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직썰 13회 요약본] 일본 장기불황에도 28년 연속 성장, 돈키호테/fun 경영의 중요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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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직썰 방송 요약본은 매주 1회 게시할 예정으로 창업, 자영업을 준비하시는 회원님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제 13회 : 일본 장기불황에도 28년 연속 성장 <돈키호테> - fun 경영의 중요성

출연진:

매경이코노미 노승욱 기자

매경이코노미 나건웅 기자

잃어버린 20년...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 지속된 일본의 장기불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2012년 취임한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긴 했지만 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됩니다. 지난 5월 14일 인터뷰한 오사카 도톤보리 상점회 사무국장도 "아베노믹스 이후 5년여가 흘렀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는 체감하지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선 그와 같은 회의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잖습니다. 취업률, 증시 등 각종 수치는 상승곡선을 그리지만 일본 서민들은 전혀 경기 활성화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아베노믹스가 성공이냐 실패냐에 관한 진단은 <창업직썰 11회 - 일본 자영업 트렌드(1) 아베노믹스> 편 참고 바랍니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는 어쩌면 '잃어버린 30년'에 가까울 지 모릅니다. 그 만큼 장기불황의 골은 깊고도 무섭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최근 저성장 고착화로 인해 일본 같은 장기불황의 초입에 위치한 듯한 모습이란 점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분야가 외식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돈키호테에서 배우는 장기불황 속 생존법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 찾은 곳은 일본의 초저가 쇼핑몰 '돈키호테'입니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돈키호테는 1989년 설립 후 지난해까지 무려 28년간 단 한 번도 '증수증익(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1987년부터 30년 연속 성장한 생활용품전문기업 '니토리'에 이어 현존하는 일본 기업 중 두 번째로 가장 오랜 연속 성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성장률은 더욱 괄목할 만합니다. 지난해 일본 소매업계 10위 내 기업 중 6곳의 매출이 감소하고 1위인 이온(AEON)그룹은 0.4%의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돈키호테는 9.1%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저가 쇼핑몰 돈키호테는 1989년 회사 창립 이래 28년간 증수증익을 거듭하며 장기불황 속에서도 연속 성장 신화를 썼다 <출처:창업직썰>

일본의 지옥 같은 장기불황에서 살아남은 것은 물론, 28년 연속 성장한 비결은 오늘날 국내 경영계에서도 연구해볼 만한 주제입니다. 물론 돈키호테는 외식업도, 자영업도 아닙니다. 그러나 돈키호테의 성공비결은 한국 자영업자들에게도 시사점이 적잖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일단 돈키호테 경영진이 밝힌 성공비결은 세 가지입니다. 다양한 상품군과 심야 영업을 통한 고객 편의성 확보(ConVenience), 가성비 극대화(Discount), 그리고 쇼핑의 오락화(Amusement)입니다. 쉽게 말하면 '다른 쇼핑몰보다 훨씬 상품이 많고 저렴하며 또 쇼핑하기 재밌다'는 겁니다. 이를 다시 한 마디로 줄이면 '재미있는 초저가 백화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공비결 세 가지 : 가장 많고, 저렴하며, 재미있는 쇼핑몰

1989년 돈키호테 설립 당시 일본은 20년에 걸친 장기 불황에 이제 막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안 그래도 근검절약이 몸에 밴 일본인들은 더욱 저가상품 소비를 늘렸죠. 또 1990년대는 일본에서 1인 가구 비중이 한창 증가하던 시기기도 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 사정과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돈키호테는 '그 어떤 경쟁사보다도 가장 저렴한 매장'을 콘셉트로 내세워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지금도 돈키호테에 가면 "다른 가게들과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문구를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타카하시 미츠오 돈키호테 전무(CFO)는 "일본은 20여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과 기술 혁신이 맞물리며 상품 가격이 계속 낮아졌다. 이런 환경에서 절약 지향 소비 패턴이 완전히 뿌리내렸다. 가계소득이 평균 이상인 고객도 돈키호테로 찾아온다. 오늘날 돈키호테 주 고객층의 평균 연봉은 430만엔(약 4500만원) 수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장기불황으로 일본 중산층도 초저가 소비에 익숙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시부야에 오픈한 '돈키호테 메가' 전경 <출처:창업직썰>

물론 돈키호테는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우진 않았습니다. 그럼 다이소 등 100엔숍과 출혈경쟁을 하게 될 테니까요. 돈키호테는 가성비 전략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군과 심야 영업을 통한 고객 편의성 증진, 그리고 재미 요소를 접목시켰습니다.

