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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몰래 소개팅을 하고 저에게 들켰습니다. 90
이름: [* 익명 *]


등록일: 2022-09-20 23:06
조회수: 16411





안녕하세요, 제 나이는 27살이고  여자친구는 저보다 2살많아요.

직업은 변변찮은 대학원생입니다. 서성한 이공계통 박사과정 밟고있고 박사전문연구요원이라 군문제는 해결되었어요.

여자친구(이하 여친)도 이름들으면 알 수 있는 괜찮은 회사에서 일하고있습니다.

 


저는 대학원생활과 여친님은 회사생활때문에 평일에는 짬을 못내어 만나지 못하는 편이었지만, 왠만해서는 일주일에 이틀 이상씩을 함께 보내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석이 있어서 거진 10일만의 데이트였습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추석때 가족들이 뭐라고 했는지 저녁을 먹으며 제게 자기와는 결혼할 생각이 있냐고, 어떻게 계획을 세웠냐고 묻더라고요.

 

1,2년차 사귈때는 별로 싸우는일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들어 섭섭한 일들이 많았고 저는 그러한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나와 함께한 추억들을 주변사람들한테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 "나를 숨기는듯하다"

하지만 그래도 결혼은 할 생각이고, 졸업하면 좋은곳에서 사람 많이 초대하고 하자 라고 했습니다.

아 이제야 적는데, 저희는 하루만 더 지나면 사귄지 1000일인 상태였습니다.

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2차로 가려고했던 술집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까운 여친님 집에 가려고했습니다.

평소에도 여친님 집에 자주 갔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서 "맥주캔이 많이 쌓였네? ㅋㅋ" 이러면서 들어갔죠.

 

먼저 씻고오겠다고 해서 저희 둘 다 폰이 방전된 상태였고 아이폰이라 제꺼를 먼저 충전기에 연결해둔다음, 여자친구의 아이패드로 유튜브나 볼려고했습니다.

아이패드가 화면이 분할되어있었고, 한쪽에는 네이버가 켜져있고 한쪽에는 카카오톡이 켜져있는데 평소 보이지 않던 이름이 카톡 채팅창에 보였습니다.

 

오래 사귀기도했고, 보통 누구랑 연락하는지도 서로가 대충알고있어서 이름을 다 알고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이 누구인지 중학교동창, 대학교, 직장 동료가 누구인지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다보니 긴 시간 만나면서 서로가 서로의 지인을 알게되었죠.

직장 동료이면 보통 (팀이름_이름) 으로 저장해두는데 그러지도 않았고, 굉장히 낯설지않은 남자이름이었습니다.

(사촌형이름과 같았는데, 흔하지 않은 이름이거든요)

 

그래서 무심코 카카오톡을 열어보았는데, 그 남자와 소개팅을 한 것 같은 내용이 안에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누구누구 소개로 연락드렸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어디~~ 거주하는데 언제 어디서 보실까요?"

딱봐도 소개팅 처음 만날때 멘트였죠.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고 옆에 걸쳐두엇던 외투를 챙기고 마저 카카오톡을 읽었습니다.

 

대충 내용은 지난주 월요일에 약속을 잡고, 금요일에 서로 만났다는것. 저녁으로 서로 잘 들어갔냐고 안부를 물은 내용들

그리고 아직까지는 서로 구체적인 애프터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추석 마지막 연휴에 약속을 잡고, 금요일에 만난것이지요.

 

이런일이 제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기가 너무도 힘들었습니다. 혹시 꿈인가 싶어서, 술에 취했나 싶어서 사진을 한장 찍어두기도 했습니다.

제 여자친구님은 심성이 곱고 욕이라는것을 제앞에서 해본적도 없었습니다.

또한 제 연애관이 몸매랑 얼굴은 10년 이지만 마음은 100년을 두고 본다고, 심성곱고 배려심 많은 여자를 만나야겠다는 편인데 완벽하게 부합하는 여자였죠.

그런데 그 모든 믿음을 배신하는 일이 발생한겁니다.

 

금요일에는 제가 연구실 회의가 일찍 끝나서 같이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연락을 해보았을때

오랜만에 만나는 대학동기를 만난다고해서 아쉬움을 달래며 알겠다고 했었죠.

