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때 가족과 헤어진 50대 남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50년 만에 가족과 상봉했다.
11일 부산 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1975년 가족을 잃어버린 강모씨(53)와 그의 가족의 상봉식 자리가 마련됐다.
1975년 3월 3살이었던 강씨는 당시 서울역에서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인파로 가득한 서울역에서 강씨는 그만 아버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후 그는 부산에 있는 보육원 등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이제는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가족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씨는 지난 2월 1일 중부경찰서에 방문해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본명, 생년월일 등을 정확히 모르며 가족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도 헤어진 가족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경찰과 상담했다.
경찰은 강씨에게 유전자 채취를 권유한 데 이어 아동권리보장원에 유전자 검사 의뢰를 요청했다.
2004년부터 경찰청이 장기 실종자를 찾기 위해 운영하는 '유전자 등록 제도'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확인 결과, 2023년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강씨의 모친도 생전에 유전자와 가족관계 등을 등록해 놓은 상태였다.
지난달 강씨는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자신과 일치하는 유전자를 찾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벌여 서울에 사는 강씨의 친누나(54)와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영영 동생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강씨의 누나가 모친의 유전자를 미리 등록했다"고 전했다.
강씨의 누나는 "오래전부터 잃어버린 남동생을 찾기 위해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는 방송에도 출연했으나 소용이 없었다"며 "남동생이 죽은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찾을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강씨의 누나는 동생을 만나기 위해 한달음에 부산으로 내려왔다.
강씨 남매는 중부경찰서에서 마련한 상봉식에서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 등을 나누는 등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부산 중부경찰서 심태환 서장은 "진심으로 가족 상봉을 축하한다"며 "앞으로도 유전자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장기 실종자 찾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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