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으로 들어와서 실 근무가 12년 넘어가네요.

1-3년차 아무것도 몰랐고

3-10년차 코로나도 오고 여러모로 뒤지게 일했습니다.

10년차 이후 여러가지를 슬슬 포기해가고 있습니다.

1. 승진해야지

윗세대가 너무 많아요. 자리 없고요. 

승진한다고 월급이 드라마틱해지지도 않고, 남들보다 빨리 승진하려면 그 과정이 또..

거기다 승진한다고 일이 적지도 않아요. 푼돈 조금 더 받고 일 더 많이 하는 구조라서, 저나 제 동기들은 딱히 생각 없는 듯 합니다. 

2. 호봉 오르면 괜찮다

호봉상승분의 50%를 연금납부액으로 추가로 갖다바칩니다.

호봉이 올라서 10만원 오르면 대충 그 다음 해에 5만원 정도씩 연금 더 내야합니다. 실수령이 딱히 안 올라요.

3. 연차차면 괜찮다, 연금 있다

위가 너무 많다니까요..아래에 누가 들어오질 않으니 실질적으로 막내생활만 십년째 하는 느낌.

연금 이미 아작 났고요. 

결론적으로 정부가 담당하려는 복지가 넓어질수록, 

일은 더 광범위해지고 촘촘해지며 메뉴얼은 까다로워지는데, 

딱히 느껴지는 보상도 없고 이걸 왜 열심히 해야하는지를 아무도 납득을 못하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선출직들 땡기는데로 쓰잘데기 없는 일에 에너지 쓰다보면 현타.

얻은 결론이 있는데요

1. 안하는게 낫다.(내년에 육아휴직을 쓰던가 이직 준비 예정)

2. 유일한 메리트는 정년+육아관련제도

3. 더 빨리, 더 잘 하려고 할 필요 없다.

    정해진 시일 내에 정해진 것만. 

4. 불친절해서는 안되지만, 불 필요한 수준으로 친절할 필요도 없다.

5. 정부도, 상사도, 국민도,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도록 준비할 필요가 있다.

6. 직장생활에 만족도, 보람 같은 감정적인 부분들은 마치 유니콘이다. 그저 정해진만큼 일을 하고, 정해진만큼 받으면 끝이다.

7. 기한내로 정해진 내 업무를 다 해놓고, 내 나름의 여유를 찾는 것은 내 자유이며 내 권리다. (올해부터 거의 연차 풀 사용 중)

딱 코로나 시점을 기준으로 열정이나 책임감 이런 건 없구요

의무를 다할 뿐이다. 정도의 생각만 남아있습니다.

뭔가를 내려놨어요. 복장부터 점점 더 라이트해지고.

뭐 정부가 방역이나 코로나 극복에 신경을 많이 써서 어느순간 코로나가 슥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진 않지만 그때 다들 참 힘들었거든요. 

어차피 앞으로 뭔가 개선되기는 글렀고...유례없는 학교 파업 한차례 시도했던 것처럼 머잖아 전국적으로 각종 행정도 올스톱 되는 날이 올 것이다..정도의 느낌이 듭니다.

사실 다들 먹고사는 건 힘들잖아요. 그냥 힘든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다들 너무 당연히 생각하더라고요. 공무원도 생계가 있고 평범한 사람들이니 걱정이 없을 수는 없죠. 

친한 동기 부부 둘은 내년 초에 그만 둔다고 합니다. 저보다 능력있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는데, 좋은 사람들이 점점 떠나는게 느껴지는건 좀 서글프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