그런데 그날 제 여자친구는 소개팅을 하고있었습니다...

 

막 씻고나왔을때 제가 혼자서 심각하게 있으니까, 무슨일이야? 왜이렇게 심각해?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혹시 나한테 이야기해야할것 없어?" 이렇게 물었습니다. (사실 정확하게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이 안나네요, 거의 비슷하게 물어봤습니다)

내가 어떠한 내용을 이미 알고있고, 지금이라도 이야기를 제발 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물어봤습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지금이라도 진실을 이야기하면 받아줘야하나? 말아야하나? 이런고민을 했었죠.

 

3번쯤을 물어보는데 어느새 2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도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복잡하게 뒤엉킨 것을 정리하고있었고, 여자친구는 침대에 앉아서 얼굴을 감싸안고있더라고요.

그리고 5분쯤 더 지나서 제게 말하더군요. 

"사실 우리 최근에 싸우고 너무 힘들어할때, 주변에서 소개팅을 시켜줬다" "연락만해보고 만나지는 않았다."

거짓말을 다시금 하는 모습에 저는 너무나도 서운하고 화도나고 밉기도해서 

1000일기념으로 받은 손편지를 돌려주면서, "이건 내가 못가지고있겠고 너는 선을 넘어버렸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집밖으로 나와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저를 뒤에서 껴안더군요.

눈물이 가득 고여서 저를 바라보는데, 평소같았으면 이런 조그마한 애교에도 풀어지는데, 

마음이 너무 허탈하고 심란해서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정신이 허탈해서 지하철이 끊기지 않은 시간임에도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집가는길에 술을 사마신다는게 혼자서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셔서 어제는 연구실에 말하고 하루종일 누워있었네요.

가는길에 "미안해" 라고 카톡을 보내고 전화를 했더군요.

그런데 이미 술에 취한 상태라 전화는 받지 못했습니다.

 

신의와 믿음으로 평생을 함께 보낼 수 있을것 같던 사람이었습니다. 

이게 배신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속상하고 눈물이납니다.

제가 제일 예뻐했던 웃는 모습들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고,

한달 전에 다녀온 베트남여행부터 여러 추억들이 스쳐지나갈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심지어 해장하라고 사놓으신 짬뽕 밀키트을 먹으면서까지 건더기만 골라먹던 여자친구가 생각나서 밥먹다가도 울었습니다.

 

이미 많은 글들을 찾아봤습니다.

여자친구가 몰래 선을 봤다거나 소개팅을 나갔다는등의 글을 보았는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또 그런다" 등의

헤어지라는 내용의 답변이 많더군요.

머리로는 이런 상황이 다시 또 일어날 수 있고, 한번이 어렵지 두번째는 쉽다는것 또한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대신 죽어줄 수 있을정도로, 좋아하고 사랑했던 여자친구와의 추억이 제 머릿속에서 맴돌때마다 다시 잘해보고싶습니다.

 

애초에 제가 올해들어서 맘고생도 많이 시키고 힘들게해서 소개팅을 받은것같아요.

주변에 멋진 남자도 많았을텐데, 못난 대학원생 뒷바라지를 3년이나 하면서 버텨왔을 그녀가 너무도 너무도 고맙고 미안합니다.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고싶었는데, 

제가 못쓸 장난을 치면서 확신을 주지 못한것 때문에 소개팅을 받은것같아요.

 

오늘도 교수님 미팅이 있어서 아침부터 준비를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아서 결국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럴때마다 같이 교수님 욕도해주고, 

지금은 5일 출근하지만 작년 초까지만해도 주 6일 출근할때에 토요일 저녁을 함께 보내줬던 그녀가 너무도 그립네요.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놓아주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누구는 그냥 다시 사귀고 단물 다 빨고서 너도 버려라 하지만,

지금까지 함께 보내온 너무도 보석같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망가질 것 같아서 그렇게 하지 못할것같아요.

그러면서 애가 왜 소개팅을 받아야만 했을까. 내가 확신을 못줘서 그런가, 힘들게했나, 궁금하기도합니다.

 

 

 

글쓰다보니 감정이 또 격해졌는데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머리로는 갈팡지팡하고있고 마음은 다시만나고싶은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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