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서울공장의 10주년 기념공연 두 번째 연극 ‘꽃상여-모데라토 칸타빌레’는 11월 1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프레스콜 행사를 가졌다. 11월 1일부터 11월 1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꽃상여-모데라토 칸타빌레’는 하유상 원작의 ‘꽃상여’를 원작으로 하며, 임형택 예술감독이 각색, 연출에 참여해 한국 창작 희곡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하유상의 원작 ‘꽃상여’가 40여 년 만에 부활한 연극 ‘꽃상여-모데라토 칸타빌레’는 지난날 한국 여인들의 삶과 때 묻지 않은 사랑을 음악극으로 경쾌한 풀어냈다. 또한 ‘한국 고전의 현대적 수용’을 내세워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난날 우리네의 여인들의 삶을 조명한다. 특히 여인 3대의 이야기를 골고루 펼쳐내면서, 원작이 가진 한국인의 유머와 놀이문화, 고집을 많이 담았다.

연극 ‘꽃상여-모데라토 칸타빌레’는 카이로국제실험연극제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한 임형택 예술감독이 각색, 연출을 밑아 뛰어난 작품성의 음악극으로 완성되었다. 인간에 대한 진정한 사랑,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고민, 세대와 계급 간의 소통 문제를 다루면서, 이들을 묶는 고리인 ‘춤’ 과 ‘노래’를 통해, 과거를 통해 오늘을 바라보는 연극으로서 현재의 관객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했다.

▲ 극은 세로로는 세대차이를, 가로로는 계급차이를 그리고 있다.

▲ 해방 이후 소식이 없던 자식들이 어떻게든 찾아오기도 한다.

▲ 만주에서의 생활을 뒤로 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

▲ 전통적인 관습의 무게는 이들 모녀에게는 너무도 무겁기만 하다.

▲ 길닦이 굿은 요즘은 주위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물론 없어진 건 아니다.

▲ 굿과 함께 등장한 죽은 남편의 친구라는 남자는 새로운 진실을 들고 왔다.

극은 1946년 여름 농악소리가 막에 오르며, 충청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방의 기쁨에도 전쟁에 징집된 자녀들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가족들은 해방의 기쁨을 함께 누리지도 못한다. 그리고 홀로 된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며느리는 숙희와 영희라는 두 딸을 데리고 전쟁터로 나간 남편을 기다리지만, 되돌아온 것은 남편의 유서뿐이다. 그리고 남편의 죽음 이유를 전해 들은 며느리는 ‘여성의 재가는 금지’라는 시대적 구습에 반해, 딸을 버리고 떠나게 된다.

그리고 14년여 세월이 지나고, 1960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영희 또한 자신의 할머니와 동생을 버리고 떠나버린다. 할머니에게 시집을 강요당하던 숙희는 자살을 선택하기에 이르고, 숙희를 사랑하던 만득도 숙희와 영혼결혼식을 치른 후 숙희의 시신 옆에서 목숨을 끊는다. 결국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두 젊은 남녀는 꽃가마와 꽃상여를 동시에 타고, 기쁨과 슬픔이 뒤범벅이 된 여행을 떠난다.

이 작품의 원작은 극작가 하유상의 ‘꽃상여’로 1972년 발표된 희곡이며, 작가는 한국 근현대 시기의 신구세대 간 의식의 차이와 물질적 빈곤, 인간소외 등을 작품에 반영시켰다. 또한 이 작품은 같은 이름으로 1974년 신성일, 윤정희, 허장강 주연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영화는 며느리의 비극적 사랑과 죽음에 초점을 맞추었던 바 있다. 그러나 연극 ‘꽃상여’는 시어머니-며느리-손녀딸 3대의 이야기를 골고루 펼쳐내며, 원작이 담은 한국인의 유머와 놀이문화, 고집을 많이 담았다.

▲ 충격적인 진실 이후 며느리는 시대적 구습에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게 된다.

