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1위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지난해 8월 국내 시장에서 커피 가격을 인상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커피 최대 생산지인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에서 가뭄이 이어져 국제 원두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치열한 국내 커피 시장에서 대부분 커피 브랜드들이 선뜻 가격 인상에 나서지 못했지만, 업계 1위인 스타벅스가 먼저 총대를 멨다.
그 결과, 국내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KC컴퍼니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원에 육박했다.
1년 전보다 510억원이나 늘었다.
2023년 창사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지난해 연결기준 1000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는데, 스타벅스가 일등공신이었던 셈이다.
이마트는 SCK컴퍼니 지분 67. 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연초부터 식품업계에서 가격인상이 잇따르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제품 가격을 끌어올려 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소비자 부담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 인상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가격 인상은 고도의 경영 전략이다.
일본의 세일즈 전문가 이시하라 아키라는 자신의 저서 '절대 실패하지 않는 가격인상의 기술'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유일한 불황 타계책"이라고 했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가격뿐만 아니라 상품의 가치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제품 혁신과 서비스 개선에 나서라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5% 넘게 늘어나 한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프리미엄 전략을 펴고 있는 스타벅스는 전 세계적으로 고가의 가격 정책을 유지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비교적 적었던 것이다.
가격 인상 과정에서 고도 마케팅 기술도 한 몫을 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8월 첫 가격 인상 당시 가장 많이 판매되는 톨 사이즈 가격은 동결했지만 그란데(473㎖)와 벤티(591㎖) 사이즈를 각각 300원, 600원씩 올렸다.
에스프레소 샷 등 음료의 추가 비용도 인상했다.
같은해 11월에는 아이스 음료 11종의 가격도 200원씩 인상했다.
지난 달에는 3년간 동결했던 톨 사이즈 음료 22종의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톨사이즈 기준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4500원에서 4700원이 됐다.
커피 업계 1위인 스타벅스가 가격 인상에 안착하면서 후발 주자도 줄인상에 나섰다.
폴바셋이 지난달 28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3.4% 올렸고, 컴포즈커피는 이달 초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가격을 300원 인상했다.
컴포즈 역시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동결하는 기술을 썼다.
다만 제품의 질 향상이나 서비스 개선이 없는 가격 인상은 강력한 소비자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최근처럼 수년간 저성장과 고물가가 이어지는 시기에는 과도한 가격 인상이 역효과를 초래한다.
실제 교촌치킨이 2023년 4월 치킨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하면서 '소비자 불매'라는 역풍을 맞았다.
교촌은 가격인상을 단행한 첫 해 매출이 전년대비 10% 넘게 감소했다.
가격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면서 이 기간 영업이익은 3배나 급증했지만, 가격인상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액(4800억원)은 소폭 늘어났는데, 최대치였던 2022년(5100억원)에 못 미친다.
영업이익은 38%나 후퇴했다.
연초 식품업계 가격 인상 릴레이는 정부가 이달초 부랴부랴 자제를 요청하면서 최근 주춤해졌다.
그러나 기업의 가격 정책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 좌우한다.
그러나 기업의 가격 정책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 좌우한다.
정부는 가격 인상 자체를 억제하기 보다, 인상 과정에서 기업들의 가격 담합을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폭리를 취했는지를 촘촘하게 살펴보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연진 유통경제부장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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