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비즈니스에 종사하는 분들이 늘 고민하는 것이 있다. 육체적으로 쇠약해지고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면, 고령자들의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더 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까? 어떤 분들은 육체적으로 의존성이 증가하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왠지 이 순간부터는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의료적 전문성, 즉 치료가 더욱 필요한 부분들이라고 생각하며 시니어비즈니스의 역할에 한계를 긋곤 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더 나은 삶이 가능하게 하는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들이 있다. 오늘은 그 사례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시니어비즈니스 전문가의 역할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곳은 미국의 체이스 메모리얼 요양원(Chase Memorial Nursing Home)이다. 이곳의 담당 의사였던 빌 토마스(Bill Thomas)는 자신이 근무했던 요양원의 무료함, 외로움, 무력감을 없애고 활기차고 자율성을 갖는 집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자 결심했다. 이를 위해 모든 방에 초록색 식물을 두고 마당에는 잔디 대신 채소와 꽃이 있는 정원으로 바꿨다. 잔디는 늘 녹색으로 변화가 없지만, 채소와 꽃은 피고 지고, 그리고 열매를 맺는 등 역동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아 강아지 2마리, 고양이 4마리, 새 100마리를 들여놓았다. 또한 요양원에 어린이집과 놀이터를 세워 직원의 자녀들이 언제든지 요양원에 와서 부모를 만날 수 있게 했다. 살아있는 생명들은 요양원에 새로운 활력을 줬다. 이후 이곳 노인들은 스스로 화분에 물을 주고, 반려견 산책을 위해 움직였으며, 아이들이 오면 인사하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 결과 체이스 요양원 노인의 복용약은 절반으로 감소했고, 불안증세 및 사망률도 감소했다. 몸이 불편하지만, 살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도록 만든 체이스 메모리얼 요양원의 환경변화가 노후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켰다. 이 변화는 요양원을 치료중심의 암울한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아가는 집과 같은 공간으로 바꾸는 역할을 했다.
두 번째 소개할 곳은 일본의 노인주거인 긴모쿠세이(銀木犀)이다. 도쿄에서 200km 떨어진 유라야스(浦安)시에 위치한 서비스제공 고령자 주택이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노인주거모델인데, 긴모쿠세이는 일본에 있는 다른 서비스제공 고령자 주택과는 달리 입주자들이 집과 같이 편하게 거주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입주민의 안전을 위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예를 들면 입주자가 원하면 자유로이 술, 담배 등을 할 수 있다. 치매가 있는 입주자들은 자신이 원하면 현관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지도 않는다. 현관을 잠가놓지 않기 때문이다. 치매입주민들이 나가고 싶어 하는 경우 직원들이 동행한다. 직원들은 사고로부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입주민들을 통제하기보다는 입주민들이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1층에는 작은 가게가 있어 지역 거주 어린이들이 언제든지 와서 물건을 살 수 있고, 로비에서 어린이들이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이곳 입주 고령자들은 우리나라 장기요양보험과 같은 일본의 개호보험 등급을 받은 몸이 불편한 분들이지만, 지역주민과 교류하고 자유롭게 외출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간다. 시설이 아닌, 자신의 집과 같은 곳에서 ‘나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생활이 더 많은 고령자에게 이곳을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모델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톤에 위치한 비콘 힐 빌리지(Beacon Hill Village)이다. 앞에서 소개한 두 모델은 각 기관의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시니어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비콘 힐 빌리지는 지역사회 주민들이 함께 만든 지역협동조합이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계속 독립적으로 생활하기를 원하는 50세 이상 고령자들이 회원가입비를 지불하면 회원이 될 수 있고 회원들은 필요한 청소, 쇼핑과 같은 생활지원 서비스 등을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 모델은 고령자가 고령자를 돕는 개념으로 시설에 가지 않고도 자신의 집에서 가능한 한 오래 독립적 생활이 가능한 공동체 모델로 세계적 혁신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최근 시니어비즈니스는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고령자들의 선택을 제한하기보다는 몸이 불편해도 가치 있는 삶을 살도록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몸이 쇠약해지는 노인들이 정말 가기 싫어하고, 자녀들도 부모님을 보낸 후 마음이 편하지 않은 요양원을 새로운 노인주거로 변화시킬 시니어비즈니스 모델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혁신적 시니어비즈니스 모델들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