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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직 7년차 경찰입니다. 신변노출 우려가 있어 계급이나 나이, 근무지 같은 곳은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최근 인천 모경찰서 칼부림 도망사건으로 참 욕을 많이 먹네요
제 입장은 '욕 먹어도 싸다'입니다. 사복입고 퇴근하는 경찰이 칼 든 사람 마주쳤다면 도망가도 비난의 여지는 줄어들지 몰라도 근무 중인 제복 경찰관이 일반 시민이 눈앞에 있는데 도망갔다? 그건 쉴드 칠 여지가 전혀 없네요. 피해자의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내외근,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의 바쁜 곳 혹은 새벽만 되면 잠을 자는 곳 모두 근무 경험이 있고 어지간한 생리는 다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 그동안 이 조직에 몸담아오면서 느낀 한국 경찰의 문제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새벽에 화장실 다녀오는데 잠이 안와서 써보는지라 두서도 다소 없고 재미도 없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1. 조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
올해가 61년생 공무원이 퇴직하는 해죠. 나무위키 기준으로 55~74년생 정도가 베이비붐(전후세대)세대라고 하네요.
93년도 기삽니다. 지금 못지않은 엄청난 인원을 뽑네요.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법과목을 안배워도 채용을 합니다.
경찰에게 가장 기본인 형법, 형사소송법을 몰라도 경찰이 될 수 있네요. 네 그럴 수 있다 칩시다. 문제는 이때 채용된 분들 상당수가 아직도 법을 모릅니다. 하다 못해 승진시험이라도 보면서 법을 공부한 분들도 있긴 합니다. 근데 승진에도 관심없고 그냥 시간이나 떼우면서 월급이나 받는 사람들은 법에 무지합니다.
이 베이비붐 세대가 우리 조직의 주류입니다. 이 분들이 경위~경감의 대다수이고 내근에선 과,계장이요. 외근에선 팀장이나 사수입니다. 법을 알지 않아도 조직에 들어올 수 있었고 그렇다고 입직 후에도 공부도 안하려는 분들이 무슨 자격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가르치겠습니까. 어불성설이죠
2. 자기 계발에 투자를 안합니다.
1과 궤를 비슷한 문제점입니다. 모두가 그런건 아닙니다만 대다수 지구대, 파출소 사수들은 흔히 말하는 자기 계발에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제가 보는 자기 계발은 두가지입니다. 업무 매뉴얼과 체력 증진
경찰도 법을 다루는 직업이다보니 법령 개정이나 신법 제정에 민감합니다. 법이 바뀌면 당연히 매뉴얼도 바뀝니다. 상위 관청인 경찰청에선 때가 되면 바뀐 법령에 대한 매뉴얼과 지침을 공문으로 배포합니다. 그럼 당연히 읽어보고 바뀐 점은 기억해서 업무에 적용을 해야하는데 대다수 사수들은 그러질 않습니다. 부사수가 알아서 기억하고 알아서 잘 하겠지~ 이런 마인듭니다. 사수가 왜 사수겠습니까. 부사수를 이끌어줘야하는데 배움에 대한 의욕이 없습니다. 일례로 최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됐는데 어떤 사수는 이런게 있었냐며 ㄴㅇㄱ 표정을 짓더군요.
그 다음은 체력 문제입니다. 외근 경찰관이라면 당연히 체력 관리를 해야하는게 상식입니다. 도망치는 피의자 검거까진 아니더라도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장거리를 뛸 정도의 체력과 난동을 부리는 취객이나 단숨에 피의자를 제압할 근력말이죠. 근데 현실은 배불뚝이 아저씨만 잔뜩 있습니다. 제발 운동 좀 하라 그래도 귓등으로도 안듣습니다. 무도 훈련? 체력 단련? 다 가라인지라 전혀 도움도 안됩니다. 한번은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10층 건물을 뛰어 올라가는데 뒤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와중에 숨까지 헐떡이는 사수를 보면서 한숨이 나오더라구요. 과연 내가 이 사람과 같이 근무를 나가서 나보다 덩치가 큰 사람을 함께 제압할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3. 과거에 머물러 있는 업무처리 방식
계속 이어지는 것 같네요;; 112 신고가 들어오면 대충 신고 종류별로 처리하는 방법이 있기 마련입니다. 가령 폭행 신고가 들어오면 추가적인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서로를 분리하고 이야기를 들어보고 수사가 필요하면 사건을 접수합니다. 이렇게 신고마다 처리하는 방법과 매뉴얼이 있는데 우리 사수들은 그걸 따르지 않습니다.
