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토닉워터 시장 1위 브랜드인 '진로토닉워터'가 지난해 하이볼 인기의 수혜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볼 수요를 잡기 위해 다양한 제조사에서 토닉워터와 탄산수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즉석음료(RTD·Ready to Drink) 형태의 제품이 증가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음료의 매출액은 1539억원으로 전년(1549억원) 대비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홈술·혼술 열풍이 불며 2020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하이트진로음료는 이후 꾸준히 몸집을 불리며 2023년에는 1500억원 선까지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2017년 이후 7년 만에 매출이 소폭 감소하는 등 사실상 제자리걸음 하며 1500억원대 매출을 지켜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수익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1년 전(144억원)보다 37.5% 감소해 3년 만에 뒷걸음질 쳤다.

최근 수년간 하이트진로음료의 높은 성장세는 토닉워터 브랜드 '진로토닉워터'이 견인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국내 주류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음용법이 '하이볼'이다.
높은 도수의 술에 토닉워터나 탄산수 등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은 평소 고도수의 술에 부담을 느끼던 소비자까지 음용층이 확대됐고, 이는 진로토닉워터의 높은 수요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먹는샘물(생수) 비중이 컸던 사업 포트폴리오의 중심축도 2023년 비알코올 음료 부문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기준 사업부별 매출 비중은 토닉워터가 속한 비알코올 음료 사업이 52.7%, 먹는샘물이 46.8%다.
하지만 지난해 토닉워터 시장이 주춤하면서 하이트진로음료의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다양한 제조사들이 토닉워터와 탄산수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업계는 국내 토닉워터 시장 규모가 2021년 600억원, 2022년 1000억원을 넘어섰고, 2023년 정점을 찍고 지난해부터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RTD 형태의 하이볼 제품 확대가 결정적이었다.
하이볼 시장이 초기 술에 음료를 직접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 중심에서 이미 완제품 형태로 주조돼 캔맥주처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RTD로 중심축이 옮겨간 것이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하이볼 시장의 성장세를 주력제품의 판매 확대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비알코올 음료 사업 매출은 2020년 389억원에서 2023년 821억원으로 3년 새 111.1%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811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업계에선 향후 토닉워터 시장의 성장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RTD 제품이 주류 카테고리의 하나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데다 토닉워터 외에도 믹서로 사용될 수 있는 대체품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볼 인기 초기에는 국내에 믹서로 사용할 만한 제품이 많지 않아 진로토닉워터로 수요가 몰렸지만 수년간 관련 제품이 빠르게 늘면서 이전만 한 동력은 잃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하이볼 트렌드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여 관련 수요 자체가 역성장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의 전망도 다소 보수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2023년 "국내 대표 주종인 소주와 대중화되고 있는 위스키 등이 판매되는 요식업소에 토닉워터가 입점률을 높여 메뉴가 일반화된다면 향후 1조원의 시장 규모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 들어 "하이볼·소토닉(소주+토닉워터) 등의 저도수로 음주를 즐기는 문화는 트렌드 하락과 동시에 서서히 하향 안정화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의 성장 자체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모회사인 하이트진로의 소주와 연계한 제품 라인업 확대와 프로모션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소토닉 등 저도수로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주류 문화로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토닉워터를 비롯해 믹서류로 활용 가능한 제품들도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양한 주류와 어울릴 수 있는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고, 이종 산업 간 협업 및 프로모션을 통해 더욱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들보이던 토닉워터가 주춤한 가운데 포트폴리오의 또 다른 축인 먹는샘물 사업부도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먹는샘물 시장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1조7700억원이던 국내 생수시장은 지난해 3조1700억원 ㄷ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판매와 1인 가구 증가로 당분간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다만 하이트진로음료의 '석수'는 지난해 매출액이 720억원으로 전년(722억원) 대비 감소하는 등 최근 2년 연속 매출이 줄어들었다.
수년째 매출이 600~700억원 수준에 머물면서 지난달에는 신규 먹는샘물 브랜드 '조이워터'를 출시하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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