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발표한 25%의 상호관세가 한국 석유화학·배터리 업계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전망된다.
저가 중국산의 범람과 수요 부진으로 이미 실적이 고꾸라진 상황에서 관세 부담과 전방산업 위축이라는 겹악재까지 맞게 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종은 상호관세 타깃에서는 벗어났지만 이미 부과된 품목관세 25% 적용을 앞둔 만큼 미국 시장 공략에 부담이 커졌다.
최대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에는 미국 내에 제조시설을 구축하는 방식으로는 관세를 피하기 힘든 석유화학 분야가 꼽힌다.
지난해 기준 석유화학 제품의 대미 수출 규모는 43억달러(약 6조3012억원, 9.0%)로 최대 교역국인 중국(177억달러, 36.9%)에 이어 2위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교역이 위축되고 미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지난 2월까지는 미국 수출이 호조를 보였는데, 추후 미국의 경기 위축으로 수요 둔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유례없는 고관세 부과로 업계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사치재가 아닌 필수재에 무차별적으로 관세를 매긴다면 미국 스스로가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에만 부과되는 것은 아니고 주요국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영향이 집중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업계는 당초 2분기로 봤던 '실적 바닥' 확인 시기가 뒤로 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미국 생산 고장을 구축해 관세를 우회할 방안을 마련해뒀지만, 전방 산업인 완성차 업체들은 타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제조기업 210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도 배터리(84.6%) 업종이 트럼프발 관세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해 자동차·부품(81.3%), 반도체(69.6%) 등 다른 주요 업종 비중을 웃돌았다.
수출 규모만 봐도 지난해 27억달러(64.3%)어치가 미국으로 가 전체(42억달러)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든 완제품으로 들어오는 자동차든, 부품은 외국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많게는 만 달러 이상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면서 "자동차 판매가 부진해지면 관련 업계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 3사의 미국 내 생산 기지가 갖춰지고,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추후 실적 전망과 관련해서는 "자동차 전방 산업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기 때문에 업계가 당초 예상했던 2분기 실적보다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통상 전문가는 "상호관세(10%) 수준은 업계가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까웠다"면서 "실제 모두 이행될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불가피한 만큼, 협상과 감세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보복관세와 경제지원 대책 등 일부 국가는 이미 발 빠른 대응에 나섰지만, 한국은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이라면서 "기업들의 생산·투자 둔화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조선·방산 등 관세에서 자유로운 업종을 전면에 내세워 협상카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국제통상학회장)는 "미국이 지적한 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동시에, 조선업과의 산업협력 등을 요구하며 관세를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올해 국내 기업 실적은 상당히 안 좋을 수 있다"면서 "미국 시장뿐 아니라 중국과의 교역을 확대하는 등 최종 소비재 중심으로 여러 자구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미 수출액 1위 품목인 자동차나 자동차부품은 이번 상호관세 추가 적용이 제외되면서 업계는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다.
다만 3일(현지시간)부터 25%의 품목 관세는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관세 발표가 크게 놀라운 사실은 아니"라며 "현재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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