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 절벽에서 절벽으로 뛰어다니는 소나기가 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찍고 싶은데 눈 뜨면 안 보이는 울부짖음이다 점토의 빛깔로 다가오는 저녁 내 안에 우는 돌에다 물을 준다 돌의 키는 자라 무엇이 될 수 있을까 허공에서 허공으로 뛰어다니는 새가 될 수 있을까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찍고 싶은데 싱싱한 비명은 찍을 수 없다 우는 돌, 우는 돌… 반복해서 읊조려본다. 돌이 우는 표정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세상 만물이 그렇듯 돌도 남몰래 울겠지만 좀처럼 그 모습을 들키지 않을 것 같다. 다름 아닌 돌이니까. 누구나 마음속에 이런 돌을 가지고 있겠지. 아무도 모르는 돌. 혼자만이 아는 돌. 카메라 같은 것으로는 도무지 담아낼 수 없는 울부짖음. 그런 울음을 잘 다독이다 보면 돌은 새가 될 수도 있을까. 맑게 갠 어느 날 멀리 날려 보낼 수도 있을까. 결국 혼자만의 일이라는 것. 혼자서 다독여야 하는 마음이라는 것. 산다는 건 새삼 참 외로운 일 같지만, 그래도 내 안에 어떤 돌이 있다고 생각하면 뜻밖에도 조금쯤 위안이 된다. 그 돌은 살아 있는 돌. 나와 같이 우는 돌. 때로 비가 되고, 새가 되는 돌. 허공을 뛰어다니며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돌.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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