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수십년간 해오던 제품 그대로 성능개량 신제품 만들고 그러고 있었는데 

새로 팀장 되신 분이 사내 원래 하던 사업부 말고 아예 다른 사업부랑 손잡고 판을 벌림.

특정 기술 국산화 사업이었는데 이게 산업 특성상 해외에서 기술 이전도 쉽지 않고, 그러다보니 국내에 해본 사람도 없고, 국산화가 쉽지 않았음.

이걸 내 위에 선임이랑 둘이서 꾸역꾸역 했는데 내 위 선임이 해외로 유학가버림

혼자 한 1년 꾸역꾸역했는데, 밑에 후임 받아서 몇달 가르침.

이 때가 이명박때였는데, 땅파신다고 예산 날리면서 해당 사업이 사업성이 줄면서

해당 사업부가 반응이 좀 시큰둥해짐.

이 와중에 새로 온 상무가 또 팀장이랑 쿵짝 해서 또 다른 사업으로 새로운 판을 벌림

그리고 나도 지방사업장 파견 갔는데, 이게 이슈가 있어서 간 것도 아니고 그냥 회사 방침상 연구원은 특정 년차에 무조건 사업부로 파견을 가라고 하는 거였음.

그러다보니 파견은 가는데 파견 간 부서 일도 해야하고 원소속 팀에서 하던 일도 너밖에 못하니까 이 일도 저일도 다 하라길래 회사 X같네 하고 대학원으로 다시 도망감.

나 회사 나가는데 사표 수리가 안되서 2달 기다리다가

저 내일은 입학식이라 가야하는데요 하고 겨우 나왔음.

그 후로 3년인가 회사에서 계속 전화받음

처음에는 후임이 전화했었는데, 나중에는 다른 부서 선임이 전화하다가 나중에는 거기 부장이 전화함

알고 보니 후임도 못해먹겠다고 배째고, 우리팀도 다 같이 배째고 결국 협업하던 다른 부서에 핑퐁함

(우리는 소프트웨어, 저쪽은 하드웨어였음)

내가 퇴사하기도 전에 부장이셨던 양반이 한 밤중에 전화해서 

이거 혹시 뭐 때문에 해놓은 거임?

하는데, 아니 내가 프로그램 쳐다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걸 물어보면, 3년 지나서 기억이 안나요 ㅠㅠ

그래도 애정이 있던 프로젝트라 최대한 도와 주려했더니

아예 회사에 출근해서 설명하라길래 배째버림.

그러고 나중에 그 프로젝트 아예 물건너 갔다고 들었는데 어찌됐나 모르겠음.

그게 대충 몇조짜리 전체 사업에서 몇백억 정도는 되는 포션이었는데

그정도 규모가 되어도, 아무리 대기업이어도 이리 허술하게 굴러감.

좃소니 뭐니 해도, 대기업도 시스템이 생각한 것처럼 막 엄청 정밀하고 우와 대단하다 이러지 않음.

그 회사만 그런지 몰라도, 그냥 막 엄청 많은 좃소 합쳐 놓은 느낌?

회사 임금이나 복지나 뭐 그런 건 나쁘지 않았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좋았고.

(물론 싫은 사람도 있었음. 그냥 대체적으로 그랬다는 거지)

몇년 지나서 정말 우연히, 지하철에서 그 당시 상무랑 팀장을 만났음.

새로 판 벌렸던 사업이 제대로 자리를 못잡고, 사업 전체를 다른 벤처로 팔어버렸는데

이 아저씨들도 그 때 등떠밀려서 거기로 넘어감.

순식간에 대기업 상무에서 벤처 기업 직원이 되어버려서일까?

그 때 내가 퇴사한다고 할 때 아니 이 좋은 회사를 왜 나가냐고 난리치던 아저씨들이

X 대리, 그 때 나가길 참 잘했던 거 같애

라고 하는데, 10년은 늙어보이는 두 분이 오히려 안쓰러웠음.

그게 벌써 10년 전임.

결론

좃소는 물론이고, 대기업도 시스템은 개판인 경우가 너무 많음. 

마눌님이 공뭔인데, 이야기 들어보면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도 비슷해보임

그 와중에 항상 명심해야 하는 건, 내가 회사에 충성해봐야 직원 나부랭이는 회사의 부품이라는 거.

내가 잘못해서도 아니고, 내가 아무리 잘나도, 외부 바람에 훅 갈 수 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