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위기 같은 외부 불확실성에 위축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유연한 변화를 주문했다.
정 회장은 6일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에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그 어떤 외부의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며 "그런 점에서 외부로부터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의 발언은 국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도전정신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 행정부가 이달 출범하는 만큼 교역 여건 변화가 불가피하고 내수마저 위축된 상황에서 미리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외에서 723만대를 판매했다. 판매량은 앞서 1년 전보다 소폭 줄어든 수준이나 환율 등 영향으로 수익성은 더 나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도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차종으로 대처하면서 전동화 전환을 순조롭게 진행했다는 평을 듣는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아졌지만 담대하게 대응하자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우리가 예상하는 위기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고 고객들의 기대는 매일 높아졌으며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며 "작년에 잘 됐으니 올해도 잘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할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닥쳐올 도전들로 인해 비관주의적 태도에 빠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며 "위기에 움츠러들면 지금 가진 것을 지키자고만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항상 위기를 겪으면서도 극복한 후 더 강해졌듯, 비관주의에 빠져 수세적 자세로 혁신을 도외시하지 말자고 독려했다.
위기를 순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예상할 수 있는 도전 요인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면밀하게 준비해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위기 요인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위기가 발생했는지, 배경과 맥락, 역사적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미래 기회의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기가 중요하다"며 "객관적 분석과 총합적 대응을 이끌어내는 내부 논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단결, 유연하고 개방적인 내부 프로세스와 조직문화를 갖추면 그런 위기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대표이사에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한 것과 관련해선 혁신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우리 회사에서는 국적과 성별, 학력, 연차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필요에 따라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그룹 연구개발(R&D) 산실인 남양연구소, 2024년 첫 전기차 전용공장으로 짓고 있는 오토랜드 광명(기아 광명공장)에서 신년회를 했다. 행사가 열린 현대모터스튜디오고양은 제품과 기술을 알리는 공간으로 일선 고객을 직접 마주하는 공간이다. 정 회장은 "이곳은 우리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우리 기술력을 보여줌으로써 신뢰를 얻고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미래세대에게 우리 비전을 보여주고 우리와 함께 꿈을 꾸도록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