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상운송 운임 지수가 5주 연속 하락하며 2000선을 밑돌고 있다.
통상 겨울철은 해운업계에 계절적 비수기로 분류되는데 올해는 비수기가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선대가 크게 늘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 등 여파로 물동량이 줄면서 운임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4일 기준 1758.82포인트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137.83포인트 하락했다.
SCFI는 중국 상하이 수출 컨테이너 운송 시장의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지수로, 세계 해상운송 운임 수준을 나타낸다.
노선별로는 미주 동안 운임 낙폭이 가장 컸다.
1FEU(FEU=12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4825달러로 전주 대비 665달러 하락했다.
미주 서안은 388달러 내린 3544달러에 그쳤다.
유럽에선 1TEU(TEU=6m 길이 컨테이너 1개)당 1608달러로 일주일 새 197달러 떨어졌고, 지중해는 2815달러로 221달러 내렸다.
해운업계는 최근 SCFI 하락세에 대해 계절적 영향이 크다고 했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계절적으로 여름철보다 겨울철에 SCFI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이다.
2022년 7~8월 3000~4000선을 넘나들던 SCFI는 9월 2000대로 떨어지더니 연말엔 1000대로 내려갔다.
이듬해인 2023년 7~8월 SCFI는 다시 올랐다.
지난해에도 흐름은 비슷했다.
다만 중동 분쟁 이슈가 장기화하면서 SCFI 절댓값은 전년보다 높게 형성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간 SCFI가 하락세지만 지난해 상승분을 고려하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상운임이 반등할 가능성은 당분간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올해 SCFI가 1600~1900선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대거 발주한 선박이 속속 항로에 투입되면서 공급 측면에서 운임 하락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다.
물동량 증가율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해운조사기관 클락슨은 올해 컨테이너선 해상 물동량이 2.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난해 증가율(5.4%)보다 낮다.
반면 올해 선대 증가율은 5~6%로 관측됐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펼치고 있는 고관세 정책은 물동량 증가를 제한하는 요소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예외·면제 없이 25% 적용한다고 밝힌 데 이어 자동차 관세도 오는 4월께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해운 시황이 구조적 약세에 접어들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업계에선 운임이 약세로 전환하자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HMM은 대서양, 인도, 남미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HMM 관계자는 "올해는 계절적 요인을 차치하더라도 선박 재배치,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 등 운임 하락 요소가 산재해 경영 환경이 지난해보다 비우호적일 것으로 본다"며 "중장기적으로 선대 확장, 포트폴리오 다각화, 친환경 규제 대응, 디지털라이제이션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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