선민의식이 있는건지 자꾸 일반 시민을 가르치려 들고 잘못한 점이 있다 싶은 사람에겐 반말도 하고 꾸중도 합니다. 꾸중할 수 있죠. 골목길에게 담배피는 학생에게 그러지 말라고 꾸중할 수 있습니다. 근데 민형사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람에게 판사에 빙의해서 자기 멋대로 혼을 내면 안되죠. 쌍방으로 폭행을 주고 받은 사람이 처벌을 원하는데 부모나 변호사도 아니면서 화해하라고 합의하고 끝내라고 종용하면 안되죠. 물건 도둑질했다고 다수가 보는 앞에서 반말로 망신주는거 안되죠.
내근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 시절 자신이 처리했던 업무 방식 그대로 아랫 사람이 공문서도 만들어 와야되고 자기 입맛대로 기획안을 짜와야 만족하는 계,과장들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4. 보빨에 미쳐 있는 서윗폴리스들
남초 직장이다보니 여경이 이쁨 받는게 현실입니다. 여경이 내근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현실은 남경이 더 많습니다. 외근은 말할 것도 없구요. 나이를 막론하고 우리 서윗폴들에겐 여경들은 한없이 이뻐보입니다. 어떻게든 그들에게 관심을 받아볼까 온실 속 화초마냥 애지중지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추합니다.
연장자만 그런게 아니고 2030도 똑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 여경이랑 사귈 수 있을까. 추파던지는 꼬라지가 한심합니다. 솔로들 뿐만 아니라 유부남들도 그러고 있습니다.
여경이면 99를 실수하다가 1을 잘하면 칭찬도 받고 표창도 받는게 현실이고 남경이면 99를 잘하다가 1을 잘못하면 죽일놈 취급하지요.
5.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여경들
그렇게 서윗폴들이 아껴주는 여경들은 처음에 겸손하다가도 나중엔 콧대가 하늘을 찌릅니다. 업무가 미진해도 서로 나서서 쉴드를 쳐주고 상사 앞에서 이쁨만 보이면 근무평정을 잘받아서 승진을 하니 눈에 뵈는게 없습니다. 나중엔 파벌을 형성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남을 험담하고 평판을 내리깎는 짓도 마다하지 않죠.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젠 내근 여경도 과포화 상태라 여경이라고 내근 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젠 여경들도 누가 윗사람에게 잘 보여서 좋은 보직과 좋은 부서를 가서 승진하느냐를 두고 경쟁하더군요. 많은 분들이 치안조무사다 치안중개사다 욕 많이 하긴하는데 제가 운이 좋은건지 그래도 여경 100에 40 정도는 그래도 책임감 갖고 열심히 일하던데 나머지 60은 답 없었습니다
6. 의미없는 직장협의회
공무원 직장협의회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경찰도 서와 청별로 직장협의회가 있습니다. 다른 조직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경찰 직협의 목표는 한가집니다. 그들의 근속승진
오죽하면 근속협의회, 근속노조로 비아냥을 받을까요.
처우 개선을 위해 노조는 만들지 못하더라도 직협을 통해 잘못된 점은 고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다수가 직협에 가입했지만 현실을 알고서는 가입율은 점점 떨어져갑니다.
근속 승진도 처우 개선은 맞습니다. 근데 당장 경감 승진을 앞두지 않은 젊은 직원들이 경감 근속 승진에 관심이 있을까요?
당신들이 경감 근속외에 다른 계급 근속 승진도 관심 두긴 하나요?
당신들이 내외근 근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처우 개선을 위해 고위층과 소통하긴 하나요?
7. 현실에 관심없는 수장들
지금 대다수의 고위 간부들은 경대나 간부후보생 출신입니다
이제 간부라고 부르기도 민망합니다만 순경이 아닌 경위부터 시작하죠. 이런 경대나 간후보 출신들은 조직 대다수를 이루는 지구대 파출소 근무자들의 생리를 모릅니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이분들은 외근 경험도 거의 없어서 아마 근무 전반에 대해 갓 입직한 순경보다 모를겁니다. 어차피 관심도 없습니다. 경찰 보직의 꽃은 넌제나 수사, 정보, 경무요. 생활안전, 교육, 복지는 언제나 한직이니까요. 그들은 밑에 직원들이 사고 안쳐서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고 기획부서를 쥐어짜 말도 안되는 정책을 만들어 내 그걸 최일선 직원들에게 시키고 그걸로 윗사람에게 잘보여 입신양명하는게 목표니까요.
8. 땅으로 꺼진 공권력
얼마 전 흉기로 난동을 부리는 사람에게 실탄을 쏴서 제압한 사례가 있었죠. 대다수 사람들이 잘했다 잘했다 하는데 그런 댓글도 있더군요. '혹시 저 경찰이 실탄쐈다고 징계받지 않을까'
우리들도 그런 생각합니다. 저 사람 신상에 영향있진 않을까?
