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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여기까지가 기승전결 중 기 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1.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에 대해서는 악평이 엄청나지만, 그는 부족한 정당성과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의 관점을 벗어나서 생각하면 나름대로 공정하고 관대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큰 선물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물론 이런 행동들은 오리엔트 세계의 군주로써 자신의 위신을 높이고, 정당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그에게 정치적 능력을 포함한 다른 능력들만큼 군사적 역량이 뛰어나서 셀레우코스 왕조를 안정화 시킬 수 있었다면 평가는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전쟁의 승리로 충성심을 확보할 정도의 능력은 없었습니다.
2. 제가 나체를 그리는 것보다 유물에 나와있는 것이 훨씬 보기 편할 것 같아서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절대 남자 벗은 몸을 그리기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720년 경의 달리기 선수 오르시푸스는 경기장에서 뛰다가 바지가 벗겨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달려서 경기를 완주해 우승했다고 하고 이것이 고대 그리스 올림픽에서 나체로 운동하는 풍속을 생겨나게 했다고 합니다. 그 영향으로 이 시기 그리스인들은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생각했고 사람 중심의 사고로 철저히 무장되어 있었던 만큼 운동경기를 할 때에는 나체인 편을 선호했으며 나체로 운동하는 것이 그리스다움과 시민성을 상징했습니다. 부조에도 자세히 보시면 남성의 생식기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대인들의 할례 풍습과 대비되어서 더욱 큰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3. 아테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 폴리스에는 아고라 라는 광장이 시민들간에 의견을 나누는 기능을 포함해서 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 신전과 그리스 문화, 광장은 서로 떼어놓기 힘든 연관관계가 있어서 신전은 광장의 관리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광장을 단순한 사람들의 공간이 아닌 신성한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공적인 장소로 만드는 역할을 포함했습니다.
4. 다니엘 서 9장에 나오는 "포악하고 가증한 것이 날개를 의지하여 설 것이며" 라는 내용은 마태복음 24:15에서 "멸망의 가증한 것이 거룩한 곳에 선 것을 보거든" 이라는 구절로 이어집니다. 그 이전까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이스라엘에 크게 관대한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우상숭배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유대인들에게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에 그리스 신상들이 세워진 것은 끔찍할 정도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5. 이아손에 대해서 유대전쟁사의 저자 요세푸스는 그의 히브리식 이름이 예슈아 또는 여호수아 라고 기록했습니다. 이아손은 아르고호의 모험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그리스식 이름으로 뒤에 나올 메넬라오스를 포함해서 지배층 유대인들 상당수가 히브리식 이름을 대신할 그리스식 이름을 즐겨 사용했음을 보여주고, 이들이 얼마나 헬라화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00년도 안되는 짧은 시기에 유대교에 왜 70인역이 따로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워낙 그리스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히브리어를 모르는 헬라화된 유대인들에게 정체성을 남겨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설과 유대교를 이방인에게 '전도'하는 일이 점차 확대되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대립되고 있습니다.
6. 헬레니즘 세계의 인간중심적 사고관으로 제사장은 신의 대변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인 반면에 유대인들에게 제사장은 신성한 직분으로 왕이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스룹바벨 등이 역사에서 희미해지며 유대속주 총독의 권위가 약해진 상황에서는 대제사장이라는 직위는 단순히 종교적 지도자만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정체성을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자리라는 특수성이 있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기에 유대속주는 20탈란트의 세금만 바치면 자치권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급진적 변화는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안티오코스가 이 자리의 의미를 정말 몰랐는지, 아니면 자신의 역량을 과신해서 헬라파 유대인들을 밀어주기 위해 과감한 변혁을 꾀한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이후의 조치들은 더욱 더 문제를 키워나갑니다.
7. 에스라는 성경의 에스라서에서 주인공을 맡으며 뛰어난 문헌학자이고 포로귀환 초기 유대인의 정신적 지주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사독의 후손이기도 했지만 본인의 뛰어난 지도력이 더해져서 유대 공동체를 결속하는 핵심이 되었습니다. 느헤미야와 에스라 두 사람 모두의 노력이 합쳐졌기에 제2성전이 건설될 수 있었다는 것이 당시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었고 이 때문에 사독의 후손이며 에스라의 후손인 자들만이 대제사장 직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은 유대인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8. 안티오코스 4세는 약체화된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여러차례 공략했는데 이집트는 지중해 최대의 곡창지대 중 하나로 로마인들이 중시하던 곳이었습니다. 기원전 168년 로마는 가이우스 포필리우스 라에나스를 파견해 안티오코스 4세에게 이집트와 키프로스에서 즉각 물러나지 않으면 전쟁을 선포하겠다는 경고문을 전달했습니다. 단 1명의 로마인 사절이 비무장 상태로 안티오코스 4세에게 통첩을 보낸 상황에서 안티오코스 4세가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자 포필리우스는 안티오코스 4세 주변에 지밮이로 동그라미를 그린 뒤 대답을 하기 전에는 원에서 한 발자국도 나올 수 없다고 말했고 안티오코스 4세는 그대로 굴욕적인 후퇴를 해야 했습니다. 로마에 맞서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안티오코스 4세의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오리엔트의 군주가 느낀 좌절감과 분노, 위신의 약화는 심각했을 것 입니다.
9. 안티오코스 4세가 이집트에서 물러난 뒤 예루살렘을 약탈한 것은 단순한 분풀이는 아니고, 군대를 유지하고 전쟁을 치르는 데 워낙 많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고대 사회에서 흔하게 이루어지는 대로 신전에서 돈을 빌린다는 명목으로 약탈해 재정을 확보한 것이었지만, 유대인들에게 이것은 그저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이런 행동은 바빌론에 끌려가던 시절의 기억을 불러왔고 헬라화에 결정적으로 반발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 
[신구약 중간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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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 히브리어 성경을 왜 헬라어로 번역되었는지에 대해 기존까지는 전도의 관점만 생각했는데 좀더 넓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덕분에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