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이 1일 고(故)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별세로 공석이 된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에 선임되며, '포스트 한종희'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차후 직무대행을 거쳐 새 DX부문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노 사장이 직무대행으로 능력을 발휘하고 새 DX부문장으로 낙점되면, 이는 '반전 드라마'에 가깝다.
지금 노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휴대폰에 30년 바친 전문가', '30년 가까이 휴대폰 한 우물만 판 인물'로 정평이 나 있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굴곡이 없지 않았다.
노 사장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평판이 좋지 않아 입지가 불안했다.
2020년부터 MX사업부를 이끈 노 사장은 2022년 3월 '갤럭시 S22시리즈'에 의무 적용한 게임최적화서비스(GOS)로 인해 경영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GOS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게임 앱을 실행했을 때 발열 등 문제가 발생하면 기기 스스로 성능을 낮춰 열을 식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이 GOS 적용을 의무화하기보단 방열판 설계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노 사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GOS 의무 적용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을 고객들은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불만이 거세지자, 노 사장은 "소통이 부족했다"는 사과문을 사내에 전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갤럭시S시리즈는 시장에서 부침을 겪고 좀처럼 판매량이 늘지 않으면서 노 사장의 능력을 의심하는 눈초리는 회사 안팎으로 더욱 늘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노 사장을 "경쟁사에서 보낸 스파이"라고 부르는 웃지 못할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방향을 개선하고 절치부심, 자세를 고친 노 사장은 조금씩 분위기를 바꿨다.
지난해 8월 열린 파리올림픽에서 갤럭시 Z 플립6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이끈 것이 전환점이 됐다.
이 대회에서 삼성전자는 개회식 중 선수단 보트에 '갤럭시 S24 울트라'를 장착해 프랑스 파리 센강을 따라 진행된 퍼레이드를 생생하게 촬영하고 이를 올림픽 방송서비스(OBS)를 통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이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개회식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실시간 중계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도 큰 주목을 받았다.
메달 시상식에서 선수들이 갤럭시 Z 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사용해 직접 셀카를 찍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선 동메달을 차지한 우리 임종훈, 신유빈 선수가 은메달을 목에 건 북한 선수들과 함께 삼성 Z플립 6로 촬영하는, 이례적인 풍경을 낳아 외신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2023년 109조원이었던 MX부문 매출은 지난해 114조원으로 늘었다.
그의 활약은 올해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1월 출시한 노트북 신제품 '갤럭시북5 프로'를 14인치 기준 130만~150만원대로 시장에 내놓으면서 고객들로부터 '가성비 최고'라는 호평을 받았다.
중앙처리장치(CPU)로 인텔의 루나레이크를 탑재한 타사 노트북들이 200만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같은 CPU를 갖고도 더 싼 값에 판매한 전략이 주효했다.
성능도 떨어지지 않아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이용자들은 노 사장의 이름과 '노트북'을 결합해 '노태북'이란 별칭을 달기도 했다.
최근엔 '미스터 갤럭시'로 불리고 있다.
지난 2월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가 역대 시리즈 중 최단 기간 100만대 이상 팔리면서 새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노 사장을 직무대행으로 선임한 배경으로 "조기에 조직 안정화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 사업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MX사업뿐만 아니라 세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전임 한 부회장을 지척에서 보좌하며 그의 '왼팔'로 불렸던 만큼, 기존의 DX부문의 사업 방향을 지속해 나갈 적임자로도 인정 받은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자타공인 '스마트폰 전문가'로 불리지만, 상대적으로 가전, TV 등에 대해서는 생소한 업무 경험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숙제로 지적된다.
차기 DX부문장으로 정식 임명되기 위해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