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 닝더스다이(CATL)가 최대 11조원 수준의 자금조달에 나선다.
실적 부진으로 투자비를 대폭 줄이고 설비를 멈춰가며 '버티기'에 돌입한 국내 업계에 위협적 실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대형 배터리 3사는 지난해 4분기에만 84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CATL은 이르면 이달 중 홍콩 증시에 상장하기 위한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이를 통해 CATL이 올해 상반기 이내에 50억달러(약 7조234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으며, 모건스탠리는 그 규모가 최대 78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미 중국 본토 선전 증시에 상장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조1145억위안(약 221조3209억원) 수준이다.

앞서 CATL은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을 주간사로 선정했으며, 상반기 내에 상장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었다.
상장 시기를 당초 예상보다 앞당기게 된 것은 전기차 수요 감소와 중국 경기 침체 등 악화한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CATL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연구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CATL은 선전 증권거래소에 잠정 실적을 공시했는데, 매출액은 3560억~3660억위안(약 70조6944억~72조6082억원)으로 전년 대비 8.71~1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순이익은 490억~530억위안으로 한 해 전보다 11.1~20.1%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맞지만,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어서 회사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배터리 시장 '혹한기'를 준비하는 CATL의 실탄 마련은 적자 타격으로 허리띠를 졸라맨 우리 기업들에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3사 합계 8416억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을 제외하면 1조3251억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낸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해외 설비 가동 시기마저 늦춰가며 몸을 잔뜩 낮춘 상태다.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설비 투자 규모를 10조원대로 정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0~30% 줄인 것이다.
이 회사는 생산 시설 투를 위한 8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도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공장 가동 시점을 늦추며 투자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올해 예정이던 미국 테네시 공장의 가동 시점을 우선 내년으로 미루며 시장 상황에 대응할 예정이다.
배터리 분야 투자는 3조5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9조원 대비 급감했다.
삼성SDI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보수적인 기조하에 투자 계획을 짜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라인을 활용해 신규 라인 증설 비용을 줄이고, 시기를 조정하는 등 투자 효율화 작업에 나선다는 것이 골자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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