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SKT·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에 대해 담합을 이유로 114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예상됐던 수조원 규모의 과징금보다는 낮아졌지만, 이통 3사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침을 따랐을 뿐이라고 반발하며 소송을 예고했다.
과징금 처분을 두고 공정위와 방통위 사이의 미묘한 '힘겨루기'도 감지된다.
공정위가 이통 3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 조정에 있다.
이통사는 가입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개통 실적에 따라 판매점에 판매장려금을 지급해왔다.
일부 판매점은 이 판매장려금의 일부를 보조금으로 전용해 가입자들에게 지급하는 일도 있었다.

이통 3사가 판매장려금을 두고 협의를 시작한 건 2014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이후다.
단통법 시행으로 휴대폰 구매 보조금 한도가 법적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판매장려금 경쟁이 불붙으며 불법보조금이 성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방통위는 시장 균형을 이유로 판매장려금 상한선을 30만원으로 정하도록 이동통신 3사에 행정지도했다.
이후 이통 3사는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방통위·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함께 시장상황반을 운영했다.
통신사별 판매장려금 현황을 공유해 단통법 위반을 막자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판매장려금이 과도했던 일부 통신사는 방통위 가이드라인에 맞게 장려금을 낮추는 식으로 자율규제가 진행됐다.
시장상황반을 통해 집계된 이통사별 판매장려금 조정 현황은 방통위에도 공유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번호이동 경쟁을 피하려는 담합이라고 판단했다.
판매장려금을 조정하는 행위가 경쟁제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당초 최대 5조5000억원까지 예상됐던 과징금은 1140억원(잠정)으로 크게 낮아졌다.
공정위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과징금을 매출의 0.5%~20%에서 산정하는데, 이번 안건에는 1%의 비중을 적용했다.
과징금은 SK텔레콤(426억6200만원), LG유플러스(383억3400만원), KT(330억2900만원) 순으로 책정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고시에 따라 위법행위 발생 경위와 경쟁제한 효과, 관련 시장 상황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다"면서 "이통 3사 간의 합의가 단통법 위반을 예방하기 위한 자율규제 과정에서 진행됐고, 방통위의 행정지도가 관여된 점 등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통 3사는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에 즉각 반발하며 소송을 예고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이통통신사 담합 제재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방통위의 단통법 집행에 따랐을 뿐 타사와 담합한 사실이 없다.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적조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히며 사실상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이통 3사가 소송에 나선다면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들이 방통위의 행정지도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조정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공정위의 처분 과정에서도 방통위는 실무 협의에 참여하는 동시에 담합이 아니라는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안의 핵심은 통신 3사 간에 실제 담합이 있었는지 여부"라며 "행정소송에서는 방통위의 역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동통신 사업 규제 주무기관인 방통위가 명확히 문제없다고 하는 만큼 공정위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통사들은 행정소송 기간 과징금 납부를 유보할 수 있어 당장의 재무적 충격은 없을 전망이다.
업계는 소송이 길어질 경우 두 규제기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이번 사안은 공정거래법과 단통법의 규제 범위 충돌로도 볼 수 있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사업에 관련된 모든 행위에 대해서는 규제 전담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의결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법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규제 기관 간 충돌과 같은 잡음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공정위가 과징금 처분을 두고 주무부처와 갈등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2022년 해운사들의 한∼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 사건을 두고 불법성이 인정된다며 국내외 해운사 23곳에 총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설명자료를 내고 "국내외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던 공동행위에 대해 정부나 화주 단체의 요청이 없음에도 자발적으로 신고했어야 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며 비상식적"이라며 공정위의 처분을 꼬집었다.
당시 공정위 처분에 대해 법원은 해운사의 손을 들어줬다.
과징금 처분에 불복한 대만 국적 선사 에버그린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가 과징금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은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데, 최종심에서 확정되면 다른 해운사에 대한 과징금도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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