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알뜰배달 사용하면 안되는 이유10

배달 시작한지 1년정도 된 배달기사입니다

안그래도 알뜰배달에 대해 배달기사들 뿐만 아니라 식당 사장님들도 많은 불만이 있어와서 어딘가에 글이라도 써볼까 생각만 하고있다가

마침 오늘 소비자도 피해를 입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되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배민원은 단건배달/알뜰배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단건배달은 기사 1명이 1건의 배차를 받으면 그 1건만 수행합니다

알뜰배달은 기사 1명이 2건 이상의 배차를 동시에 받게되고 무조건 배민이 정해준 배달순서대로만 수행합니다

수행 과정에서 기사의 주관이나 능력이 개입할 수 있는건 오로지 이미 정해진 배달지 순서대로 더 빠른 길(교통정체가 덜 하거나 신호대기를 덜 하게되는)로 가는 정도밖에 없습니다

오늘 제게 일어났던 일입니다

큰 도로를 검은색으로 표시하였으며

주황색은 음식점, 파란색은 배달목적지입니다

배민이 정해준 동선은

(1) 음식1 픽업

(2) 음식2 픽업

(3) 음식2 배달

(4) 음식3 픽업

(5) 음식3 배달

(6) 음식1 배달

음식1은 면류, 음식2는 튀김, 음식3은 스시입니다

문제는 음식1을 픽업해서 배달통에 실어놓은 상태에서 음식2를 픽업하기 위해 음식점2에 갔을때 일어났습니다

음식2가 음식점 사정상 본인들이 설정해놓은 조리완료시간보다 10분 이상 지연된다고 합니다

배민은 각 음식점 사장들이 설정한 조리완료시간에 따라, 배달기사가 위 3건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배차를 했을것입니다

배달통에 음식1(면류)이 있는 상태에서 음식점2에서 대기를 했습니다

그 사이에 예정시간 대로 음식3이 조리가 완료됐다는 알림이 옵니다

음식3도 이미 지연되기 시작했습니다

음식2는 나올 기미가 없습니다

예정시간보다 10분 이상 대기해서 음식2를 픽업하고, 음식2를 배달하고, 지연된 시간만큼 늦게 음식3을 픽업하고 배달했습니다

문제의 희생자, 음식1을 배달하기 위해 배달통에서 음식을 꺼내는데 느낌이 싸 합니다

봉투는 수증기가 식어서 물이 잔뜩 맺혀있고 온기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저는 배민에서 하라는대로, 가라는 동선대로 갔을뿐이니 고객 요청사항대로 문앞에 놓고 갑니다

다음으로 배차받은 배달을 수행하는 중에 배민에서 알림이 옵니다

기주문건중 하나가 취소됐다고 뜹니다

내역을 살펴보니 역시나 아까 그 면입니다

알뜰배달 하나로 피해본 내역입니다

기사 : 시간이 곧 수입과 직결되는데 예정에 없던 대기시간이 생김, 마음이 불편함

사장 : 기껏 판매한 음식이 주문취소됨, 항의전화 받았을 확률 높음, 마음이 불편함

손님 : 시간은 시간대로 지연되고 겨우겨우 받은 음식은 다 식어서 기분 상하고 항의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감정소비와 시간낭비

고객센터 상담원 : 화난 고객들을 상대하며 감정소비

배민 : 제가 알기로는 음식점 사장의 과실이 없고 배민이 알림보내는 조리시작 시간만 제대로 지켰으면 저런 취소건에 대해서는 손실보상을 해주는거로 알고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보상을 해줬을지 음식점이 감수했을지 저는 모릅니다

알뜰배달에서 가장 큰 희생자가 된 손님들께 드릴 말씀 겸 변명거리가 있습니다

배달기사는 무조건 배정된 배달건을 빠르게 처리할수록 수입이 늘어납니다

기사들이 돌아가고싶어서 돌아가는게 아니고, 음식 픽업을 늦게하고싶어서 늦게하는게 아니고, 능력이 없어서 이상한 순서대로 빙빙돌아 배달하는게 아닙니다

모든건 배민에서 정하고 지시하는 대로만 수행합니다

위에 말씀드린대로 모든걸 배민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배달기사의 능력이 개입할수 있는건 각 기사만의 경험치로 보다 빠른길을 찾아서 가는것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배민원 주문시 알뜰배달을 선택하면 무료인 이벤트가 진행중으로 알고있습니다

차라리 음식값 10% 할인받고 단건배달비를 내고 단건배달로 주문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위 사례같이 알뜰배달로 묶인 주문들(위의 경우 3건)중 단 한곳의 음식점이나 배달지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같이 묶여있는 다른 주문건들의 손님들도 동시에 피해를 받습니다

또 한가지 배달기사 입장에서 알뜰배달 사정을 말씀드리자면

배달기사들은 알뜰배달 배차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단하게 시스템을 정리하면

고객이 배민에서 주문 -> 해당 음식점에서 조리완료예상시간 설정 -> 배민이 배달기사 1명에게 배차알림 -> 기사가 배차를 수락하면

그때부터 고객의 배달현황에서 배달기사의 위치가 보이게 되고 조리 예상시간대로 모든게 움직이게 됩니다

문제는 기사가 배차를 거절할 경우 발생합니다

"배민이 배달기사 1명에게 배차알림"을 할때 각 기사마다 1분의 시간이 주어지며

그 1분 안에 배달기사는 배정된 배달료, 음식점 위치, 배달지 위치, 음식의 양(본인의 배달통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게 되는데

기사들이 배차를 거절하는 이유는 여러개가 있지만 알뜰배달로 한정해서 보면

해당 배달건의 다른 조건들을 보기 전에 일단 돈부터가 안되기 때문에 바로 거절하는 이유가 큽니다

이런식으로 몇명의 기사를 돌다보면 벌써 몇분이 지연되는겁니다

그래서 기사 배정이 바로바로 안되니 음식점 사장님들도 싫어하게 되는거고 컴플레인만 늘어나니 더더욱 싫어하게 됐습니다만

문제는 배민이 알뜰배달을 밀고있다는 점입니다

그 일환으로 지금 알뜰배달 이벤트를 하고있는거고요, 사장님들과 기사들은 어떻게든 피하고싶지만 어쩔수없이 하게되는 상황이고, 이런 사정을 모르고 이용했다가 피해를 입는 손님들이 생기게 됩니다

배달비 1~2천원 아끼려고 2만원 넘어가는 음식을 좋지 않은 상태로 먹거나, 최악의 경우 먹을수도 없는 상태로 인해 취소를 하며 시간과 감정을 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