻔 했던 치즈냥이가 있었어요6

라즈앙
등록일 2015-06-05 18:37
조회수 2486

딱 작년 이맘때정도.. 막 더워지기 시작하던 때였으니까요

창고 뒷편에 공터가 있는데 거기 어느새부턴가 치즈냥이 모자가 나타났었어요

어찌 그리 무늬며 생김새며 비슷한지 보면서도 참 신기하다 싶었는데

이 새끼녀석이 태어난지 두달이나 지났을까? 근데 이상하게 절 따르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은 경계하고 겁내면서 거 참 신기하게도 제가 지나가면 따라와서 꼬리 부비고

냥냥거리고.. 집에있는 녀석이 워낙 애교도 없고 해서 이녀석으로 대리만족 많이 했었어요

그렇게 한 보름정도 지났을때 이녀석 어미가 차에 치어서 죽고 말았습니다.

전 죽는걸 못 봤지만 공터에서 박스 모으시는 할머니가 말씀 해주셔서 알게 됐어요

그렇게 덩그러니 혼자 남은 녀석을 그냥 비를 피할만한 작은 공간정도만 만들어 줬었고

그러다보니 정도 들고 데려다가 키워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집에있는 녀석이 슈퍼비만이라 같이 뛰어놀면서

살도 좀 뺐으면 했는데.. 이제 두세달 지난 녀석이라 손이 많이 갈텐데.. 하며 걱정이 앞섰죠

고민고민 하다가 데리고 와야겠다 싶어서 마음을 먹고 그 다음날 녀석을 찾으러 갔었는데

이녀석이 신통한게 지가 살아남으려고 그랬는지 그렇게 사람 겁내던 녀석이

근처 천주교 앞마당에 가서 자꾸 뭘 얻어먹고 다니더라구요 교인분들도 다들 좋은분이시라

이녀석 이뻐해주시는게 보이고.. 며칠 지켜보니 괜찮을 듯 해서 둘째로 들이는걸 포기했었습니다.

의사표현은 못하지만 자기가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헤쳐나가는 중인데 그걸 제가 나서서

막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둘째를 들이는건 포기했었습니다.

그렇다고 저를 못본척 하거나 하진 않아요 일종의 양다리랄까 -_-

배 뒤집는건 저한테만 그러긴 하는데 워낙 지조가 없는 녀석인지라

언제까지나 이럴꺼라고 기대하진 않습니다. 흥

동네 발발이들이랑 쌈박질도 하고 댕겨서 몸에 상처도 좀 있지만

녀석 나름대로 생존하는 방법을 찾았고 자기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고

종종 서로 오며가며 얼굴도 보고 아는척도 좀 하고 스킨십(?) 도 좀 하고

적절한 밀당관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