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가 미국으로 경제 사절단을 파견하려던 계획을 잠정 보류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 구성이 안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접근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 협상을 지켜본 뒤 실속을 챙길 수 있는 방향으로 재추진할 방침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류진 한경협 회장은 3월 중 주요 대미(對美) 투자 기업들과 사절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하려 했으나,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장관들이 차차 임명되고 있지만, 차관 이하 각료들은 안착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서 구체적인 대화로 진전되기 어렵고 정무라인을 활용하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경제 사절단이 미국을 다녀오면서 민간 차원의 대화에 물꼬가 트였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무 협상은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제 출범 한 달을 맞았고 지난 26일(현지시간)에야 첫 각료회의를 가졌다.
미국의 새로운 통상파트에서 한국 기업들에 대해 충분한 이해도를 갖추기 전 섣부른 접근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고심도 읽힌다.
실속을 챙겨야 하는 만큼 일단 신중한 '로키 전략(Low-key strategy)'을 선택한 것이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재계 단체들의 발걸음을 늦추는 요인이다.
무역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의 정책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미국이 협상을 질질 끌거나 단기적으로는 무리한 요구를 내세워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28일 방미 일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을 만난다.
정부 협상 간 밑그림이 나오면 기업들의 움직임도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단체 회장들의 개인적인 방미 일정은 그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류진 회장 다음 달 두 차례 정도 미국을 찾아 용무를 처리하면서, 현지 상황을 둘러볼 것으로 보인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내달 예정된 '풀뿌리 아웃리치'를 그대로 추진한다.
연방 정부가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많은 남부 애리조나·텍사스·테일러 등 주지사를 만나 상향식 의사 반영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무역협회 회원사들이 참여하는 사절단은 5월로 계획 중이다.
한편 한경협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제1차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KOPEC) 아태전략 포럼을 열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이 트럼프 2기 통상정책 분석을 발표했고, 한국 기업들의 대미 전략 등을 논의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수석대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등을 지낸 인사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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