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이 통상 질서를 재편하는 상황에서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일본 내 주요 기업들과의 접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전세기가 전날 오후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해 일본 오사카에 도착했고, 또 다른 전세기는 이날 오전 도쿄에 착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주로 활용하는 전세기 두 대가 모두 일본으로 향한 셈이다.
이 회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만나 "지난주 중국에서 일주일간 있었다"며 "오늘은 또 5~6일 일본에 간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이 회장은 글로벌 경영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는 중국을 방문해 베이징 샤오미 전기차 공장, 선전의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본사 등을 둘러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에도 참석했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는 현지 주요 재계 인사들과의 접촉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 회장은 2023년 윤석열 대통령 방일 일정에 동행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삼성 일본 협력사 모임인 ‘LJF’의 30주년 교류회를 주재한 바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의 만남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2월 이 회장은 방한한 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와 3자 회동을 가졌고, 인공지능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지난달 31일 오픈AI는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400억달러(약 58조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다.
AI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손 회장이 미국 중심의 생태계 강화에 발맞춰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에는 미국 내 인공지능 생태계 주도권 확보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의 일본 출장 역시 글로벌 AI·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과 맞물린 행보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에 반도체 패키징 기술 연구센터 ‘어드밴스드 패키징 랩(APL)’을 설립하고 일본 소재·부품·장비 업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출장 중 관련 기업들과의 접촉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손정의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소프트뱅크가 미국 오픈AI에 투자한 배경과 향후 AI 생태계 내 미·일·한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일본 일정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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