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댓글보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서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어서 용기내서 써봐요

내년에 이사가고 다시 맞벌이 하면서 주말부부가 될 예정인데 처가쪽 도움을 받기위해 가까운 곳으로 이사갈지 아니면 도움 포기하고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할지 고민입니다.

저는 일단 40개월 8개월 애 키우고 있고 아내는 첫째 낳고나서부터 계속 휴직중입니다. 제가 회사다니지만 육아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많이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퇴근도 5시면 해서 육아 투입하고 얼집 등하원 전담, 집안일은 주로 분리수거, 음식물쓰레기, 빨래같은 더럽고 냄새나는거 위주로 퇴근과 주말에 합니다. 

청소는 로봇청소기가하고 아내는 아이 이유식과 아침에 주먹밥같은거 간단하게 아이랑 저 만들어주고 저녁에 연장보육 안하면 밀키트나 처가에서 받아온 음식 차려주는 정도에요. 아내는 손이 느려서 음식을 잘하지는 않고 기분따라 컨디션 좋으면 차려주려고 하고 안좋으면 대충 남는반찬하고 밥만해서 주거나하는데 시간이 일정치는 않아요. 

사실 오늘 오랜만에 ㅅㅅ 거부당하고 부부관계에 대해 현타가 오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게됐어요. 첫째 키우면서 육아방식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크게 여러차례 싸우고나서 소위 연애때 서로를 아끼던 신뢰관계는 깨진거 같아요. 둘째부터는 그냥 같은 공간에만 있을 뿐 서로 따뜻한 말한마디 안하고 각자 최소한의 역할 하면서 서로에게 의지는 안되고 서운함만 간직한채 싸우지만 말자하는 생각으로 사는거 같어요. 

아내는 감정적이고 제가볼때는 이기적인 부분이 있고 남편인 저를 크게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회사에서 눈치보여도 무리해서 일찍 집에오는건데 당연하게 생각하고 육아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남편의 몸이 망가지고 아파도 관심이없어요. 정작 저는 아내가 연약하고 생활력이 부족해서 제가 아프면 집안 박살나는거 순식간일거 같아서 두렵습니다. 저는 원래 죽으나사나 가족끼리 헤쳐나가야한다는 생각이였는데 저를 아끼지 않는 모습에 저도 조금씩 변해가면서 이제는 애들만 아니면 왜 같이사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결혼 초반과 달리 이제는 다정한 편이라고는 말 못하겠네요. 저도 노력 안하게되더라구요.

아내는 처가에 많이 의존적인 성향이고 소위 집순이에요. 결혼한지 5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장모와 거의 매일 통화하고 카톡하고 아이와 관련된 것부터 저에 대한 시시콜콜한 얘기를 다 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아프면 저랑 상의하는게 아니고 장모님이 고기사먹여라 머리맡에 젖은수건 놔둬라 같은 장모님의 조언은 따르지만 의사가 아이는 기초체온이 높아 약간 춥게 유지해야한다 해도 잘 안믿으니 제 말은 오죽하겠어요. 오늘 제가 회식이 있으면 무조건 장모는 알고있다고 보면되고 반면 아내가 담주 애기 건강검진은 저한테는 전날 말하고 장모님은 그전에 이미 알고있어요.

저는 돈벌기를 비롯해서 오늘보다 재밌게 인생을 살고 싶어서 여러가지 일들에 관심이 많은데 아내는 하루하루가 버거운가봐요. 이게 어떤거냐면 재테크, 당장 내년에 이사갈 집, 애들 가게될 어린이집 대기, 주말에 놀러갈 곳, 여름휴가 호텔예약, 가족 경조사 장소물색 같는 앞으로의 일들에는 모두 손놓고 있고 제 몫이에요.아기도 제가 드라이브 걸지 않았으면 지금 이세상에 없었을거에요. 자연스럽게 이런건 다 책임이고 본인은 큰 사치는 안하는데 폰으로 옷, 장난감, 이쁜 우산, 악세사리 이런거만 맨날 보다가 주문해서 집앞에 택배상자가 쌓여있어요. 맨날 애들 코로나걱정뿐이에요.

어느순간부터 부부간 진솔한 대화를 안하게 됐어요. 앞서 말한 첫째때 육아하면서 받은 상처들과 둘째가 나오면서 더욱 육아로 체력적으로 지친상태에서 서로에게 날카롭고 예민하게 굴면서 싸운 일날들이 축적된 결과같아요. 진짜 애와 부모님 관련된 할얘기만 하고 우리 둘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안하는거 같아요. 

정적이 싫어서 하기도 싫은데도 제가 회사에서 있었던 소소한 얘기 억지로 해도 나한테는 의미있는 일이지반 관심도 안보이고 애기 생각밖에 없어서 뻘쭘할때가 많아요. 생각 혹은 관점 자체가 나랑 너무 달라 공허하게 느껴져요. 아내보다 오히려 회사 동료들과 얘기하면서 일상의 위안과 힘을 얻는거 같아요.

아내는 평상시 기분좋을때는 괜찮은데 감정기복이 심해서 예민해짊대 저나 아이에게 짜증을 풀때가 많아요. 그때 저도 욱하면 싸우게 되는거고 저는 스트레스 받으면서 참고있다가 한계를 넘어가면 드동안 쌓아놓은 것까지 화를 내는패턴이에요. 

문제는 싸우고 나서 풀어지는과정이 없어요. 처음에는 제가 먼저 화룰 풀어주려고 노력했는데 왜 내 잘못도 아닌 것까지 내가 사과해야하고 그런 경우에도 풀려고 다가가도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호의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보니 그냥 서로 삭혀요. 

그리고 오늘 아래 글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아이 키우고나면 과연 내가 이사람하고 계속 살고싶을까 싶어요. 내가 꿈꾸던건 노부부의 소박한 삶이였는데 육아과정에서 이런 크고작은 상처를 겪고 서로를 아끼지 않는 모습에 큰 실망이 생겼고 서로에게 힘이되지 못한 시간들이 고스란히 기억에 남아 부모님들 돌아가시고 애들 다 크면 나한테 다시 의지해도 그때라고 잘해주고 싶을까 생각하면 오히려 좀 괘씸할거 같아요. 

가치관과 관심사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느꼈고 오늘일까지 있고나니 난 부부로써가 아닌 그냥 내 인생을 홀로 살게되겠다 둘의 미래를 꿈꾸기는 어렵겠다싶더라구요. 그냥 애들 크면 내인생 살아야하는구나 부모님 돌아가시고나면 오만정 다떨어졌는데 내가 이사람하고 더이상 뭘 하고 싶을까싶고 애들도 엄마편일텐데 난 참 외롭겠구나 결혼상대가 맞지않는 우리라서 인생 실패했구나 이런 짝을 만나서 서로 불행하구나 이런 생각도 드네요. 황혼이혼도 이해가가고 제 주변의 별거하는 나이 좀 더 있는 형들도 이해가가고 정말 싫은데 저도 그 길을 가고있는 것 같다는 우울함이 크네요.

쓰다보니 원래 고민은 주말부부되면 처가에 가까이 살까였는데 두서없이 푸념글이 되었네요. 이만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