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이라고 상상해보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통화 부양책 요구를 거부했고, 나머지 이사회는 파월 의장을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 다수 의회가 부여한 새로운 권한을 사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게시물을 올렸다. 이번엔 이사회 전체를 향해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 시절의 유행어인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를 외쳤다.
이는 나와 같은 Fed 전 직원과 모든 미국인에게 끔찍한 결과다.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에서 고위직으로 선택한 두 사람이 공동 집필한 제안서에 따르면 현실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스티븐 미란 전 재무부 경제정책고문을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다니엘 카츠 맨해튼 연구소 수석 연구원을 재무부 수석 보좌관에 임명했다. 이들은 함께 Fed를 정비하기 위한 광범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들의 계획은 대통령과 의회에 Fed에 대한 훨씬 더 큰 정치적 통제권을 줄 것이다. 이는 자신의 의지대로 일하려는 행정부에는 바람직해 보일지 모르지만, 선거를 고려하지 않고 통화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Fed의 능력을 파괴할 것이다.
또 시장 신뢰가 깨질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방대한 학술 문헌과 미국에서의 역사적 경험은 정치적 통제가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1970년대의 불행한 경험을 생각해보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72년 재선 캠페인을 앞두고 당시 아서 번스 전 Fed 의장에게 더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실행하라고 압박했다. 그 결과 선거 전 실업률이 약간 하락했지만 닉슨 전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한 뒤 인플레이션이 다시 크게 상승했다.
일단 시장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폴 볼커 전 Fed 의장은 번스 전 의장, 닉슨 전 대통령과 반대로 Fed가 낮은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투자자와 대중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수년이 걸렸고, 두 번의 고통스러운 경기 침체를 겪었다. 아무도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어하지 않는다.
현재 Fed를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보호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대통령이 Fed 이사회 구성원을 ‘이유가 있을 때만’ 해임할 수 있고, Fed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카츠 연구원과 미란 전 고문은 이를 바꿀 것이다.
첫째, 그들은 정책에 대한 의견 불일치 같은 간단한 이유로도, 혹은 전혀 이유가 없어도 대통령에게 이사회 구성원과 의장을 모두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둘째, Fed 이사의 임기를 14년에서 8년으로 단축하고, 각 임기가 이사의 인준일로부터 시작되도록 해 다수의 또는 모든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도록 할 것이다(현재는 법률에 따라 임기는 겹치게 돼 있으며 2년마다 임기가 만료된다. ).
이러한 변화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Fed 정책에 훨씬 더 급격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만들어낼 것이다. 카츠 연구원과 미란 전 고문은 그렇지 않은 척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제안이 제정된다면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임기 초기에 7명의 새로운 이사회 구성원을 모두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한다. 통화 정책과 은행 감독에 대한 영향은 엄청날 수 있다.
카츠 연구원과 미란 전 고문은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권한을 강화해 Fed에 대한 대통령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상쇄하려 한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에 의해 새롭게 해임될 수 있는 12명의 공무원(Fed 당국자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어떻게 이 시스템이 정치적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아마 그들도 그들의 ‘개혁’이 시장에서 호평받을지 확신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통령이 Fed 이사를 해고할 수 있는 능력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을 권고하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이라면 왜 실행하지 않는가.
그리고 Fed의 자금 조달 문제가 있다. 의회는 Fed에 자체 예산을 설정하고 소유한 증권에서 얻은 수익으로 운영 자금을 조달할 권한을 부여했다. 카츠 연구원과 미란 전 고문은 이를 예산 절차에 포함하고 의회가 5년에 한 번씩 Fed의 예산을 승인하도록 권고한다.
Fed가 자체 운영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은 정치 과정으로부터의 일상적인 독립성의 일부다. 그리고 이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화감독청과 연방예금보험공사도 마찬가지로 의회로부터 예산을 받지 않는다.
여기서도 카츠 연구원과 미란 전 고문이 자신들의 권고안이 좋은 생각이라고 믿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들은 다음과 같이 썼다. "연례 예산 협상이 Fed의 운영에 부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기회를 만들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이 지출은 5년 단위로 이뤄져야 한다. "
연간이 아니라 5년에 한 번만 개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한하면 5년마다 순간을 둘러싼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게다가 정부 어디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5년 예산은 오랜 기간에 걸친 지출 요건의 본질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에서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일정 수준의 독립성을 부여받는다.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의 가속 페달을 밟으면 고용 증가라는 혜택이 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비용보다 더 먼저 나타난다. 만약 현직 정치인들이 통화 정책을 통제할 수 있다면, 선거 전에 경기를 부양하고 나중에 그 결과를 처리하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독립적인 중앙은행은 장기적인 관점을 취할 수 있다.
광범위한 학술 연구들은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더 나은 인플레이션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연구에 따르면 "경험적 증거는 독립성이 개선되면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감소한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한다.
카츠 연구원과 미란 전 고문의 계획은 Fed의 독립성의 핵심을 공격한다. 이를 실행하려면 입법이 필요하다. 의회 의원들은 미국의 역사적 교훈과 통화 정책 도구에 대한 직접적인 정치적 통제가 이뤄졌던 다른 나라들의 경험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인 7.2%로 상승한 것이 보여주듯이,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반드시 완벽한 인플레이션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역사와 경제 이론이 압도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대안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 힘들게 얻은 교훈을 잊는 데 따르는 대가는 막대할 것이다.
데이비드 윌콕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미국 경제 리서치 디렉터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Trump Plan to Politicize the Fed Will Spur Inflation’을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