돈키호테의 SKU(Stock Keeping Unit·상품 가짓수)는 보통 4만~6만개, 대형 매장은 최대 10만여개에 달합니다. SKU가 많아야 2만~3만개인 100엔숍, 드러그스토어 등보다 2~5배 더 많죠. 전자, 생필품, 식음료, 패션, 스포츠 용품, 명품 등 거의 모든 제품을 파는 '풀라인업'을 갖춘 덕분입니다. 이 같은 '저가 백화점' 모델은 일본에서도 돈키호테가 유일합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쇼핑몰을 지향하는 ‘온리원’ 전략이 통한 겁니다. 상품이 많고 다양하니 일부 미끼상품을 적자를 보고 팔더라도 다른 상품으로 쉽게 만회하는 전략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실제 돈키호테의 평균 객단가는 내국인의 경우 2500엔(약 2만5000원)에 달합니다. 일본 편의점과 한국 다이소 객단가가 700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돈키호테에서 3배 이상 더 지갑을 여는 셈입니다.

쇼핑의 재미 요소는 돈키호테만의 특별한 차별화 포인트입니다. 돈키호테는 상품이 뒤죽박죽 진열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죠. 허리를 굽혀야 볼 수 있는 바닥에서부터 고개를 치켜들어야 보이는 천장까지 상품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돼 있습니다. 덕분에 고객은 '가성비 좋은 상품이 어디 숨어 있을까' 마치 보물찾기하듯 가게를 두리번거리며 꼼꼼히 살펴보게 됩니다. 이는 돈키호테 창업주인 야스다 다카오의 경영철학이기도 합니다. 그는 자서전에서 "완벽하게 정리 정돈된 매장에는 '쇼핑의 즐거움'이 없다. '긴부라(긴자를 할일없이 서성이는 행위)'처럼 손님들이 '돈부라(돈키호테 매장을 돌아다니는 것)'하게 하는 게 우리의 강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판매 전략은 목적 지향적 쇼핑 패턴을 보이는 남성 고객보다 쇼핑 자체를 즐기는 여성 고객에게 더욱 지지를 받습니다. 돈키호테에 따르면 여성 고객 비중이 72%에 달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은 20~40대 여성이라고 합니다.

돈키호테는 복잡한 동선과 어지러운 상품 진열로 유명하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복잡한 상품 진열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통로의 앞쪽 선반은 상품을 낮게 쌓아 안쪽의 상품도 쉽게 보이도록 한다. 인기 상품은 안쪽에 숨겨놔 손님이 들어오면서 더 많은 상품을 둘러보게 한다. <출처: 창업직썰>

자영업자의 벤치마킹 포인트는 재미!

이상이 돈키호테의 성공비결입니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상품이 많고, 가장 재밌는 쇼핑몰. 이 중에서 자영업자인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건 뭘까요?

자영업자는 규모의 경제가 안 되니 가장 저렴하게 팔긴 힘듭니다. 자본이 한정되니 가장 많은 상품을 팔 수도 없죠. 그런데 가장 '재밌게' 팔 수는 있습니다. 손님을 웃기라는 게 아닙니다. 손님이 우리 가게에서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겁니다.

돈키호테 이전까지 백화점, 대형마트, 100엔숍 등 일본의 쇼핑몰들은 모두 진지하고 엄격하게 통제된 경영을 해왔습니다. 손님이 찾는 상품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안내판을 만들고 모두가 기계처럼 과도한 친절에 집중했죠. 돈키호테는 완전히 반대로 했습니다. 상품을 뒤죽박죽 진열해 색다른 재미를 주고, POP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콜라', '가장 볼품없는 우산이 또 들어왔네' 식의 '자학적' 문구를 써서 손님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가뜩이나 오랜 불황으로 의기소침해지고 웃을 일이 없던 소비자들은 천편일률적인 쇼핑몰과 다른 돈키호테의 독창성에 재미를 느끼게 됐습니다.

