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정 갈등 국면에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교육·복지부와 의협 수장이 한자리에 마주 앉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동은 지난 8일 의협이 정부와 국회에 "의료 정상화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달라"고 공식 요청함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의대 증원·필수의료 확충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발해 온 의협이 1년 2개월 만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의협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3058명 조기 확정,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의료개혁 논의 중단, 전공의·의대생에게 내려진 업무 개시 명령과 행정 명령에 대한 사과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의협이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을 대화의 전제로 내세운 것은 소통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사실상 정부에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수준 아닌가.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위해 정원 동결과 원칙 고수 카드를 꺼낸 교육부가 의협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입시학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험생과 학부모의 53.5%는 의대 정원 축소에 반대하고 있다.
환자·시민단체들도 제동을 걸고 있다.
게다가 고려대가 수업에 불참한 의대 본과 3·4학년 110여명을 유급 결정한 데 이어 연세대 등 다른 의대에서도 유급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지 않나.
의협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사태 해결을 바라고 있다.
차기 정권이 의료계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서 일 것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의정 합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차기 정부로 넘긴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의정 갈등과 의대생 복귀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별다른 역할도 하지 않은 의협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정부 약화를 틈타 실리를 챙기려는 것 아닌가. 오죽하면 경제실천시민연합이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질타했겠나.
윤석열정부가 의대생 2000명 증원 등 의료개혁을 거칠게 진행한 탓에 큰 혼돈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대해선 진영을 떠나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
필수의료 중심의 수가 개선,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 전공의 수련 지원 등은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다.
의료개혁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걸 의협과 의료계는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의대 정원 동결 확정보다 의료 정상화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순리다.
그것이 지난 1년여간 의료 공백으로 인한 고통을 묵묵히 견디며 의료개혁을 지지해준 환자들과 국민에 대한 도리이자 책무다.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