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버거킹 본사는 충격적 비주얼의 광고를 송출했다. 갓 만든 와퍼가 34일이 지나면 어떻게 변하는지 가감없이 보여줬다. 그 시간 동안 와퍼에는 노랗고 푸르고 흰 곰팡이들이 덕지덕지 피어났다.
버거킹은 광고 말미에 썩은 와퍼와 함께 "인공 방부제가 없는 것의 아름다움"(The beauty of no artificial preservatives)"이라는 한 문장을 덧붙였다. 와퍼 속 빵부터 소고기 패티, 오이 피클, 채를 썬 양파, 채를 썬 토마토, 양상추, 소스에 이르기까지 인공적인 색소나 첨가물, 향료 등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시아경제가 지난달 7일 맥도날드, 맘스터치, 롯데리아, 버거킹, KFC, 파이브가이즈 등 햄버거 6개사의 시그니처 버거를 썩히는 실험을 시작한 지 정확히 34일째인 지난 9일 와퍼의 모습을 살펴봤다. 와퍼는 어떻게 변했을까.
아시아경제 스튜디오에서 플라스틱 통 속에 보관되고 있는 와퍼는 희고 푸른 곰팡이로 완전히 뒤덮여있었다. 첫 한 주일 동안 별일 없던 와퍼 외관은 30여일이 지나자 솜털 같은 곰팡이들이 빵 윗면에 아주 고르게 자리 잡았다. 참깨가 뿌려진 자리 위에는 동글동글한 곰팡이들이 더욱 높게 솟아나 있었다. 공기와 접촉하지 않은 빵 밑면은 비교적 큰 변형은 없는 상태였다.
버거킹의 실험과 비주얼은 크게 달랐다. 포장 여부 때문이었다. 버거킹은 포장하지 않고 갓 만들어낸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썩은 와퍼도 빵, 소고기 패티, 양상추 등의 입체감이 최대한 살아있는 상태로 보존됐다. 반면 아시아경제는 포장 후 포장지를 벗긴 와퍼인 만큼 빵과 빵 사이가 압축된 상태로 실험을 시작했다. 이에 빵 속 내용물이 거의 노출되지 않아 식재료별 상태는 드러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또 기온과 습도 등 보관환경이 달라 다양한 색깔의 곰팡이가 핀 버거킹과는 다른 모습의 곰팡이를 목격했다. 하지만 4년 전 광고보다 덜 썩었다고 볼 수 없어 '인공 방부제가 없는 것의 아름다움'은 증명됐다고 할 수 있다.
6개 사 시그니처 버거 가운데 여전히 파이브가이즈의 베이컨치즈버거가 가장 많이 부패했다. 햄버거는 화산섬 모양으로 곰팡이 섬처럼 변했다. 빵에는 푸르고 흰 곰팡이가 두텁게 자리 잡았고, 패티에도 흰 곰팡이가 붙어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과시했다.
치킨패티가 들어있는 KFC 징거버거와 맘스터치 싸이버거도 빠르게 파이브가이즈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두 제품은 실험 3주째까지만 해도 치킨 패티 중심으로 흰 곰팡이가 있었는데, 이제는 빵까지 덮쳐 겉으로 보면 브랜드를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 곰팡이가 녹아내린 치즈와 소스로 인해 뭉쳐지면서 보기에 더욱 흉측해졌다.
불사조로 불리던 롯데리아 불고기버거와 맥도날드 빅맥에도 서서히 변화가 포착됐다. 불고기버거 빵 아랫부분에는 두 번째 손가락만 한 흰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수분감이 없어 흰 가루가 묻어있는 듯한 외관이었다. 아직까지 고기 패티에는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빅맥에도 변형이 진행되며 실험군이 모형이 아닌 생물이란 점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롯데리아와 달리 빵에는 곰팡이가 여전히 없고 반면 고기 패티에 손톱만 한 흰 곰팡이가 생겨났다. 그 외에는 이전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14일 기준 햄버거 부패 실험 40일이 됐다. 아시아경제는 동일한 조건에서 외관상 어떤 햄버거가 가장 오랫동안 썩지 않는지를 계속 관찰할 예정이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