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항상 눈팅만했었는데..저희 길냥이들 이야기 한번 적어보려구요.

(쓰다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네요. 바쁘신 분들은 안읽어보셔도 돼요. ㅎㅎ)

벌써 3년이 넘게 길냥이들 급식소(?)를 운영하게 되었네요.

제가 일하고 있는 가게 근처 사장들 중 길냥이들 밥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캣맘도 계시고...

저도 동참해서 조금씩 주곤 했었죠.ㅎㅎ

근데 근처에 거주하시는 분들이나...건물주 분들은 길냥이밥 주는 거  싫어하니까..눈치가 보였는지..

이 분들이 언젠가부터 저한테 양해를 구하고 저희 가게 근처에 밥그릇을 놓아두시더라구요.

덕분에 전 사료 값이 안나가고 있지요..ㅋㅋ 대신에 길냥이들 밥그릇을 사수해야하는 막강한 임무를 맡게 되었죠.

암튼 그래서 길냥이들이랑 가족 같이 지내고 있는데...물론 그들은 절 보는둥 마는둥...아는 척도 안하고 있지만...ㅋㅋ

지난 주인가...비오기 바로 전 날...가게 앞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밑에 어미냥이랑 꼬물이 한 마리가 있더라구요.

꼬물이는 태어난지 하루... 이틀이나 됐나 싶을 정도로...작고 움직임도 거의 없었어요.

바로 옆이 하수구라서 꼬물이들이 빠지지 않을까 왔다갔다 하면서 지켜보았죠. 그러던 중 주차되어 있는 차가 빠지면서

어미냥이가 꼬물이만 두고 근처 다른 차량 쪽으로 가더니 꼬물이 근처 사람들을 향해 하악하악 거리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얼른 제 차량을 조심히 그 자리에 다시 주차해서 꼬물이를 가려주었더니 어미냥이가 꼬물이 곁으로 와서 다시 평온을 찾게 되었죠.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워 보이던지...뿅 반해버렸어요. ㅎㅎ

하루종일 왔다갔다하면서...지켜보았는데...밤이 되니까 꼬물이랑 어미냥이 모두 안보이더라구요.

근처 다 살펴보아도 안보여서 다른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나...그냥 그렇게 생각했죠.

다음날도 혹시나하고 주변을 살펴보았는데...급식소에 나타난 어미만 보일뿐 꼬물이는 안보이더라구요.

그 다음날도..그 다음 다음날도...어미만 보여서 다른 곳에서 꼬물이들 잘 지내고 있겠지...하고 있는데..

며칠 뒤 동네주민 한 분이...가게로 들어오시더니...제 차 범퍼 안쪽에 고양이들이 있다는게 아니겠습니까? 헉...

보닛 열어보니 꼬물이 세마리랑 그 어미냥이가 함께 있더라구요. ㅎㅎ 그 비좁은 곳에서.. 어미냥이가 꼬물이들 젖 먹이느라..

고생고생하고 있더라구요. 또 한 번 감동..ㅠㅠ

안그래도 비가 많이 와서 비 맞고 죽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다행히 범퍼안에서 비 한방울도 안맞고 잘 지내고 있었던 거죠.

다행히 차량 이동시킨 날 이후로 제 차도 운행을 하지 않았던터라..꼬물이들에게 아무일이 없었지만...

그것도 모르고 운행했으면 지금까지 꼬물이들을 볼 수 없었겠죠? 어찌나 다행인지...휴

그렇게 꼬물이 세마리와 어미냥이는 제 차 범퍼에 둥지를 틀고 하루하루 저의 감시를 받으며 살고 있었죠.ㅋㅋ

하루가 다르게 꼬물이들이 커 가는게 눈에 보이더라구요. 범퍼안에 있는 꼬물이들 강제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그렇고..

옮길만한 장소도 마땅치 않아서..어미냥이가 델꾸 나올때까지 기다려야겠다..라고 마음 먹고..집에도 못가고..

가게에서 숙식을 하며....며칠을 보냈네요. ㅋㅋㅋ

근데 엊그제..토요일 낮에 엄청 덥길래...걱정이 돼서 보닛 열어보니..아니나 다를까 무척이나 더워보이더라구요.

그나마 저녁 되니까 좀 나아져서...내일도 더우면 빼줘야겠다 싶었는데...

일요일 가게 오픈 준비하고..보닛 열어보니....

안보이더라구요. 근처 다 살펴봐도 없고...차 안쪽 구석구석 봐도 안보이더라구요.

하루종일 어미냥이가 급식소에도 나타나지도 않고..아니 제가 못본 걸 수도...ㅎ

그러다가 저녁쯤에 다른차량 주차때문에 제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두었죠.

혹시나 길냥이들 다시 들어왔나 차량 이동시키기 전에 확인해보았지만....없더라구요.ㅠㅠ

시간이 흘러..흘러.. 2주만에 집에 가게 돼서 기쁜 맘으로 가게 문을 닫는데...어디선가 꼬물이 음성이 들리더라구요.

후레쉬 들고 차 밑에 비춰봤더니...어미냥이랑 꼬물이 세마리가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얼마나 기쁘던지... ^^

제 차량이 주차되어 있던 자리 바로 옆 차량 밑에 있더라구요.

일단은 그 차량이 내일 오전에 나가는 차량은 아니라서....그냥 냅두고 왔는데...

맘에 걸리네요. 제 차를 다시 제자리에 주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서요. 이미 거기엔 다른 차가 주차를 해둔터라...

암튼 내일까지 무사히 있다가...다시 제 차 범퍼로 들어왔으면 좋겠네요. ㅎㅎ

내일 들어오면 또 글 남기겠습니다.

아..그리고 제가 꼬물이들 위해서 뭐 해야하는지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