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포럼 입니다.

119상황실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기상천외한 신고를 많이 받습니다

며칠 전 핫게에 올라 온 소방대원분이 작성하신 글의 내용은 새발의 피도 안됩니다

119상황실은 모든 소방업무 중에서 가장 기피부서입니다

별의 별 신고가 다 들어오는데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 대처해야합니다

신고 들어오면 출동을 안보내면 민원&소송이 들어오고 출동을 보내면 출동한 소방대원들로부터 원망의 전화를 받습니다

이상한 신고는 출동을 안보내면 끝일 것 같죠?

예전에 목이 마른데 물을 사달라는 신고가 있었습니다

물을 사드리는 것은 안되고 혹시 아프시면 병원에 갈 수 있게 구급차를 보내드린다고 하니

계속해서 거절하면서 물만 사다달라고 반복적으로 말합니다

한참을 그렇게 전화하다가 결국 물 사드리는 것은 안된다고 하고 통화를 종료했습니다

며칠 뒤에 민원이 들어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전화기의 마지막 통화내역이 119인데 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냐는 겁니다

통화내역은 119이지만 통화상으로는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물을 사달라고 했죠

그래도 보호자들은 강경한 태도입니다

그깟 물 한번 사다주는게 힘들었냐는 겁니다

물을 사다주는게 119 소방대원들의 임무인가요?

그 신고의 민원을 해결하는데 진땀 뺐습니다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소송으로 갔을 경우 물론 책임 소지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소송 당해보신 분들은 그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이 든지 아실겁니다

신고 접수 내용으로는 별 내용이 아니더라도 결과가 이상하게 꼬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 결과들을 접해보고 느낀 결론은 출동 조치를 하지 않으면 민원&소송이고

출동조치를 하면 출동 소방대원에게 욕만 먹으면 끝입니다

그런 신고를 출동조치하는 것은 소방력의 낭비라구요?

119상황실에서 출동조치를 안했을 때 소방대원을 보호해주는 법, 지침이 마련되어있나요?

애초에 그런 신고를 하지 않는게 정상입니다

그런 신고 중에서 거를 것은 거르고 도저히 안될 법한 것들만 출동조치하는데 출동 소방대원들은 알지 못합니다

119상황실에서 신고를 거른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은 내가 다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신고를 거릅니다

물론 112 상황실도 마찬가지이고 112 상황실은 119상황실보다 신고내용상으로는 더욱 열악한 환경입니다

저는 119 상황실에서 근무를 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119 상황실에서 근무를 함으로써 소방업무의 최일선에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일합니다

여건이 된다면 앞으로 10년 이상을 더 119상황실에서 근무를 할 예정입니다

힘들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만큼 보람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119 상황실이라는 부서가 시민들을 위해 소방의 맨 앞에 서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