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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형적인 I, 여친은 전형적인 E.
서로 다른 매력에 끌려서 연애 시작했지만, 6개월만에 아.. 이게 맞나 싶었음. 이전에도 연애는 몇번 했었지만, 10년정도 연애사에서 싸운 횟수는 한손에 꼽을 정도로 안싸우는 스타일인데 얘랑은 일주일에 한번은 싸웠음.
보컬 활동할 정도로 무대체질에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술 좋아해서 데이트 안하는 날은 거의 어디서 술먹고 있음. 술문제로 싸우다가 지쳐서 어느순간 술은 포기했는데 회사, 친구, 집에서 스트레스 받은거 나한테 하소연하기 시작하는데 와~ 진짜 감정기복이 장난아니고 절대 집에 못있음. 쉬는날은 어디든 나가야되고 돌아다녀야됨.
이런 여자를 왜 만나냐하겠지만, 나름 장점들도 있었음. 일단 흔히말하는 김치끼는 없어서 명품, 쇼핑 이런건 없었고 뭐든 겁없이 시작하는 추진력과 감정을 잘 안드러내는 나와달리 감정표현이 솔직하니까 그것도 나름 신선하고 배울점도 있었음.
장점도 극단적, 단점도 극단적인 얘랑 숱하게 싸우고 그사이에 헤어지려고 몇번을 했다가 어찌저찌 3년 넘게 사귐. 3년 넘어가니 이제 서로 어느 포인트에 빡치는지 적응도해서 그뒤로는 싸움 횟수는 많이 줄어듬. 문제는 싸움이 줄어든만큼 ㅅㅅ도 줄어듬. 여친이 성욕이 강한편이라 연애초반엔 거의 매일했고, 그뒤로도 주1번 이상은 했는데 3년정도 지나니까 이것도 월행사로 바뀜.
우리집은 명절에 큰집에서 차례지내고 좀 놀다가 저녁에 헤어지는 패턴인데 여친 사귀고 난뒤로는 차례만 지내고 바로 여친 만나는게 루틴이 됐음. 여친이 타지사람이고 부모님이랑 사이가 안좋아서 명절에도 본가에 안가고 집에 있는데 혼자 심심하다 빨리와라해서 연애하는동안 명절은 차례만 지내고 여친에게 갔음. 음식 싸들고 가면 애처럼 좋아하는것도 귀엽기도하고..
그런데 저번 설에는 어쩐일로 천천히 와도 된다함. 왜그러냐니까 매번 빨리 간다고 친척들 눈치 보일텐데 그냥 예전처럼 있을만큼 있다가 천천히 오라길래 일단 알겠다했지만, 그래도 맘이 쓰여서 평소처럼 일찍 갔음.
그런데 여친이 다른때와 달리 반응이 좀 뜨뜨미지근하다해야되나? 싸온 음식좀 챙겨먹고 어디갈까 물어보니까 우물쭈물하더니 자기 약속이 있다함. 설 당일 오전부터 약속? 누구냐니까 아는 사람이라함. 여기서 느낌이 왔음. 남자냐하니 그렇다함. 얘 장점 중 하나가 절대 거짓말은 안함.
내가 싫다하면 안만나겠다하는데 뉘앙스가 좀 이상했음. 그냥 아는 사람이냐하니 좀 머뭇거리더니 썸타는 중이라고 자백함. 그래서 그사람이 더 좋냐하니 솔직히 지금은 그사람이 더 끌린다함. 알겠다하고 걔 집에있던 내 짐들 챙김. 예전에도 싸우고 짐 빼려고 한적 있는데 그땐 내가 짐빼면 지가 도로 갖다놓고 싸워도 여기서 싸우자하던애가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땅만 쳐다보고 멀뚱하게 있음.
여기까지구나하고 혹시 빠진거 있음 택배로 보내달라하고 잘살아라하고 빠이함.
운전해서 오는데 장문의 카톡이 옴. 뭐 간단하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소리였음.
사실 헤어지는 상상은 무진장 많이했고, 헤어지고 싶을때도 많았지만, 막상 뜬금없이 이렇게 닥치니까 알수없는 기분들이 짬뽕이됨.
긴 연휴동안 혼자 집에 있으니 걔는 지금쯤 그 남자랑 신나게 놀고 열심히 ㅅㅅ하고 있겠구나 생각이 드니 씁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제 감정 쓰레기통 역할 안해도 되는구나하니 홀가분하기도 했음.
그렇게 3개월쯤 지났나? 또 카톡이 왔는데 어찌지내나 궁금해서 했다함. 잘지내니까 신경쓰지말고 잘잘아라하고 차단 박음.
그리고 나도 다시 여친 생겼는데, 와~~ 원래 연애가 이렇게 쉬운거였나싶을 정도로 편함. 현여친은 다른건 나랑 반대인데 I성향인거랑 술 안좋아하는게 똑같았음. 데이트때 집에서 영화만봐도 불만없고, 나가도 좋아하고, 개그코드까지 맞아서 얘랑은 3년을 연애하면서 한번도 안싸움. 울트라 하드코어 모드에서 이지 모드로 바뀐 느낌?
전여친은 헤어지고 6개월쯤 지났을때 찾아와서 자기가 잘못했다고 다시 만나고싶다하는데 나도 여친생겼고 너랑은 다시 만날 생각없다고 컷함.
문득 생각나서 써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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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 *]
다시 연락왔을 때 몇번 자고 버려야 확실히 떨어집니다
거기에 또 빠지면 답 없는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