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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의감성엽서] 정숙자 시인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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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시우(詩友)이며, 언니이고, 친구였던 정숙자 시인이 지난주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심근경색. 전혀 예상치 못한 그 비보에 멍하니,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아득히 먼 곳을 동경하기보다 제 몸담은 이 땅을 사랑하겠습니다.
제 영혼을 도와준 풀꽃, 이슬, 바람이 사는 이 흙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겠습니다.
그들이 제게 준 기쁨을 갚으려면 몇 생을 바쳐도 부족하겠지요. 이 행성은 제가 아는 한 가장 친절하고 아름다운 별입니다.
제가 죽은 뒤 공기가 되면 이 지구를 지날 때마다 꼬옥 안고 한참씩 머물다 가겠습니다”(정숙자, ‘공우림(空友林)의 노래·44’ 부분)라고 노래했던 언니가, 그토록 이 땅을 사랑하고, 시를 사랑한 언니가, 좋은 시만 발견하면 상기되어 전화벨을 울리던 언니가, “좋은 시는 꼭 내가 써야만 하는 건 아냐. 누가 쓰든 잘 쓴 시는 다 좋아. 잘 쓴 남의 시 잘 읽으려 인공눈물 넣는 일도 내겐 즐거움 중 하나야”라던 언니가, 그 좋은 시들을 이 지상에 남겨두고 훨훨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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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보다 문학이 더 우선이었던 언니. 그 때문에 언니는 배달되어 오는 그 많은 시집과 책에 오랫동안 일일이 감사 손편지를 쓰고, 그 편지에 지극한 감사와 격려를 불어넣었지요. 그 정성에 감복하면서도 나는 언니 건강이 걱정되어 이젠 그 보시(布施) 좀 그만하고, 제발 언니 건강 좀 챙기라고, 그러다 과로로 쓰러진다고. 여태껏 한 것만으로도 기네스북에 오를 거라고. 그러면 언니는 네가 표현한 그 보시라는 말이 너무 좋아 계속 힘이 나는 걸, 말했지요. 고집불통으론 대고수인 언니답게.

그래도 언니를 만나 이토록 오래, 정갈한 우정을 나누며 산 것, 정말 고마워요. 가끔 만날 때마다 환한 미소로 내게 건네던 ‘숙자표 커피’(언니가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 그 정성스러운 커피 맛, 잊지 못할 거예요. 잊지 않을게요. 고마워요, 언니.

아무나 부둥켜안고 펑펑 울고 싶을 정도로 슬픈 날, 언니는 내게 말했지요. 너무 슬퍼하지 마. 슬픔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가깝고 오랜 외우(畏友)야. 슬픔도 배우고 적응하면서 잘 익혀야 해. 언젠가는 정중히 슬픔이여, 안녕, 안녕히…라고 인사할 때까지. 그 덕분에 여하한 슬픔에도 끄떡 않는 지혜를 터득했지만…. 이렇게 황망히, 불현듯 언니가 내 곁을 떠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누구보다도 부지런하고, 검소하고, 열정적이고, 자신에겐 한없이 엄격했던 언니. 언니가 있어 그동안 참 좋았습니다.
참 따뜻했습니다.
언젠가, 어느 땐가 가슴 미어지도록 서로가 그리울 땐 언니가 존경했던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을 나직이 함께 불러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 눈부심만으로도 온 세상 경계가 사라지고, 오로지 사랑만, 우정만 남을 테니까요. 언니, 부디 안녕, 안녕히….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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