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범용 메모리 가격이 소폭 반등했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감산과 재고 축적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공급 조절의 영향이 큰 만큼 본격적인 '수요 회복'이라고 판단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섣부른 가격 조정보다 선별적 대응으로 수익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범용 메모리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가 집계한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1.35달러로 전월과 동일했다.
지난해 11월 20.59% 하락한 뒤 3개월 연속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올해 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올해 1월 2.18달러로 전월 대비 4.57% 상승했고, 지난달 2.29달러로 재차 5.29% 올랐다.

범용 메모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산에 나서면서 공급이 조정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및 AI 서버 스토리지 수요가 늘면서 낸드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의 이구환신(낡은 것을 새것으로 교체) 정책으로 스마트폰·PC 수요가 회복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일부 기업들은 이미 낸드 가격부터 인상하기 시작했다.
미국 샌디스크는 내달 1일 낸드 가격을 10%가량 올리기로 결정했고, 중국 YTMC의 소매 브랜드인 즈타이 역시 4월부터 가격을 최소 10% 인상하겠다고 유통업체에 통보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조만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는 범용 메모리 가격의 상승 전환을 '수요 회복'으로 보긴 이르다는 분위기다.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반짝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낸드는 D램보다 수요 변동이 심한 품목이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업체들은 재고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한다.
이 같은 감산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낮을 때 재고를 추가 확보해두려는 구매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정거래가격 추이를 보면 일부 반등이 있긴 했지만, 회복세라고 보긴 어렵다"며 "일부 업체들이 감산에 나서는 분위기가 포착되면서 가격 상승 흐름이 나타난 것인데, 이를 재고 조정이 충분히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낸드 가격 흐름이 주요 고객사의 주문 증가나 감산 기조 변화에 따라 당분간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런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당분간 '수익성 중심'의 운영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운턴(업황 하락) 때부터 꾸준히 수익성 중심의 운영을 해왔다"며 "감산으로 시장 재고가 점차 정상화 수순에 들어서겠지만, 아직 변화를 주긴 이르다"고 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에도 공급 조절로 낸드 가격이 반짝 올랐지만, 하반기 공급이 확대될 때 수요 부재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재차 하락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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