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먹먹합니다. 딱 삐삐를 만난 지 2주 만에 떠나 보내게 되었네요. 살려달라고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들어온 우리 삐삐...

동물보호소에 보냈다가 데려왔는데... 동물보호소에 보내서 다른 질병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바로 처음부터 병원에 입원시켰어야 하는 건 아니었는지... 왜 이렇게 후회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보호소에서 온 뒤 베란다에 상자 주니까 들어가서 좋다고 흐뭇하게 표정 짓는 모습이 떠오르네요. 삐삐에게 맞는 상자가 없어서 그 상자에 삐삐 넣어서 뒷산에 묻어주고 왔습니다.

이렇게 말라버린 삐삐 눈도 못 감고 갔어요.

눈 감겨줬더니 다시 떴네요. 저희를 보고 싶었던 걸까요.

삐삐가 좋아했던 낚싯대 놀이...불과 일주일 전에 하고 놀았었는데요. 그땐 기력도 있고 활발했는데...

삐삐가 보호소에서 온 뒤 흐뭇하게 웃던 그 상자에 담겼습니다. 가지고 놀라고 사준 쥐인형. 가지고 놀 줄도 몰랐던 삐삐 꼭 자고 있는 것만 같아요. 부르면 눈 뜰 것 같은 삐삐.

산에 왔는데 길고양이들이 주위에서 많이 배회하네요. 땅 파헤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양지바른 곳에 묻어줬어요. 나중에 표식 바꿔놔야죠. 햇빛도 잘 비치는 곳이고 사람들이 다니는 근처라 외롭진 않을 겁니다.

삐삐는 수의사 선생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그냥 길고양이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분명 사람 손을 많이 탄 놈이라고...그런데 허피스로 목소리 잃고 눈병 생기고...그래서 버려진 건 아닌가 싶습니다.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 제발 키우지 마세요. 그리고 버리지 마세요. 동물보호소를 처음 알게 돼서 홈페이지 가끔 들어가면 뭐 이렇게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가 많이 있는지 정말 놀랐습니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별할 때마다 슬프고 그래서 키웠어도 잠깐 임시로 키웠었고, 키울 마음도 없었는데, 제발로 찾아온 불쌍하고 어린 것을 그냥 둘 수 없어서 기르려고 했는데, 일주일 함께하고 일주일 사경을 헤매더니 결국 곁을 떠났네요.

광주광역시 소재 24시 동물병원...실력을 떠나서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주 핫한 지역에 있는 곳이라 그것도 거의 중심이라 월세도 비싸겠죠. 그걸 떠나서 가격도 가격이지만, 첫날 입원시키고 울고 있으니, "며칠 보지도 않았는데..."이러면서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오늘도 "아침에 밥을 먹었는데, 방금 죽었어요. 어떻게 처리할까요?"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구요. 거기에 원장 말고 다른 수의사 선생님은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상태를 잘 설명해주고 그랬었는데... 원장님 실력을 떠나 동물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수의사는 진심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뽐뿌 메인의 '사람이 좋아 함께하는 곳..뽐뿌!' 이 문구가 정말 와닿았습니다. 2주 동안 삐삐 덕분에 웃고, 울고 그 시간들이 아련하게만 느껴지네요. 후원금 잔액과 제 돈을 보태 기부를 하고 싶은데, 후원금 보내주신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동의해주시면, 전국 어디든 지역을 막론하고, 후원금이 정직하고 투명하게 쓰일 수 있는 단체나 기관 추천해 주시면 그곳에 기부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좋은 소식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후원해 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이 되어 보니, 후원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저도 어려움에 처한 타인에게 베푸는 삶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삐삐야. 다음 세상이 존재한다면,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으로 태어나든지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한 세상 살아가길 바랄게.

짧은 순간 함께 했지만, 덕분에 많은 걸 깨달을 수 있었어. 직접 말은 못해줬지만 사랑하고, 내가 죽는 순간까지 영원히 잊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