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카카오값 인상을 근거로 10% 이상 가격을 올린 오리온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매출 3조 클럽에 가입하는 것은 물론 1956년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5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17.5%로 식품업계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오리온은 해외 사업 호조와 비(非) 카카오 제품 덕분이라는 입장이지만, 고물가 속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오리온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액 3조1043억원, 영업이익 5436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전년 대비 각각 6.6%, 10.4% 증가한 수치다.
오리온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카카오, 설탕 등 원재료 가격 상승까지 더해진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 법인 사업 호조에 따라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은 해외 법인이 아닌 한국 법인에서도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한국 법인의 경우 지난해 매출 1조97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성장했고, 영업이익 역시 1785억원으로 같은 기간 5.7% 늘어났다.
다만 오리온의 실적 잔치 소식에 일부 소비자의 시선이 따갑다.
오리온이 지난해 말 카카오, 설탕 등 원재룟값 부담 급증에 따른 이익률 급감을 근거로 2년 만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12월1일부터 초코송이(20%), 마켓오 브라우니(10%), 톡핑(6.7%) 등 13개 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다.
평균 가격 인상 폭은 10.6%로 경쟁사인 해태제과(8.59%)나 롯데웰푸드(9.5%)를 웃돌았다.
당시 오리온의 결정은 이승준 대표의 가격 동결 계획을 뒤집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동참해 2024년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가격 인상 결정은 카카오값이 오리온의 영업활동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오리온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가격 인상 명분이 약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카카오 가격 인상으로 초콜릿이 들어가는 제품의 경우 영업손실이 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호실적은 비 카카오 제품 판매와 경영 효율화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번 가격 인상 결정은 앞으로 수년간 카카오와 견과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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