▲ 이 싸움은 세대간의 가치의 충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젊은 세대의 ‘사랑’은 구시대적인 사고관이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된다.

▲ 이들의 사랑은 자신들의 힘으로는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다.

▲ 여러 가지의 어긋남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만든다.

▲ 어른의 사정이라는 것은, 죽은 사람도 그냥 두지 않는다.

▲ 모든 것을 잃고 나서. 후회해봐야 이미 늦다.

‘꽃상여’는 우리 옛 여인들이 갈망했던 일생 두 번의 호강, ‘꽃가마’ 타고 시집가는 꿈, ‘꽃상여’ 타고 저승길로 떠나는 소박한 꿈을 가진 한국 여인의 애환을 그리며, 3대에 걸친 여성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대간 공감의 특별한 시간을 제시한다. 또한 18세 동갑내기 숙희와 만득이의 사랑 이야기는 성인들에게는 아득한 첫사랑의 환기, 청춘 관객들에는 그들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간다.

또한 이 이야기는 원작 발표 이후 40여년이 지났고, 시대적 배경이 1960년대지만 비단 예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극중에서 역사적 혼란기와 시대적 변환기를 겪으면서 만주에서 삶을 영위하고 돌아온 이, 그리고 기존 사고관을 고집하고 강요하려는 이와 구시대적 사고관에 반감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반경을 일탈하는 인물의 대립 등은 오늘날의 모습과도 많이 겹쳐지는 모습이다. 극중의 ‘속박과 자유’라는 화두는 지금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극 속의 여인들은 아픔을 가지고 있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또한 연극은 무거운 주제임에도 때로는 가볍게 웃어넘긴다. 인생을 크게 놀이로 해석해 체홉과 셰익스피어의 주제를 한국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각 세대간 가치관에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들의 감성을 연결하는 고리는 춤과 노래로써, 연극에는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노래를 통한 시대간 공감,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어 현 시대의 관객에게서 공감을 끌어 낸다.

▲ 이들의 춤과 노래는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 세대와 계급을 넘어서는 춤과 노래는 이 극의 중요한 코드.

▲ 결국 이들은 죽어서야 주위의 굴레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 마지막 반전 ‘커밍아웃’은 뒷맛을 더 씁쓸하게 한다.

연극 ‘꽃상여’에서는, 요즘은 거의 볼 수 없는 꽃상여나 죽은 아들을 위한 길닦이 굿의 모습을 무대에서 재현해 낸다. 풍성한 라이브 연주와 화려한 전통 장례의식이 펼쳐지고 꽃가마와 꽃상여가 하나로 화합하는 순간을 그린다. 인생을 즐거운 놀이로 본다면 죽음은 또 다른 탄생으로도 볼 수 있으며, 새로운 삶의 잉태와 긍정적인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다. ‘꽃상여’는 화려한 전통 장례의식을 완결된 삶에 대한 격려와 축하를 축제의식으로 재조명하는 의미도 가진다.

또한 ‘꽃상여’는 이야기가 아닌 놀이의 형식, 노래의 형식을 통해 그 주제를 드러낸다. 이는 말에서 음악성을 찾아 관객에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방법론이기도 하며, 본질적이고 원시적인 연극성을 다룬다고도 볼 수 있다. 법도 아래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의 마음을 놀이와 노래로 풀고, 이들의 욕구를 표출하고 해소하는 방식으로는 춤을 이용했다.

노래와 춤과 영상, 사람이 내는 소리 등은 작품에 재미와 생기를 불어넣으며, 극 속의 노래는 추억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며, 배우들이 함께 선보이는 원시적인 몸짓과 춤은 인물들의 화해를 도와 갈등을 해소하고 관객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뚫어준다. 배우들의 신명 나는 노래와 춤을 통해 삶의 그 자체로서의 아름다움을, 죽음은 삶의 가장 가까운 동지임까지도 이야기한다.

▲ 시종일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여러 세대를 아우를 ‘꽃상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