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내 부품을 옮길 때 쓰는 자동 물류 로봇은 일반적으로 앞뒤로만 움직인다. 다양한 경로로 다니게 하기 위해선 그만큼 복잡한 제어가 필요하다. 제어·관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내재화한 현대차그룹 물류 로봇은 앞뒤는 물론 모든 방향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좌우 바퀴 회전수를 제어해 중량물을 올린 상태에서도 매끄럽게 곡선 주행을 구현했다.
인공지능(AI) 비전 알고리즘으로 호스나 와이어 같은 비정형 부품을 인식하는 자동화 기술도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볼 수 있다. 공장에 쓰이는 조립 로봇은 무겁고 형태가 고정된 부품을 주로 다룬다. 새로 선보인 조립 자동화 기술은 비정형 부품을 인식하고 고정할 부위를 자동으로 산출, 제어 명령을 내린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에 본격 도입할 경우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공장에 쓰일 혁신제조 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신기술 전시회 E 포레스트 테크데이 2024를 22일부터 사흘간 현대차·기아 의왕연구소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E 포레스트는 현대차·기아의 스마트공장 브랜드다. 올해로 5회째인 행사로 현대차·기아 제조솔루션본부, 협력업체가 소프트웨어 중심공장(SDF)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개발(R&D)하고 있는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현대차는 올해 행사를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전시장은 SDF를 비롯해 미래항공교통(AAM), 로보틱스, 스타트업 등 테마관을 4곳으로 나눠 운영했다. 전시한 기술은 모두 200여건.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로템, 위아, 오토에버, 글로비스, 트랜시스 등 그룹사가 28건, 스타트업도 5건을 전시했다.
회사 측은 "SDF가 구축되면 제조지능이 고도화되고 유연성이 확보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공장 운영이 가능해진다"며 "생산 준비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비롯해 생산 속도 향상, 신차 투입 시 투자 비용 절감, 품질향상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시된 무한 다축 홀딩 고정장치(픽스처) 기술은 기존에 부품별로 따로 필요했던 고정장치를 하나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다. 공정이 바뀔 때마다 해당 정보가 컴퓨터에 자동으로 입력되고 이를 통해 부품을 고정할 지점으로 자동으로 이동시킨다. 로봇개 스팟이 각종 센서로 공장 내에서 실시간으로 안전점검·설비점검을 수행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AI와 비전처리, 빅데이터 등을 활용했다.
도심항공교통(UAM) 동체·날개 자동 정렬 시스템도 전시됐다. UAM은 차량보다 10~100배 이상 조립 정밀도가 필요하다. 동체와 날개를 0.001㎛ 단위로 자동 정렬해 정밀 체결하는 기술이다. 통상 3~5일 정도 걸리는 과정을 몇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올해 행사에는 각종 신기술 전시 외에 제조기술 발표대회, 소프트웨어 유저 콘퍼런스, 대형 기술기업 초청 세미나도 같이 진행된다. 제조기술 발표 대회에서는 글로벌 생산공장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신기술 사례를 공유하고 소프트웨어 유저 콘퍼런스에서는 소프트웨어 활용 내재화·데이터 기반업무 활성화가 가능한 분야별 성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의왕=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