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물고둥은 지역에 따라 ‘다슬기’ 또는 ‘올갱이’라 불리며 예부터 해장국 재료이자 간식거리로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다.
하지만 이처럼 흔한 민물고둥 무리 속에도, 우리가 함부로 잡아서는 안 되는 귀한 생명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바로 염주알다슬기(Koreanomelania nodifila)다.
염주알다슬기는 동강, 임진강, 한탄강 등 우리나라 중북부 지역의 깨끗한 하천 상류에만 서식하는 한국 고유종이다.
대부분의 연체동물은 암수 한몸이지만, 염주알다슬기는 암수 구분이 있고, 다슬기류 중에서는 드물게 알을 낳는 난생 종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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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 빠르고 바닥에 자갈과 모래가 많은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바닥에 잘 붙어서 기어다닐 수 있도록 보통의 다슬기보다 발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이 작고 귀한 생명은 기후변화로 급격한 수위 변화 등으로 인간 활동에 의한 수질 악화와 무분별한 하천 정비사업, 지나친 채집 등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2012년부터 염주알다슬기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하여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만약 염주알다슬기를 채집하거나 훼손, 죽이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염주알다슬기 외에도 우리 하천에는 한국 적색목록 취약등급인 띠구슬다슬기, 국외반출 승인대상인 주름다슬기, 곳체다슬기, 좀주름다슬기 등 보전이 필요한 다슬기 종류가 여럿 있다.
이들을 단순한 먹거리나 생계 자원만이 아닌 생태계의 소중한 구성원으로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강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 작은 생명체가 앞으로도 우리와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우리의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생물다양성 보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생명을 알아보고 존중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남은정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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