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가 재조명받고 있다. 연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사들인 후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지속적으로 집중 투자한 것이 현재의 SK하이닉스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미래 성장 산업 투자 중 하나로 SK하이닉스(구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했다.
반도체는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선경 반도체를 설립하며 진출을 추진했지만 제2차 오일쇼크로 무산된 경험이 있는 분야지만, 최 회장은 2010년 전문가를 초청해 서울 모처에서 반도체 공부 모임을 시작했고, 이 모임을 통해 반도체 시장의 미래와 SK하이닉스 인수의 실익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연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내고 있었지만,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최 회장은 주변의 반대 목소리에도 3조4267억원을 들여 SK하이닉스 인수에 나섰다.
최 회장은 인수 직후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전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매년 조 단위의 연구 개발비를 투입했고 2015년 M14를 비롯해 신규 공장도 잇따라 지었다.
그 결과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하이닉스는 최근 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HBM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등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이닉스는 SK에 편입된 이후 10년간 매출이 약 4배, 영업이익은 약 34배 증가했다.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올 5월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SK하이닉스가 SK그룹으로 편입된 직후인 2012년부터 메모리 업황이 매우 좋지 않아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예년 대비 10% 이상 줄였다"며 "그럼에도 SK그룹은 투자를 늘리는 결정을 했다. 언제 시장이 열릴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있는 HBM도 당시 투자에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각 고객사 및 협력사와의 협업 관계가 구축됐고, 그게 곧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 회장은 올해에도 AI 반도체를 직접 챙기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첫 현장 경영으로 지난 1월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현안을 직접 챙긴 데 이어 이후로도 수시·정기적으로 AI 반도체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글로벌 AI 동맹 구축 방안을 논의했으며 6월에는 대만을 찾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6월 말부터 2주간 미국에 머물며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인텔 등 미국 주요 빅테크 CEO와 연쇄 회동하며 SK와 AI 및 반도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SK CEO 세미나에 참석해 AI와 반도체, 에너지 솔루션 등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해 각 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서울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민간 AI 포럼인 'SK AI 서밋'에서 글로벌 AI 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한 공존법과 AI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을 기록,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원) 기록을 6년 만에 갈아치웠다. 매출 역시 작년 동기 대비 93.8% 증가한 17조573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썼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