칼 든 사람에게 총을 못쓰고 테이저건 못씁니다. 한 경찰서에서 1년에 실탄과 테이저건을 얼마나 쓸 것 같으세요?
실탄은 쓰면 난리가 나고 테이저건은 1년에 10발도 안쏩니다
매뉴얼 있죠. 취객이 난동을 부리면 가볍게 잡아라 근데 때릴 것 같으면 팔도 꺾어라 혹시 칼을 들면 총이라도 쏴라
현시창입니다. 취객 팔을 꺾었다가 바로 청문감사관실에서 연락와서 경위서 쓰는거고 인권위 진정받고 답변서 쓰는겁니다.
총이나 테이저를 쐈다? 수갑만 써도 왜 굳이 수갑을 썼니 피의자가 반항도 안했는데 왜 뒤로 수갑을 채웠니 난리를 피우는데 저런걸 쐈다? 왜 쐈니 어떻게 쐈니 일일이 다 보고해야하고 윗사람이 만족할때까지 전화와서 물어보고 사람 귀찮게합니다. 쓰라고 만든걸 쓰질 못합니다.
저랑 친한 선배님이 음주차량을 추격하던 일이 있었답니다. 정말 눈에 뵈는게 없는 차인지라 지나가는 차를 다 부수고 사람까지 죽일 것 같은 위험한 차량을 쫓는데 그 당시엔 순찰차도 많지 않았거니와 공조의 개념도 없어서 고속도로까지 차를 쫓았답니다.
도저히 차가 멈추지 않아 차 바퀴에 대고 실탄을 쏘았는데 아주 운이 좋아 펑크가 나서 차를 멈추게 만들고 결국 검거한 것이랬죠.
신문에 나올 정도로 큰 사건이었는데 그 선배님에게 돌아온 건 표창이나 하다못해 칭찬이 아닌 욕과 징계 바로 전 경고였답니다.
국민들과 고위 간부들은 무기 사용해라 테이저 쏴라 말하지만 정작 사용하고 나면 고위 간부들은 태도가 싹 바뀌어 꼭 쏴야만 했니? 책임은 니가 지렴 이렇게 나오니 우리는 쏠 수가 없습니다.
9. 한숨 나오는 경찰 장비
경찰에겐 수많은 장비가 있습니다. 개인에게 지급되는 장비도 있고 공용으로 쓰는 장비도 있죠. 개인이든 공용이든 퀄리티가 답이 없습니다. 내외근마다 차이는 있습니다만 1년에 일정 포인트를 지급하고 장비를 신청받습니다. 의류도 있고 장구류도 있고 제화류도 있죠. 하나같이 품질이 떨어집니다. 시중에서 파는 제품보다 못합니다. 몇년 전 삼단봉으로 차 유리를 깨는데 유리가 안깨지고 삼단봉이 망가져 화제가 된 적 있었죠? 그게 현실입니다.
의류는 1년만 입어도 실밥이 풀리고 섬유가 망가집니다. 장구류는 베타테스터도 아니고 쓰다가 망가져 고쳐쓰고 그러다 1년 지나면 결국 새 장구류 받아서 또 그렇게 베타테스터하고 반복합니다.
하다 못해 내 돈주고 사제 장비라도 차려면 차지 말랍니다. 내 목숨 지키려고 사제 삼단봉 구입했더니 그거 쓰다가 사람 다치면 니가 책임지랍니다. 내 목숨 지키려고 방검복 구입했더니 왜 이리 유난을 떠냐는 소릴 듣습니다.
몇년 새 뜨거운 감자는 액션캠입니다. 선진국 경찰들이 사용하면서 회사 사람들도 구입하고 저도 외근 당시 사용했구요. 요샌 스마트폰 공기계 쓰는 분들도 있더군요. 액션캠 영상이 법원에서 증거 채택도 되고 경찰 입장을 대변하는데 효과가 생기면서 사용자가 늘었고 조직에서도 개인보급품으로 달라 그게 안되면 공용으로 지급해달라 이슈가 됐었습니다. 시범 운영한다더니 결국 종료되고 소식이 없네요. 얼마 전에 공문이 내려오더라구요. 어떤 분이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나봅니다. 액션캠 찍는게 불편하다고.
경찰이 액션캠 뭐하려고 찍겠습니까. 위에서 안지켜주니 나라도 내목숨 동료목숨 지키려고 찍는겁니다. 영상을 찍어서 유포라도 할까봐 걱정이 되시는건가요.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중구난방하고 장문이 되버렸네요
조직의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깨어있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은 높이 가지 못하시고 비위 잘 맞추고 아부 잘하고 이상한 정책 입안해서 실무진들 고통주고 상사에게 이쁨 받아 승진을 하니 물은 고여만 갑니다.
사명감은 아니더라도 직업 윤리는 갖고 일하는 동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피해자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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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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