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속뚜껑 없애고 리필 출시… 포장 줄여
14년간 공병 2592t 수거… 재활용 활발
동물실험 금지 4년 전에 이미 자체 중단
시각장애 소비자 위해 제품 점자 표기도
수자원관리 A등급… 비건원료 개발 속도
#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인기 제품인 ‘진설크림’은 모두 쓰고 나면 내부 용기만 바꿀 수 있다.
외부 용기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리필제품을 이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30㎖ 크림 기준 55% 감소한다.
#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는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일부 신제품 클렌징밤과 크림에 점자 표기를 적용했다.
화장품 브랜드 에스쁘아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꾸뛰르 립틴트 블러 벨벳’과 ‘비벨벳 플루이드 파운데이션’에 점자 표기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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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은 2009년부터 다 쓴 화장품 병을 따로 수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아모레성수에서 운영한 아모레리사이클 용기 수거 팝업스토어. 아모레퍼시픽 |
과거 화장품 산업은 환경문제에 소홀하다고 지적됐다.
제품을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보이려면 과한 포장이 필수고, 원료를 얻는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노동 문제가 불거질 여지가 있었다.
제조 과정에서 오염물질·온실가스 배출은 물론 화장품이 건강·환경에 미칠 영향도 우려됐다.
최근에는 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화장품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8년부터 자체적인 동물실험을 중단하고 2014년부터 물로 씻어내는 화장품에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배제하는 등 일찌감치 ESG에 앞장서 왔다.
11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속가능목표 ‘2030 더 아름다운 약속(A MORE Beautiful Promise)’이라는 이름 아래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퇴비화 목표
아모레퍼시픽은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활용·재사용이나 퇴비화가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플라스틱 포장재의 30%에 재활용이나 바이오 플라스틱을 적용할 계획이다.
화장품 용기는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 재질이거나 펌프 등이 달린 구조라 고스란히 버려지기 일쑤다.
제품을 담는 상자도 비닐로 덮여 있곤 한다.
그러나 지난해 유럽연합(EU)이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제(PPWR)를 통과시키는 등 세계적으로 제품 포장 관련 환경 규제가 커지고 있어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EU의 경우 2030년까지 모든 포장을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제품에 재활용 플라스틱 포장을 늘려 2023년 신규 석유 유래 플라스틱 사용을 1900t가량 줄였다.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등급 평가 결과 ‘재활용 보통’ 이상을 얻은 플라스틱 포장재 비율이 32.6%였다.
2023년 플라스틱 총 사용량 7303t 중 재활용 플라스틱은 1735t이며, 총 플라스틱 사용량 중 재활용이나 바이오 플라스틱 비율은 23.8%였다.
라네즈 ‘워터뱅크 블루 히알루로닉 크림’의 경우 리필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본품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70% 줄이는 효과가 있다.
라네즈의 ‘립 슬리핑 마스크 EX’는 속뚜껑을 없애 연간 7.3t의 플라스틱 감축 효과를 얻었다.
이 브랜드의 ‘블루에너지 에센스 인 로션 EX’ 용기와 ‘네오쿠션’ 본품 외용기에는 재활용 플라스틱이 각각 100%, 50% 적용됐다.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히알루론산 스킨·로션’은 캡과 용기를 모두 폴리프로필렌(PP) 단일 소재로 만들어 분리배출이 쉽게 했다.
캡에는 재활용 플라스틱 30%를 적용했다.
바이탈뷰티 역시 ‘메타 그린 부스터 샷’ ‘슈퍼콜라겐’ 라인 등 액상 앰플의 패키지를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N(폴리에틸렌 나프탈레이트)에서 PET로 변경했다.
PET-PEN은 열에 취약한 PET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PEN을 더한 복합재질로 재활용이 어려웠다.
이 회사는 ‘아모레리사이클’이라는 공병 수거 캠페인도 진행해왔다.
2009년부터 다 쓴 플라스틱·유리 화장품 공병을 회수해 재활용했다.
2023년까지 누적 2592t을 수거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캠페인을 온라인으로 확장했다.
아모레퍼시픽 공식몰인 아모레몰에서 용기 수거를 신청하고 최소 10개 이상의 용기를 박스에 담아 문 앞에 내놓으면 무료로 수거가 가능하도록 했다.
화장품 공병을 재활용 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재활용선별장에서 일일이 분류해야 하지만, 화장품 회사가 수거하면 선별에 드는 인력·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수거한 화장품 용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되며 땅에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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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화장품은 동물실험 논란을 부르곤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제품 연구 단계에서 동물대체시험법 연구에도 앞장섰다.
1994년부터 동물대체시험법 연구에 참여했고 2008년 자체적인 동물실험을 중단했다.
2013년에는 협력사를 포함해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했다.
한국에서 화장품에 대한 동물실험 금지가 법제화된 2017년보다 훨씬 빨랐다.
동물실험 대신 아모레퍼시픽은 3차원(3D) 하이브리드 인공 조직 개발을 통해 인체 장기와 혈관 모사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2023년에는 글로벌 동물실험금지 협의체인 ICCS에 국내 최초로 가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생명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일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해왔으나 최근에는 이를 대체할 비건 소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어류에서 얻었던 스콸렌을 올리브 같은 식물에서 얻거나 피시 콜라겐과 동일한 효능을 가진 콜라겐 성분을 바이오 재조합 기술로 구현했다.
수자원 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ESG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평가에서 기후변화 대응 및 수자원 관리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A를 획득했다.
CDP는 전 세계 금융투자기관이 주도해 기업에 환경 관련 경영정보공개를 요청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CDP의 평가에는 매년 세계 2만3200여개 기업이 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후변화 대응 부문에서 3년 연속 A를 받았고, 수자원 관리 부문에서는 물 순환 사용, 수질오염 방지 등을 인정받아 올해 처음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샴푸, 보디워시, 폼클렌징 등이 수생태계에 영향을 최대한 작게 주고 자연히 분해될 수 있도록 원료를 선정한다.
2023년부터 개발되는 제품은 생분해도 데이터베이스를 갖추고 있으며 제품당 생분해도 지수를 평가한다.
해피바스의 오리지널 컬렉션 바디워시는 생분해도 성분 함량이 99%이며, 려의 루트젠 여성 맞춤 탈모증상전문케어 샴푸는 이 함량이 96.1%다.
오산 뷰티사업장에서는 폐수를 재활용함으로써 재이용수량을 기존 1300t에서 4300t까지 늘렸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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