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식품 업계에서 도미노 가격 인상이 현실화했다.
내수 부진 속에서 고환율과 원자재값 상승,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다만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지난해 연말 계엄사태와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발생한 권력 공백을 틈 타 식품 기업들이 가격인상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온다.
1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8개 식품기업의 제품 가격이 인상됐다.
오뚜기는 진라면과 오동통면, 짜슐랭 등 16개 라면의 평균 출고가를 올렸고,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네켄, 칼스버그, 기네스 등의 맥주가격도 인상됐다.
같은날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일부 판매 제품의 가격을 평균 8.9% 올리기로 했다.
남양유업의 초코에몽(190㎖)은 1400원에서 1600원으로 14.3% 오른다.
매일유업이 판매하는 허쉬 초콜릿 드링크(190㎖)는 기존보다 200원 오른 1800원이 된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와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 블루보틀, 하겐다즈 등도 가격인상에 합류했다.
롯데GRS의 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오는 3일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다.
65개 메뉴의 가격이 평균 3.3% 오른다.

식품업계의 가격인상은 올해초부터 봇물을 이루고 있다.
라면과 제과·제빵, 주류, 커피, 버거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오르는 중이다.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않은 기업은 삼양식품 정도만 거론된다.
올해 도미노 가격 인상은 원자잿값 상승과 고환율이 원인으로 꼽힌다.
기후 변화에 따라 글로벌 농산물 가격이 급등해 원료가격이 뛰었고, 환율 상승은 수입가격을 더 끌어올린 것이다.
물류비와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크게 늘어난 점도 한 몫했다는 것이 식품업계 설명이다.
실제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달 20일 기준 t당 8071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35.4%, 평년에 비해선 250.6% 각각 올랐다.
2023년 이후 3배 가량 급등한 수준이다.
코코아의 주산지인 코트디부아르·가나 등 서아프리카 지역을 연달아 덮친 수해와 가뭄 탓이다.
커피 원두 역시 지난달 21일 기준 국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이 전년동기대비 20% 상승한 t당 8629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이 심각한 가뭄과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커피나무 작황이 악화됐다.
세계 2위 커피 생상국인 베트남은 엘니뇨로 인한 가뭄과 폭우 등 기후 변화가 농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익성이 높은 두리안 재배로 전환해 생산량이 감소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해 12월 기준 커피 생산량을 같은 해 6월 전망치보다 120만 자루 낮춘 1억6800만 자루로 추산했다.
다만, 가공식품의 주요원료인 밀가루 가격은 올해 내림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평균 국제 소맥 평균가격은 t당 203.77달러다.
지난해 평균보다 3%, 평년대비 13% 낮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두와 코코아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밀가루, 버터 등의 국제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고환율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45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치솟은 환율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고환율이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가격 인상에 따르면 소비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식품 가격의 줄인상으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3%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대를 유지하다 올해 1월 2.7%로 급등했고, 2월 2.9%까지 치솟아 전체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2%)보다 높았다.
2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탄핵 정국 등 권력 공백 시기 가격인상에 비판도 나온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식품업체 가격인상이 잇따르면서 식품기업들이 정국 혼란으로 정부의 물가관리가 느슨해진 틈을 타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 "내수 침체와 고환율·고유가 등 국제 정세 악화, 이상 기후로 인한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업계는 지난 몇 년간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고, 지금의 정국 불안과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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