돈키호테의 영향일까요. 일본에서는 올 초부터 기업 트위터 계정에 '#자사 제품을 자학해봤다'는 해시태그를 다는 게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진원지는 콘비프 통조림 브랜드 '노자키'입니다. 노자키는 공식 트위터에 자사 제품 사진과 함께 "솔직히 고기보다 비싸다"는 문구를 달아 소비자를 뜨악하게 만들었습니다. 노자키는 이후에도 '포장에서 얻을 수 있는 상품 정보는 거의 제로' '콘비프로 만들어서 맛있는 것은 대개 참치로 만들어도 맛있다' 등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게 화제가 되니 다른 일본 기업들도 자학 마케팅에 잇따라 뛰어들었습니다. 필기구 제조사 펜텔은 자사 제품 '펜텔 펜' '펜텔 붓'의 광고에 '회사 이름 너무 붙여 문제'라는 문구를 끼워넣었고, 한 주류회사는 술병 사진에 '80%가량은 물입니다'라고 썼습니다. 자사가 만든 주머니 제품에 '주머니인데 멍게를 닮았다'고 쓴 회사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고기보다 비싸다 - 출처: 노자키 트위터>

콘비프 통조림 브랜드 '노자키'는 트위터에 자사 제품 사진과 함께 "솔직히 고기보다 비싸다", "포장지에서 얻을 수 있는 상품 정보는 거의 제로", "콘비프로 만들어서 맛있는 것은 대개 참치로 만들어도 맛있다" 등의 문구를 달아 '혼신의 자학'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불황 속 뻔한 마케팅에 지친 우리 소비자들도 최근 이같은 '자학 마케팅'에 열광한 바 있습니다. 'LG생활건강 마케팅 부서는 X됐따리' 하며 자사를 비하하던 '피지' 세제광고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대박을 터뜨린 게 대표 사례입니다. 남대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님은 "자학 마케팅은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다. 고객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제품을 돌이켜보게 만들고 다른 이들에게도 공유하게 만드는 '버즈(buzz)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장님은 "우리나라도 이제 저성장기에 접어들어 소비자들이 우울한 상태인 만큼 쇼핑에 fun 요소를 도입해봄직하다. 기존 업계 관행을 깨뜨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자사 마케팅팀을 스스로 비하하는 내용의 세제 광고를 만들어 오히려 호평을 받고 있다. <출처: 유튜브 캡쳐>

고정관념 깨는 창의성, A급보다 강한 B급의 힘!

B급이 A급보다 인기를 끄는 현상은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보도의 정확성·공정성이야 어쨌든) 공중파 뉴스보다 종편 뉴스의 시청률이 더 높고, 개그콘서트보다 팟캐스트가 더 재밌습니다. 연예인 같은 '메가 인플루언서'보다 동네 친구나 이웃 같은 평범한 유튜버 등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더 챙겨 봅니다. 예술도 과거에는 사진처럼 사물을 최대한 현실에 가깝게 그린 풍경화나 정물화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거부하는 인상파, 초현실주의, 심지어 변기 하나를 갖다 놓고 예술이라고 우기는(?) 다다이즘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요즘은 아예 선 하나 긋고 점 하나 찍은 예술 작품이 잘 팔립니다. 정답에 대한 거부, 의도적 비대칭이 주는 자유로움, 예측이 빗나갈 때의 희열, 반전에 대한 기대감 등등…. 객관적이고 세련돼 보이는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주관적이고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포스트 모더니즘 사조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게 더 인간의 기본 욕망과 가까운 것 같습니다. 심시티를 했을 때도 애써 번듯한 도시를 만들고 난 뒤 끝에 가선 해일, 지진, 외계인 침공 등의 재난을 일으켜 파괴시켜 버리며 희열을 느끼지 않았던가요? 깔끔하고 세련된 것은 보기에는 좋지만 자꾸 보면 질리고 뻔합니다. 어느 정도 빈틈이 있더라도 생동감 있고 예측 불가능한 데서 사람들은 재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음식과 서비스가 어딜 가나 똑같은 프랜차이즈 가게보다는 주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독립 창업한 가게가 앞으로 더 인기를 끌 것이라 생각합니다. 점주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까' 자기만의 차별화된 서비스와 인테리어를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오늘은 돈키호테와 fun 경영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본 내용은 창업직썰 13화의 요약본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 창업직썰 13회 방송으로 직접 듣기: http://www.podbbang.com/ch/15910?e=22576754

- 다음 주 방송요약본 주제 :다점포 점주의 끝판왕! 일본 기업형 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